[이슈IN]‘성인 사이트는 막으면서’…‘웰컴투비디오’ 손정우, 구속영장 기각

발행일 2020-11-10 05:12:52
/픽사베이 제공


아동 성 착취물 웹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씨가 구속을 피했다. 세계 최대의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를 만들고 성범죄를 부추긴 범죄자가 재수감을 면하게 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피의자가 주요 피의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기본적인 증거가 수집돼 있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고, 사건 심문 절차에도 출석했기에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일정한 주거가 있는 점, 관련 사건 추징금이 모두 납부된 점 등을 고려하면 피의자 구속의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각 소식을 들은 누리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디지털 범죄를 저지른 만큼 구속이 꼭 필요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저런 범죄자가 판치는 건 법이 너무 약해서다”, “성인 사이트는 차단하면서 아동 성 착취물 유통업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다니”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트위터 갈무리


6개월 영아까지 등장했던 아동 성 착취물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약 2년 8개월간 특수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웰컴투비디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4000여명에게 20여 만개에 달하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공하고, 약 7300회에 걸쳐 4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챙긴 혐의로 지난 2018년 3월에 구속기소 됐다. 손정우가 붙잡힐 당시 서버에는 8테라바이트(TB) 분량의 영상 20여 만개가 저장돼 있었고, 생후 6개월 영아가 나오는 영상도 있었다.

손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지난 4월 형기를 마쳤다.

그러나 손씨는 출소 예정일인 지난 4월 27일 다시 구속됐다. 미국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송환 절차가 시작되면서 석방되지 않고 재구속된 것이다.

손씨의 출소 예정일에 앞선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DC 연방 대배심원은 손씨를 아동 성 착취물 모의, 광고, 제작, 돈세탁 등 6개 죄명·9개 혐의로 기소하고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손씨를 미국으로 송환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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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서울고법이 미국의 인도 요청을 불허했다. 서울고법 형사20부(수석부장판사 강영수)는 지난 7월 6일 “웰컴투비디오 국내 회원에 대한 수사가 필요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 운영자의 신병을 확보해야 하는 점 등으로 미국 송환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법원의 결정으로 손정우는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자유의 몸이 됐다.

아버지의 아들 ‘셀프 고소’ 이유는

손씨가 미국에 송환됐더라도 국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아동음란물 혐의 등은 미국에서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아동 착취물 제작과 유통이 불법이기 때문에 이로 수익을 낸 것은 불법이다. 이에 미국 법무부는 한국 법원의 유죄판결과 중복되지 않은 ‘국제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손씨를 미국 법정에 세우려고 했으나 국내 법원의 거부로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미국의 인도 요청으로 손씨가 만기 출소를 못 하고 다시 구속됐을 때 그의 아버지는 곧바로 구속적부심을 법원에 신청했다. 구속이 타당한지 다시 판단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관할 법원은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그러자 손씨의 아버지는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에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로 아들을 고소했다. 사실상 '셀프 고소'였다. 고소장에서 손씨의 부친은 ‘아들이 동의 없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범죄 수익금을 거래·은닉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과거 손씨를 수사하며 범죄수익은닉 부분도 수사했지만 기소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매를 맞아도 한국이 낫다?

‘아버지의 아들 고소’는 손씨의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한 꼼수라는 해석이 유력했다. 미국으로 가느니 차라리 한국에서 벌을 받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자금세탁 규모가 50만달러(약 5억 5750만원)를 넘을 경우 최대 20년 이하의 징역을, 50만달러 이하는 최대 10년 이하 징역 처분이 내려진다. 반면 한국에서는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대한 법정 최고형이 징역 5년, 벌금 3000만 원에 불과하다. 미국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약한 것이다.

부친의 자진 고소·고발에 따라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지난 6일 손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9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손씨는 자금 세탁 혐의로 재수감될 위기를 벗어나게 됐다.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이어질까

비록 구속되지 않았지만 손씨 사건과 재판 과정은 많은 논란을 낳았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한 범죄자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부터가 문제였다. 국민의 감정과 괴리된 판결은 지탄의 대상이 됐다. 누리꾼들은 손씨와 사이트 이용자가 한국에서 두려움 없이 성 착취물을 이용할 수 있는 배경에는 처벌 기준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송환이라도 이뤄져 정의 구현이 이뤄졌어야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거부해 불을 지폈다. 당장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담당 재판장 강영수 부장판사를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어 올랐다. 지난 7월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고 약 10시간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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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대상 성 착취물 제작자에 대한 처벌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형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9월 아동·청소년성착취물 제작 범죄의 경우 최대 29년 3개월의 형량을 권고하는 양형 기준안을 확정했다. 제작 관련 범죄를 저지를 경우 기본 5~9년의 징역형을 선고하되, 가중처벌의 경우 징역 7년에서 최대 13년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특별가중 처벌의 경우에는 징역 7년~19년 6개월, 다수범의 경우 징역 7년~29년 3개월, 상습범은 징역 10년 6개월~29년 3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기준안은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12월 7일 양형위에서 확정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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