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권혁운 IS동서 회장, 리싸이클 사업에 '명운'을 걸다

발행일 2021-01-12 10:58:16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이종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주목받는 기업이 있죠. 바로 IS동서(아이에스동서)입니다. 아이에스동서는 일찍이 건설업과 무관한 패션업과 리싸이클링 사업 등에 진출했습니다. 지난해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폐기물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면서 이종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6월 사모펀드 운용사인 이앤에프프라이빗에퀴티와 함께 코스닥 상장사인 코엔텍 지분 59.29%를 인수했습니다. 새한환경도 인수를 마쳤습니다. 두 회사는 폐기물 처리 업체로 매립 폐기물과 소각 폐기물을 처리하는 업체입니다.

코엔텍은 2019년 281개 업체로부터 7만6556톤의 매립 폐기물을 처리했고, 18만톤 규모의 소각 폐기물을 처리했습니다. 폐기물 처리 산업에서 코엔텍의 점유율은 3~4%입니다. 아이에스동서는 2017년 인선이엔티 인수를 시작으로 리싸이클링 산업에 진출했습니다. 지난해 코엔텍과 새한환경을 인수하면서 환경 사업의 집중도를 높이는 모습입니다.

동시에 비주력사업이었던 렌탈(한국렌탈)과 요업(이누스) 사업체를 매각했습니다. 이종 산업 다각화를 추진했던 아이에스동서의 비건설업 포트폴리오가 윤곽이 드러나는 모습이죠.

아이에스동서는 건설업계에서는 잘 알려져 있으나 재계에서는 영향력이 크지 않아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건설사입니다. M&A 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한 아이에스동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사진=아이에스동서)


아이에스동서의 모태는 일신건설산업입니다. 일신건설산업은 부산 지역에 뿌리를 둔 건설회사로 1987년 설립됐습니다. 창업주인 권혁운 회장은 건설회사를 다니다 독립해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는 해운대 달맞이고개 일대에 나온 땅을 저렴하게 사들여 고급빌라를 지었습니다. 영남권의 아파트 분양이 잇따라 흥행하면서 사세를 키웠습니다. 그러다 2008년 현대건설 토목사업부에서 분리된 동서산업을 인수하면서 사명을 지금의 아이에스동서로 바꿨습니다.

아이에스동서는 2020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공능력 평가 순위 50위를 기록했습니다. 아이에스동서는 건설업에서 출발해, 지금도 건설업이 '캐시카우'입니다. 아이에스동서의 전체 매출 중 80% 이상이 건설업에서 나옵니다.

아이에스동서 주요 계열사 관계도.(자료=금융감독원)


그룹 규모가 커진 때는 2010년 건설업과 무관한 사업에 진출하면서 부터입니다. 해운업(아이에스해운)을 비롯해 콘크리트(영풍파일)와 의류(티씨이), 요업 등 제조업에 진출했죠. 아이에스동서는 2011년 렌탈업에도 진출했는데, 2019년 11월 한국렌탈을 매각하면서 렌탈업에서 철수했습니다. 지난해 8월 비데와 타일 등을 제조하는 이누스를 사모펀드 운용사인 E&F PE에 매각했습니다. 매각 가격은 2170억원입니다.

아이에스동서는 한국렌탈과 이누스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코엔텍과 새한환경 등 폐기물 회사를 사들였습니다.

아이에스동서가 비건설업에 진출한 건 창업주의 경영 전략 때문으로 보입니다. 권 회장은 1997년 IMF 등을 경험하면서 건설업이 부동산 경기에 크게 휘둘리는 걸 경험했습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전후방산업과 무관한 사업을 통해 '안전판'을 마련해야 기업의 안정성이 보장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왼쪽부터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권민석 아이에스동서 대표이사, 권지혜 아이에스동서 전무.(사진=아이에스동서 등)


아이에스동서가 리싸이클링 등 환경 사업에 욕심을 내는 건 이 사업의 성장성 때문입니다. 폐기물 재처리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아 일정 규모를 확보한 거대 업체가 산업을 지배하는 과점적 성격의 산업입니다. 아이에스동서는 인선이엔티를 통해 폐기물재처리 산업과 자동차 재활용 산업에 진출했죠.

하지만 이 분야를 육성하려면 추가적인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하는거죠. 전국의 매립 폐기물 처리 규모는 일 9192톤, 소각 규모는 9848톤입니다. 폐기물 발생량은 2018년 기준 44만6102톤입니다. 전년보다 폐기물 발생량이 3.8% 늘었습니다.

아이에스동서는 주력인 건설업의 불황을 환경업으로 보완하려는 모습입니다. 건설업이 침체되면서 아이에스동서의 실적도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건설업의 실적을 보완할 비건설업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죠. 아이에스동서와 아이에스지주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건설업과 무관한 다양한 사업에 진출해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아이에스동서와 지주사인 아이에스지주에 속한 종속기업은 15곳이나 됩니다. 관계기업은 37곳이고요. 이중 건설업과 연관성이 없는 곳은  25곳입니다. 전체 계열사 중 48%가 비건설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아이에스해운(해운업) △티씨이(패션업) △삼정이알케이(환경엔지니어링) △아토스터디(교육업) △인선모터스(자동차재활용) △바운스(레저) △이누스(욕실자재) △백년건강지킴이(노인 요양시설) 등도 아이에스동서의 계열회사입니다.

아이에스지주 및 아이에스동서 계열회사 현황.(자료=금융감독원)


2010년 아이에스동서의 계열회사는 10곳이었습니다. 비건설업은 비대 제조업체인 삼홍테크와 아이에스해운, 백년건강지킴이 등이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사업 영역을 다양하게 확장한거죠.

오너인 권 회장의 '건설업 매출 40% 원칙'은 아이에스동서가 신사업을 진출하게 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입니다.

비건설업 계열사 중 자산총액(2019년) 기준으로 인선이엔티(자산총액 3300억원)가 가장 큽니다. 티씨이가 1198억원, 아이에스해운이 976억원입니다. 인선모터스는 665억원입니다. 이들 회사는 사업 분야는 각기 다르지만 아이에스동서의 비건설업 계열사 중 규모가 큰 곳들입니다. 4개 회사의 자산 규모를 합하면 6139억원으로 전체 자산 중 18.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19년 말 기준 아이에스지주의 연결 기준 자산총액은 3조3088억원입니다.

아이에스동서 비건설업 주요 계열사 실적 현황.(자료=금융감독원)


이들 회사의 개별 실적을 살펴보면 인선이엔티를 제외한 대부분이 성장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선이엔티는 2019년 아이엔에스동서에 인수가 완료됐습니다. 인선이엔티는 2019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2019년 별도 기준 매출은 1022억원, 영업이익은 26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25.5%에 달했습니다.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 안팎인데, 폐기물 처리업은 수익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인선이엔티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972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8%(271억원)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55%(189억원) 증가한 34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35%에 달했죠.

인선이엔티의 자회사인 인선모터스는 2019년 매출 767억원, 영업이익은 2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보다 6%(48억원) 줄었고, 영업이익은 21%(5억원) 줄었습니다. 인선모터스는 폐차를 재활용해 고철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2013년 10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6년 만에 71배 커졌습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은 매출 증가세와 비교해 더딘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에스해운은 2019년 148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영업이익률은 33.7%에 달합니다. 아이에스해운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이유는 직접 화물을 운송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에스해운은 2011년 선박 펀드를 활용해 대한조선으로부터 2척의 벌크선을 인도받았습니다. 아이에스해운은 해운사에 선박을 용선해 리스료를 받고 있습니다.

패션업을 영위하는 티씨이는 2019년 연결 기준 1072억원의 매출을 냈습니다. 전년보다 매출은 38% 증가했는데, 영업이익률은 1.2%에 그쳤습니다. 1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 전환했습니다. '박리다매'로 판매하면서 수익성이 안좋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티씨이는 국내 최초로 청바지 원단을 개발한 회사로 2016년 아이에스동서에 인수됐죠.

인선이엔티를 비롯한 4곳의 계열사는 아이에스동서 비건설업 부문의 주력 '편대'입니다. 2019년 4개 회사 영업이익(347억원)이 아이에스동서 등 전체 계열회사의 54%를 차지했습니다. 2018년 이들 회사가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은 6%(234억원)에 그쳤는데 1년 만에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아이에스동서 비건설업 매출 현황.(자료=금융감독원)


이는 주력 계열사인 아이에스동서의 부진 때문입니다. 아이에스동서는 2019년 매출 7897억원, 영업이익 54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보다 93%(7356억원) 줄었고, 영업이익은 600%(3284억원) 줄었습니다. 비건설 계열사가 건설 부문의 부진을 보완하고 있는 셈입니다.

권 회장은 평소 건설업의 매출 비중을 40% 수준으로 유지하고, 비건설업을 육성하라고 강조했습니다. 권 회장의 전략은 건설업이 부진해지면서 '현실'이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파이'가 줄어들면서 비건설업의 비중이 커지는 식으로 말이죠.

아이에스동서의 성장 전략은 여타 기업과 조금 다릅니다. 아이에스동서의 창업주인 권혁운 회장은 주력 사업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죠.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있어 기존 사업과의 연관성을 중시하기 보다 사업성을 우선하는 모습입니다. '돈 되는 사업'이라면 일단 진출하는 거죠. 폐기물 처리업은 한동안 건설 부문의 실적 악화를 보완할 효자 노릇을 한 전망입니다.

 

아이에스동서 리싸이클 사업 현황.(자료=금융감독원)


권 회장은 주력 사업과 크게 연관이 없는 산업인 폐기물 처리 사업에서 성장 전략을 찾았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M&A를 통해 폐기물 처리업체를 인수해 점유율을 늘릴 계획입니다. 권 회장은 폐기물 처리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의 성장 전략이 옳을지는 몇 년 후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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