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의 지난 3년은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를 위한 축적의 시간이었습니다.” 고신용자 위주로 돈을 빌려준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카카오뱅크가 올해부턴 중금리,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린다. 하반기에는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를 위한 100% 비대면 대출에도 나선다. 대신, 돈을 갚을 여력을 판단할 수 있도록 카카오 공동체의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기반에 둔 새로운 CSS를 개발해 내놓을 예정이다. 2021년 카카오뱅크의 계획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에서도 고객들이 카카오뱅크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겠다”면서 “2021년은 ‘카뱅 퍼스트(First)’의 영역과 경계를 ‘더’ 확장하는 한 해로 목표를 정했다”고 말했다.

소홀했던 중·저신용자 대출, 올해는 챙길까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는 제2금융권을 이용하던 중·저신용자를 포용하는 데 맞춰져 있었다. 빅데이터 등 진화한 신용평가체계를 통해 시중은행의 대출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이들에게 대출 문턱을 낮춰주는 게 목표였다. 카카오뱅크도 출범 당시 ‘중금리 대출 확대’를 전면에 내걸었다. 하지만 고신용자에게만 대출이 집중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윤호영 대표는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사잇돌·민간 중금리 대출을 포함해 연 평균 1조2000억원의 중금리 대출을 공급했다”면서도 “카카오뱅크의 외형이 처음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면서 전체 대출에서 중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부분이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규모를 확정하진 못했지만 작년보단 훨씬 많이 공급하겠다는 건 약속한다. 획기적으로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대신 고신용자 대출이 늘어나지 않도록 고삐를 죈다. 지난 1월부터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 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다. 추가로 이날부턴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를 0.34%p 올리기로 했다. 반대로 카카오뱅크 자체 신용에 기반한 민간중금리 대출 상품 ‘중신용대출’의 금리는 최대 0.60%p 내리기로 했다.

더 빌려주는 대신, ‘데이터’ 더 본다

카카오뱅크는 하반기 초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증 없이 카카오뱅크 자체 신용에 기반을 두고 돈을 빌려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중·저신용자와 금융이력부족자(Thin Filer)를 겨냥한 새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개발 중이다. 그동안 누적된 수백만건의 대출, 십억건의 결제이력 등 카카오뱅크 이용자들이 돈을 쓴 이력부터 ‘모바일 행동 특성’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왔다는 설명이다. 통신사 데이터와 함께 카카오 선물하기 이용 기록, 카카오 택시 호출 내역과 같은 비금융정보를 결합해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왔다고 한다.

앞으론 ‘카카오 공동체’로 불리는 카카오 계열사들이 모아온 금융·비금융 데이터 가운데 신용을 판단하는 데 유효한 기록을 끌어와서 카카오뱅크 데이터와 합치고, 이를 통해 대출자의 신뢰도를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실무적인 논의를 시작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는 “일반적으로 (신용평가 모형 설계에) 3년이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카카오뱅크에는 리스크 전문가를 비롯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관련인력 40여명이 있다”며 “이들이 머신러닝 등 AI을 활용해 CSS를 개발하고 업그레이드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쌓아온 데이터를 통해 중금리 대출을 늘리면서도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며 “기업의 목적은 IPO(기업공개)만도 아니고, 수익성만도 아니다. 중금리와 중·저신용자 대출은 (카카오뱅크가) 반드시 가야 할 영역이다. 실력이 갖춰져 있다면 굉장히 큰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하반기 카카오뱅크는 중소벤처기업부·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손잡고 자영업자 대상 대출도 선보일 예정이다. 100% 비대면, 모바일로만 돈을 빌려준다고 한다. 윤호영 대표는 “올해 기업금융에는 첫발을 디딘다”며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대기업 대출은 허들이 있어 어렵다. 그렇지만 포용금융 관점에서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은 카카오뱅크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중소상공인(SME)을 겨냥한 대출 상품을 운영 중인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경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연내를 목표로 추진 중인 IPO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호영 대표는 “내부적으로는 이익 규모보다 고객의 편의성을 통해 많이 들어오는 트래픽, 고객이 자주 사용하고 많이 사용하는 트랜젝션이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한다”며 “이익 등은 열심히 하면 따라오는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상반기에는 IPO가 어려울 듯하다. 준비가 되면 상장 시기는 주관사와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윤 대표는 “해외 진출은 대표로서 굉장히 중요한 의제다. 하지만 올해는 내부적으로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카카오뱅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해외 기업들이 접촉을 해왔지만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당장 줄 수 있는 가치가 아니었다. 그 뒤에 해외진출은 꼭 고민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카카오뱅크는 빠르게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지난해 잠정 당기순이익으로는 1136억원이 예상된다. 수수료에서도 연간 기준 첫 흑자를 냈다. 수수료 부문 순익은 68억원, 순이자손익은 4080억원을 거뒀다. 순이자마진은(NIM)은 1.68%, 연체율은 0.22%였다.

총 자산은 26조6500억원으로 전년대비 3조9260억원 가량 증가했다. 자본은 전년 말 1조6787억원에서 1조원 규모 증자 영향 등으로 2조7970억원으로 늘었다. 2020년말 BIS비율은 20.0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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