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직썰]은 <블로터>와 잡플래닛의 뉴스 서비스인 <컴퍼니타임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코너입니다. 밖에서 보이지 않는 기업의 깊은 속을 외형적 수치가 아닌 직원들이 매긴 솔직한 평점과 적나라한 리뷰를 통해 파헤쳐봅니다.

매출액 2조674억원, 영업이익 929억7300만원. 사상 최대 실적 기록. 지난 5일 발표한 지난해 한샘의 성적표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7%, 영업이익은 66.7% 늘었다. 이번 호실적의 배경에는 코로나19가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가구 소비가 늘었고, 리모델링 수요도 늘었다. 코로나19라는 위기가 한샘에게는 기회가 된 셈이다.

전망도 밝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모델링에 비해 다소 부진했던 가구 부문을 테마별로 분류하고, 타업체 제품들을 한샘몰에 입점해 판매하는 온라인 패키징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며 "2020년이 기저효과와 업황으로 성장성이 높아지는 시기였다면, 2021년은 매장 확대와 캐파 확보라는 펀더멘탈 요인으로 성장성이 도모되는 시기"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한샘은 최대 실적에도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 1월 경찰은 한샘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이유는 불법 비자금 조성과 부정 청탁 의혹 때문. 경찰은 한샘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40억원 이상을 비자금으로 빼돌리고, 공직자 등에게 최대 수천만원 상당의 가구와 인테리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부정 청탁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앞서 한샘은 안팎으로 내홍을 겪어왔다. 지난 2017년에는 사내 성폭행 및 은폐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다. 신입 직원이 사내에서 교육 담당자와 인사팀장 등에게 수차례 성폭력 피해를 당해 이를 알리자, 회사에서 오히려 이를 은폐하려 한 것이 피해 당사자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2018년에는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을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회사가 내홍에 휩싸이면 조직원들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각종 범죄가 일어나는 회사가 일하기 좋기란 힘들다. 특히나 성폭력은 사내 문화와 직결되는 문제다. 지난 2017년 이후 각종 사건이 불거지자, 최양하 당시 한샘 회장은 "성장에 초점을 맞추며 성과 중심으로 가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며 기업 문화를 바꾸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성폭력 사건이 알려진 지 3년이 지났다. 한샘의 조직 문화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기업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에 올라온 한샘의 전·현직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CEO 바뀌고 달라진 점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2017년 한 해 동안 한샘 전·현직자들이 평가한 총만족도는 2.16점. 이후 조금씩 만족도는 높아져 지난해에는 2.66점을 기록했다. '워라밸(업무와 삶의 균형)' 만족도는 1.52점에서 2.21점으로, '사내문화'는 2.02점에서 2.56점으로 크게 올랐다. 조금씩 일하기 좋은 회사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CEO 지지율이다. 2017년 이후 30%를 넘지 못했던 CEO 지지율이 지난해 46%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이 사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회장이 바뀌었다는 것. 한샘을 25년간 이끌어왔던 최양하 회장은 2019년 10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1995년부터 한샘에 합류한 강승후 회장이 취임했다.

직원들은 경영진에게 바라는 점으로 소통과 존중을 말했다. "직원들을 진심으로 생각해주고,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간다는 느낌을 주었으면", "직원들은 소모품이 아닙니다", "복지가 개선됐으면" 등의 바람을 남겼다.

▲  한샘 직원의 만족도와 평가 추이 (컴퍼니타임스 제공)
▲ 한샘 직원의 만족도와 평가 추이 (컴퍼니타임스 제공)

'워킹맘'에 좋은 회사로 변모 중

▲  (한샘 홈페이지 갈무리)
▲ (한샘 홈페이지 갈무리)

"불미스런 사건 이후 빠르게 기업문화가 개선되고 있음. 여성 관련 복지 정책이 강해짐." (18년 12월)

2017년 성폭력 사건 이후 기업문화가 개선되고 있다는 전·현직자들의 평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직무 불문, 모든 직군에서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7년 1점대에 불과했던 사내문화에 대한 만족도는 2018년 2점대로 올라선 뒤 꾸준히 상승 중이다.

특히 지난해 들어서는 '여성이 다니기 좋은 회사'라는 평가가 돋보였다. "기업 문화가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여성 복지에 대한 의식이 있는 회사", "복지 향성을 위해 노력 중. 사내 유치원으로 아이가 있는 신혼에게는 좋은 환경. 엉망이었던 시스템이 나름 갖춰지고 있음", "최근 1~2년 사이 급격히 좋아지고 있는 워라밸. 여성 복지가 잘 돼 있는 편이라 애 낳고 다니기 좋은 기업. 성폭력 사건 이후 여성 복지 잘 개선되고 있는 듯" 이라는 평가가 줄이어 나왔다.

다만 이같은 지원은 '워킹맘'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모든 게 워킹맘인 '엄마' 기준이라 미혼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다"는 리뷰가 눈에 띈다. 한 영업직군 직원은 "회사가 달라지려고 노력하는데 보여주기식이 아닌 꾸준히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직원들은 한샘을 '빡쎔'이라 부른다

▲  (한샘 홈페이지 갈무리)
▲ (한샘 홈페이지 갈무리)

"사원을 갈아서 매출을 이뤄내는 회사. 매출만 달성하면 편하게 다닐 수 있음"
"매출에 따른 확실한 인센티브와 보상이 있는 곳"

영업 중심의 조직인 만큼 영업 담당 직원들의 목소리가 컸다. 그리고 이들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것은 '실적 압박'과 '인센티브'였다. 일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워라밸은 '환상 속의 유니콘' 같은 존재라는 토로가 나왔다.

실제 잡플래닛에 한샘 직원들이 남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37%의 직원들은 '라이프 없이 워크만 존재한다'고 답했고, 79%의 직원들이 하루 평균 9시간 이상 일한다고 답했다. 주 평균 야근은 3일 이상 한다는 응답자가 33%, 월평균 3일 이상 주말 근무를 한다는 응답자는 25%였다.

그래서인지 직원들이 부르는 '한샘'의 별명은 '빡쎔'과 '밤샘'이다. 그래도 과거와 비교하면 워라밸 수준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점대였던 워라밸 만족도는 지난해 2.21점까지 향상됐다.

직원의 경고…"투명한 경영 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

▲  (한샘 홈페이지 갈무리)
▲ (한샘 홈페이지 갈무리)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영업직원들은 "인센티브 제도로 일한 만큼 돈을 더 벌 수 있어서 의지만 있다면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말도 출근을 해야 하고 실적 압박으로 스트레스가 있다", "매출에 대한 압박이 굉장히 크다", "성과가 나오는 대로 연봉 상승에 대우까지 해준다.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추천"이라고 말했다 .

다른 직군은 어떨까? 전 직군에서 "성과 위주. 매출에 급급해서 너무 영업 위주 경영 방침으로 굴러가는 것 같다. 철저한 성과 위주"라며 성과와 매출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는 같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인센티브가 적용되지 않는 직군에서는 보상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디자인 분야에서 일했다는 한 직원은 "공채나 영업이 아니면 연봉이나 인센티브는 포기"라고 말했다.

매출과 실적에 대한 압박이 회사 내 비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직원들도 있다. "돈만 벌면 뭐든지 가능한 회사. 그래서 악습관 폐습이 난무"(다자인/ 18년 2월) "회사 내 비리가 많음. 돈 횡령 사건 다수 발생" (IT/ 2017년 8월)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비자금 조성과 부정 청탁 의혹이 수사 중인 상황을 고려하면 웃어넘기기 힘든 지적이다. 영업직군의 한 직원은 "매출에 따른 확실한 인센티브와 보상이 있는 곳. 매출에 대한 압박이 굉장히 큼. 윤리적인 부분에서 투명한 경영을 하지 않으면 무너질 회사"라는 의미심장한 경고를 남겼다.

 

※[기업직썰]의 내용은 <잡플래닛>의 리뷰 자료를 기반으로 합니다. 기사는 <블로터>와 잡플래닛의 뉴스 서비스인 <컴퍼니타임스>에서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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