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웹젠 노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발행일 2021-04-05 15:57:28
게임기업 '웹젠'이 노동조합(이하 노조)을 설립했다. 이는 게임업계에서 넥슨,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에 이은 네 번째 사례이며 올 들어 처음 설립된 게임기업 노조다. 

5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하 화섬 노조)에 따르면, 'R2M'과 '뮤' 시리즈를 서비스 중인 웹젠에 노조가 설립됐다. 웹젠 노조의 별칭은 '웹젠위드'(WEBZENWITH)로 결정됐다. 

"공정 평가·투명 분배 없었다" 

웹젠 노조 측은 지난해 '뮤 아크엔젤', 'R2M' 등 주력 게임을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균등한 분배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웹젠은 연간 기준 매출 2940억원, 영업이익 1082억원, 당기순이익 862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67%, 109%, 104%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진=웹젠 홈페이지 갈무리)

높은 성장세와 함께 2000만원의 연봉인상 계획이 발표됐지만 내부에서는 이런 움직임에 큰 반발이 뒤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웹젠이 사내 공지를 통해 임직원의 평균 보수를 2000만원 올렸다고 발표했지만, 직원별 인상폭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임직원 중 일부가 거액의 성과급을 받아 평균 보수가 상승한 것이지, 전 직원에게 고르게 분포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웹젠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업력 20년 이상의 게임업체인 웹젠은 노사 공동노력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만 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많은 성과를 이뤘다"면서도 "그러나 함께 고생하며 이뤄낸 많은 성과에 대해 공정한 평가와 투명한 분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웹젠 노조는 조직 문화 개선과 공동 이익 창출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웹젠 노조 측은 "노사 임직원간 공정한 소통과 건강한 운영을 견인해 조직문화를 바꿔갈 계획"이라며 "불투명한 조직운영을 개방하며 회사가 평가 기준을 공개하도록 해 노사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게임업계, 노조 설립 이어질까

웹젠이 노조를 설립하면서 게임업계에 영향을 줄 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지난 2018년 넥슨 '스타팅포인트'가 설립된 후 노조 설립 바람이 불었다. 넥슨 노조가 설립된 후 이틀 만인 2018년 9월 5일 스마일게이트 노조 'SG길드'가 출범하며 조직 문화 개선 열풍이 일었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노조가 설립될 당시만 하더라도 개발 조직 등 직원 처우 개선에 무게가 실렸다. 주 52시간제 시행과 맞물려 '코어 타임'(업무 집중시간)과 '크런치 모드'(강제 야근) 등 개발 조직에 대한 이슈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당시 많은 게임 기업과 임직원들이 노조 설립에 대해 열띤 반응을 보이면서 기업마다 근무제 개선 및 크런치 모드 해결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사진=각사 제공. 그래픽=채성오 기자)
웹젠 노조는 게임업계 노조 설립 열풍이 불던 2018년도의 분위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전 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이뤄짐에 따라 IT·게임업계를 포함, 개발자가 부족한 현상이 이어졌다. 특히 올 들어 신작 및 해외 시장을 준비하고 있는 게임 기업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얻은 반사이익을 인건비에 대거 투자하는 등 인력 충원 및 보존을 위한 연봉인상책을 꺼내들었다. 

이 시점에서 불거진 내부 이슈가 노조 설립의 결정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게임 기업 내 개발직군의 중요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사업 부서별 성과금 및 연봉 인상분 격차가 커짐에 따라 내부 불만이 쌓인 것이다. 대외적으로 '2000만원 연봉 인상'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괄 상승을 기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개발자 확보를 위한 경쟁적 연봉인상이 이어질 만큼 개발직군에 대한 우대가 불가피한 것 같다"면서도 "비개발직군 보수도 함께 인상하는 기업들이 있는 만큼 직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복지 정책이 변수"라고 말했다.   

(사진=화섬 노조 IT위원회 입장문 갈무리)
한편 게임 기업 노조들은 웹젠 노조 출범을 지지하고 있다.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는 이날 화섬 노조 IT위원회의 입장문에서 "웹젠이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1인당 평균 2000만원의 보상을 책정했다는 공지를 내 세계관 최강자의 등극을 의심치 않아하며 박수친 바 있다"며 "그러나 그저 평균의 오류라고만 볼 수 없는 분명한 의심과 불만의 지표들이 웹젠 직원들 사이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노동자들끼리 뭉치는 것이 치트키를 의미하진 않지만 게임을 만들고 하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 같이 해야 더 재밌고 보상도 많다"며 "어려운 결심이었겠지만 당연한 선택이다. 친구로서 그 용기를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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