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사진=삼성전기)
▲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사진=삼성전기)

전자부품소재기업 켐트로닉스가 삼성전기 무선통신(와이파이) 모듈사업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4개월 만에 180도 뒤집힌 선택이다. 삼성전기는 선입금된 계약금 전액을 켐트로닉스 자회사 위츠에 반환했다. 위약금도 요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켐트로닉스는 지난 28일 자회사 위츠의 삼성전기 와이파이 모듈사업 인수 양수도 계약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위츠가 삼성전기에 기지급한 계약금은 전액 반환된다. 위약금도 발생하지 않는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공시 내 ‘철회 사유’는 켐트로닉스 귀책사유로 보이는데 삼성전기가 조건 없이 계약금만 반환했다는 것이다.    

켐트로닉스는 지난 28일 공시에서 계약 철회 사유를 “와이파이 모듈 시장이 급변해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켐트로닉스가 시장 상황을 잘못 전망해 4개월 만에 인수를 철회한다는 뜻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위약금 요구 없이 계약금만 반환하는 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협상 과정에서 양측 모두 귀책사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와이파이 모듈사업 인수 계약에는 삼성전기의 생산설비 일부와 인력, 고객사 영업권 등이 포함돼 협상이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 측의 귀책사유도 있었냐는 질문에 삼성전기 관계자는 “상호 합의하에 위약금 없이 계약금을 반환하기로 했다”고 짧게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10월부터 와이파이 모듈사업 매각을 준비해왔다. 이후 지난해 12월 켐트로닉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지난 1월 켐트로닉스 자회사 위츠와 영업 및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삼성전기는 사업보고서에서 매각 목적을 “주력 사업에 대한 경영역량 집중”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전기 사업부문별 매출액 비중. (출처=삼성전기 사업보고서)
▲ 삼성전기 사업부문별 매출액 비중. (출처=삼성전기 사업보고서)

업계는 삼성전기가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기는 최근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2019년 4월 무선충전모듈 사업을 켐트로닉스에 매각했다. 고밀도회로기판(HDI) 사업도 정리했다. 최근엔 경영성인쇄회로기판(RFPCB) 사업을 처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와이파이 모듈사업은 삼성전기 수익에 큰 도움이 안 된다. 글로벌 와이파이 모듈 시장은 일본 무라타전기와 삼성전기가 과점하고 있다. 기술보다 가격 중심 경쟁이 이어지고 있어 정리가 시급하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에서 지정한 칩의 원가 등으로 인해 와이파이 모듈 가격 인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매각 대상 중 하나인 삼성전기 태국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2884억원이다. 지난해 모듈사업 매출액(2조8024억원)의 10.2%에 달하는 수치다.  

한편 켐트로닉스는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켐트로닉스는 인수 계약 진행을 위해 외부 자금을 끌어오거나 사채를 발행해야 했다. 실제로 켐트로닉스는 지난 3월 말 자회사 위츠의 유상증자에 출자하기 위해 2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 켐트로닉스 관계자는 “발행한 전환사채 등은 다음 달 중 모두 반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켐트로닉스 차입금 추이. (자료=켐트로닉스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 켐트로닉스 차입금 추이. (자료=켐트로닉스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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