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술의 발전과 팬데믹 이후 시중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DT)을 위한 경쟁이 가속되고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서 뒤처지면 미래도 없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모든 것을 디지털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시대적 과제 앞에 주요 은행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살펴봤다.

“디지털 금융 기업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도태” 

KB국민은행은 전통은행을 넘어 ‘넘버원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올해 새로운 지향점으로 ‘비욘드 뱅크, 투워드 플랫폼(Beyond Bank, Toward Platform)’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기술, 인력, 프로세스, 문화 등에서 각종 변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 허인 KB국민은행장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 허인 KB국민은행장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2017년 11월 수장에 오른 허인 행장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DT)을 진두지휘하면서 ‘디지털 KB’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허 행장은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사라지고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허인 행장은 “팬데믹의 영향으로 산업 전반에서 공급자와 소비자가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는데 금융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우리가 10년 뒤에도 리딩뱅크의 위상을 유지하는 길은 ‘디지털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직개편으로 전행 차원 디지털 혁신 추진

▲ KB국민은행 조직도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 KB국민은행 조직도 (그래픽=박진화 디자이너)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디지털 부문 강화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기틀을 마련했다. 

우선 디지털, IT, 데이터 등 기능별로 분리됐던 조직들을 고객 관점에 기반한 플랫폼 조직으로 전면 개편했다. 해당 조직은 △고객 중심의 상품·서비스 혁신을 지향하는 ‘Biz플랫폼’ △기술역량을 고도화하고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전행 지원형 플랫폼 △기술적 기반을 관리하는 ’인프라형 플랫폼‘으로 구분된다. 

특히 Biz플랫폼은 고객 접점에 위치한 사업그룹(8개 부문)에 각각 편재됐다. 과거 단일 조직 중심으로 추진했던 디지털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행 차원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IT기술 인프라와 AI, 클라우드 등 혁신기술을 총괄하는 테크그룹이 신설됐다. 새로 출범함 테크그룹은 기술적으로 은행의 변화를 이끌고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데이터 및 기술 관점에서의 지원 등으로 역할이 크게 확대됐다. 

국민은행은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핵심사업 부문 조직명칭에 '단'을 부여하며 힘을 싣기도 했다. 마이데이터플랫폼단, 개인마케팅단, 리브모바일플랫폼단, 미래컨택센터추진단, 기관영업추진단, 클라우드플랫폼단 등에 본부장급 부서장을 두고 의사결정 속도와 실행력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순혈주의’ 깨고 인재 영입…내부 역량 강화도

▲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사진=KB국민은행 제공)
▲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사진=KB국민은행 제공)

국민은행은 생존과제인 디지털 전환 달성을 위해 외부 인재 모시기에도 적극 나섰다. 지난 2019년에는 데이터전략본부장에 윤진수 전 현대카드 상무를 영입했고, 지난 4월에는 테크그룹 소속 테크기술본부장에 박기은 전 네이버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했다. 

단순히 외부 인사 영입에만 머물지 않고 내부 인력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는 중이다.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체계적인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KB에이스아카데미 과정에서는 ‘DT기획’ 분야를 비롯해 AI, 블록체인, 오픈API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수준별 연수를 진행 중이다. 

또한 IT 비전공자 대상 코딩역량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 실시, DT핵심 인재 양성을 위한 대외 MBA과정 운영 등 인적자원의 혁신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이외에도 IT비전공자 대상 코딩 역량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 실시, DT핵심 인재 양성을 위한 대외 MBA과정 운영 등 인적 자원의 계발을 위한 노력에 계속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신기술 협력 위해 외부와 적극 ‘맞손’ 

KB국민은행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외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와 디지털 혁신 연구센터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디지털 금융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며. 연구 분야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아키텍처, 보안 등이다. 

또힌 같은 달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와 ‘데이터·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기술 개발 및 디지털 생태계 확산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데이터와 AI 신기술을 활용한 비즈니스 협업, 국내 스타트업 대상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및 기술 교육 지원, KB국민은행 직원 대상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한다. 신기술 개발은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Azure)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최신 데이터와 AI 분석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 IT 특화 지점인 KB InsighT 외관 (사진=KB국민은행 제공)
▲ IT 특화 지점인 KB InsighT 외관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외부 업체의 사업제안 및 기술협업 제안도 적극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KB국민은행의 IT 특화 지점인 KB InsighT(인사이트) 지점 내에서 운영 중인 ‘테크데스크’를 신기술 검증 및 협업 기능 중심으로 개편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나 테크기업과 소통을 활성화하고 최신 기술 소개와 기술검증을 할 수 있게 개선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좋은 금융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행 역량이 부족한 기업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혁신적인 금융서비스에 도전하고 싶은 기업을 언제든 환영한다”고 밝혔다.

고객 위한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 선언

KB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중으로 ‘뉴 KB 스타뱅킹’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용고객 1600만명에 달하는 대표 뱅킹 앱인 ‘KB스타뱅킹’을 8년 만에 전면 개편하는 것으로 180억원을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뉴 KB스타뱅킹은 빠른 앱 구동, UX·UI 최적화로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미래 금융 허브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틀을 갖출 방침이다. 

오프라인에서도 KB국민은행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의지가 감지되고 있다. 내년까지 ‘지능형 자동화기기(STM)’를 지금의 140여대에서 300개까지 두 배로 늘려 전체 점포의 30%까지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STM은 기존 ATM처럼 입·출금 업무를 제공하는 동시에 체크카드 신규·재발급, 보안카드·OTP 발급, 통장 재발급, 비밀번호 변경 등이 가능해 영업점 업무를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다. 

다양한 노력을 통해 디지털 금융 시대를 앞서가는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KB국민은행은 기업의 전략부터 운영 프로세스, 조직, 인적 역량 등 모든 것을 플랫폼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작업은 허인 국민은행장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DT)과 연결된다. ‘고객에게 가장 사랑받는 넘버원 금융 플랫폼 기업’을 향해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허 행장은 금융 플랫폼 생태계의 중심에 서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올해 신년사를 통해 허인 행장은 “KB국민은행의 플랫폼 조직은 경쟁은행보다 나은 상품과 서비스 제공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플랫폼 조직의 강점을 살려 고객과 시장에 대응하는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나감과 동시에 기존 디지털 플레이어보다 혁신적이고, 매력적이고, 더 편리한 고객 경험을 목표로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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