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실리콘웍스)
▲ (사진=실리콘웍스)

LG에서 LX로 편입된 실리콘웍스(이하 LX세미콘)가 사업 목적에 반도체 장비 등을 추가했다. 그룹의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회사가 된 만큼 향후 반도체 사업확장의 ‘문’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LX세미콘 체제에서 타 반도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LX세미콘은 지난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주주총회소집공고’를 통해 사업 목적을 바꾸는 정관 변경 안건을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 실리콘웍스 주주총회에서 다룰 안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실리콘웍스 주주총회에서 다룰 안건.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임시주총은 오는 25일 대전 유성구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리며 통과 시 바뀐 정관은 오는 7월 1일 적용된다.

사업 목적은 변경 전 ‘1. 반도체 설계 및 제조’에서 변경 후 ‘1.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응용부품 등의 설계, 제조, 설계용역, 판매, 유지보수 및 관련 부가서비스’로 바뀐다. ‘2. 반도체, LCD 설계용역’도 ‘2. 전자, 전기·디스플레이, 기계 기구 관련 소재, 부품, 모듈 부속품 등의 설계, 제조, 설계용역, 판매, 유지보수 및 기타 부가 서비스’로 구체화됐다.

LX세미콘은 반도체 공장 없이 반도체의 개발, 설계만 하고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기는 팹리스(Fabless)다.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집적회로(DDI)와 DDI에 화상 정보를 신호로 전달하는 티콘(T-CON) 등을 설계하며, 특히 OLED용 DDI에 있어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그간 LX세미콘은 LG 산하에서 계속 현금을 쌓아왔고, 이에 반도체 업계에선 이 자금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언급돼왔다. 실리콘웍스의 2021년 1분기 현금·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총 3044억원이며 차입금은 없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중소형 반도체 회사를 인수할 자금력은 갖춘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선 최근 LX세미콘이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앞서 <아주경제>가 지난 7일 실리콘웍스가 국내외 팹리스 업체 인수를 타진 중이라 보도했고, 실리콘웍스 안팎에서도 모 팹리스 업체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구본준 LX그룹 회장.(사진=LG)
▲ 구본준 LX그룹 회장.(사진=LG)

바뀌는 정관상 사업 목적에 ‘반도체 제조장비 설계, 제조’가 추가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전통적인 팹리스로서 아날로그 반도체만 설계하던 LX세미콘이 언제든 장비 사업으로도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변화가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과거 반도체 행보와도 맞물린다. 구 회장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LG반도체 대표를 맡았지만 IMF 사태 당시 정부가 주도한 ‘빅딜 정책’으로 회사가 현대전자에 흡수당하는 ‘비운’을 맛보기도 했다.

이후 구 회장은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LG전자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이끌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구 회장 아래 LCD 업계 1위에 오르면서 오늘날 대형 OLED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신사업에 대한 감각이 있다는 평을 듣는 만큼, LX세미콘의 추동력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LX세미콘 측은 당장 신사업에 나서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LX세미콘 관계자는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을 재정립한 것일 뿐 당장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사업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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