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서 LX로 편입된 실리콘웍스(이하 LX세미콘)가 사업 목적에 반도체 장비 등을 추가했다. 그룹의 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회사가 된 만큼 향후 반도체 사업확장의 ‘문’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LX세미콘 체제에서 타 반도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LX세미콘은 지난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주주총회소집공고’를 통해 사업 목적을 바꾸는 정관 변경 안건을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임시주총은 오는 25일 대전 유성구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리며 통과 시 바뀐 정관은 오는 7월 1일 적용된다.
사업 목적은 변경 전 ‘1. 반도체 설계 및 제조’에서 변경 후 ‘1.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응용부품 등의 설계, 제조, 설계용역, 판매, 유지보수 및 관련 부가서비스’로 바뀐다. ‘2. 반도체, LCD 설계용역’도 ‘2. 전자, 전기·디스플레이, 기계 기구 관련 소재, 부품, 모듈 부속품 등의 설계, 제조, 설계용역, 판매, 유지보수 및 기타 부가 서비스’로 구체화됐다.
LX세미콘은 반도체 공장 없이 반도체의 개발, 설계만 하고 생산은 파운드리에 맡기는 팹리스(Fabless)다.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집적회로(DDI)와 DDI에 화상 정보를 신호로 전달하는 티콘(T-CON) 등을 설계하며, 특히 OLED용 DDI에 있어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그간 LX세미콘은 LG 산하에서 계속 현금을 쌓아왔고, 이에 반도체 업계에선 이 자금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언급돼왔다. 실리콘웍스의 2021년 1분기 현금·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총 3044억원이며 차입금은 없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중소형 반도체 회사를 인수할 자금력은 갖춘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선 최근 LX세미콘이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앞서 <아주경제>가 지난 7일 실리콘웍스가 국내외 팹리스 업체 인수를 타진 중이라 보도했고, 실리콘웍스 안팎에서도 모 팹리스 업체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뀌는 정관상 사업 목적에 ‘반도체 제조장비 설계, 제조’가 추가되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전통적인 팹리스로서 아날로그 반도체만 설계하던 LX세미콘이 언제든 장비 사업으로도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변화가 구본준 LX그룹 회장의 과거 반도체 행보와도 맞물린다. 구 회장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LG반도체 대표를 맡았지만 IMF 사태 당시 정부가 주도한 ‘빅딜 정책’으로 회사가 현대전자에 흡수당하는 ‘비운’을 맛보기도 했다.
이후 구 회장은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LG전자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이끌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구 회장 아래 LCD 업계 1위에 오르면서 오늘날 대형 OLED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신사업에 대한 감각이 있다는 평을 듣는 만큼, LX세미콘의 추동력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LX세미콘 측은 당장 신사업에 나서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LX세미콘 관계자는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 목적을 재정립한 것일 뿐 당장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새로운 사업은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