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알기 쉽게 풀어봅니다.

"덕후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NFT(대체 불가능 토큰, Non-Fungible Token) 시장에서 증명될 수 있을까요. 현재 NFT 시장은 가상자산(암호화폐)에 관심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유망하지만, 대중에게는 '그사세(그들이 사는 세상)'로 보이는 측면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애호하는 대상에 열정적으로 소비하는 '덕후'들이 NFT 시장에 참여해 거래량이 확대된다면, 주식시장처럼 전문가 영역에서 탈바꿈해 대중들이 참여하는 투자처가 될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누구보다도 수익성에 민감한 대기업들이 팬덤을 겨냥한 NFT 상품들을 우후죽순 선보이면서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 'DC 팬덤' 이벤트 관련 이미지(사진=DC코믹스 트위터)
▲ 'DC 팬덤' 이벤트 관련 이미지(사진=DC코믹스 트위터)

국내 주요 게임사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통해 에이비식스(AB6IX), 에이티즈(ATEEZ), 조유리 등 인기 아이돌의 NFT 굿즈를 출시 중입니다. 앞으로도 유니버스 참여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형태 NFT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하네요.

세계적인 만화사 DC코믹스(DC Comics)는 NFT 발행사인 팜NFT와 파트너십을 맺고 배트맨, 슈퍼맨, 그린 랜턴, 원더우먼, 할리퀸 등으로 구성된 첫 NFT 컬렉션을 5일(현지시간) 발행하고, 16일 'DC 팬덤' 이벤트에서 배포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반응을 살펴볼까요. "오 제기랄, DC NFT좀 줘!", "마블이 같은 일을 하면 얼마나 가격이 뛸지 상상해봐", "NFT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큰 흐름이 될 것이다. 디파이보다도 더."

NFT가 뭔데 이렇게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것일까요. NFT란 디지털 작품이 '진품'임을 증명하는 기술입니다. 현실세계에서는 감정사의 전문기술을 통해 작품의 위조 여부를 감별하고 거래가 이뤄지죠. 원작은 '단 하나'라는 희소성에 기반해 가격이 오를 수 있어 투자자산이 됩니다. 그렇지만 디지털 작품에 감정을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 컴퓨터에 '작품.JPG' 파일을 복사해서 '작품-사본.JPG'를 만들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0과 1로 이뤄진 픽셀 값이 완전히 같겠죠. 복사한 사람이야 원본 파일을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를 것입니다. NFT는 '작품.JPG' 파일이 원본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위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시스템에 저장하는 기술입니다. '원본 증명서'인 NFT를 통해 디지털 작품도 투자성이라는 성질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투자성에 기인해 '대박사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2006년 올렸던 '내 트위터 설정 중'이라는 첫 트윗은 NFT 형태로 290만 달러(약 34억원)에 팔렸습니다. 디즈니랜드를 간다는 어머니의 말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2살 여아의 유명 밈(meme·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콘텐츠) 이미지는 NFT 경매에서 7만4000달러(약 8800만원)에 낙찰됐죠.

다만 "NFT는 무조건 돈이 된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닙니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이 NFT로 만든 미술작품은 6930만 달러(약 823억원)라는 천문학적 가격에 팔렸는데, 구매자는 다름 아닌 NFT 펀드사 임원이었다고 하네요. 반면 코빗의 'NFT 마켓'을 들어가보면 가격을 제안한 사람이 없는 NFT 작품이 허다하고요.

직접적인 이해 관계자들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는 작품 위주로 거래하는 시장이 지속가능성을 가진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대중들은 NFT가 투자자산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NFT의 가치에 동의하는 사회적 약속이 아직 맺어지지 않은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엔터테인먼트사나 만화사의 참여는 NFT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콘텐츠의 '유통량'이 늘어나 거래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고, 시장 관심도의 척도인 '거래량'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엔터테인먼트사의 공식적인 업종분류가 '출판 인쇄 및 기록매체 복제업'이라는 점만 떠올려 봐도, 이들 회사는 콘텐츠의 양산에 특화돼 있습니다. 가수 양요섭의 한 싱글앨범은 수록되는 랜덤 포토카드가 105종에 달했다고 하죠. 또 아이돌의 무대는 같은 노래라도 뮤직뱅크, 음악중심, 인기가요 등 방송사 프로그램부터 지방행사까지 무대에 따라 다른 콘텐츠로 취급받고, 또 멤버별 개인 직캠까지 파생 콘텐츠가 연이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양산된 콘텐츠는 다 돈이 됩니다. 팬이라면 100종에 달하는 포토카드를 다 가지고 싶을 것이고, 유튜브에 게재된 멤버별 영상은 수익화돼 소속사에 기여하겠죠. 이런 굿즈가 NFT로 발행된다면 어떨까요. '다른 팬에게 없는 유일무이한 최애의 콘텐츠'라는 희소성이 소장욕구를 자극할 것입니다. 만약에 최애가 바뀌었다고 한다면 이 NFT를 다른 팬에게 재판매할 수도 있죠.

최애에 대한 애정이 NFT 시장의 활성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입니다. 팬덤의 저변 자체가 10~20대 젊은층뿐 아니라 경제력 높은 50대 이상의 중장년층까지 넓어진 것도 긍정적입니다. 임영웅, 이찬원 등 트로트 가수의 노래를 음원 사이트에서 무한 스트리밍한다거나, 인기도 투표에 참여하는 식으로 아이돌처럼 소비하고 있죠. 더 나아가 DC 코믹스 팬덤은 전 세계적인 규모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유통량과 거래량이 활발한 시장이라면 '경제적 자유'를 원하는 일반인들이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유명 아이돌의 소속사인 하이브의 시가총액이 현재 11조3833억원입니다. BTS와 TXT가 창출할 콘텐츠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는 데 기대를 걸고 일반 투자자들도 뛰어든 것입니다.

과거 '데이터 쪼가리'로 폄훼받던 비트코인이 투자자들의 참여 확대로 현재의 시세를 형성하는 것처럼, NFT는 팬덤부터 시작해 일반인들에게 침투율을 높여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NFT 대중화는 팬덤에서 시작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Hashed)와 블록체인 생태계 엑셀러레이터 디스프레드(DeSpread)가 함께 오는 5일 '코리아 NFT 로드쇼 2021(Korea NFT Roadshow 2021)'을 함께 개최한다고 합니다. NFT가 어떻게 활용되고 기존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NFT 시장에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참여해 정보를 얻어가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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