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알기 쉽게 풀어봅니다.

이 둘이야말로 진정한 깐부(단짝)가 아닐까요. 올해 세계적으로 '밈 코인'과 '밈 주식'으로서 각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도지코인(DOGE)과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 AMC 엔터테인먼트(이하 AMC)가 뭉쳤습니다.

애덤 아론 AMC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미국 현지시간) 도지코인을 자사 영화 상품권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아론 CEO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도지코인 결제 허용을 묻는 설문조사 게시물을 올렸는데, 24시간 동안 42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14만표 중 77%의 찬성이라는 높은 호응을 얻었죠. 그는 "여러분들은 AMC가 도지코인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고 해석했습니다.

▲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 AMC가 도지코인 결제 지원을 알리고 있다.(사진=AMC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 AMC가 도지코인 결제 지원을 알리고 있다.(사진=AMC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왜 AMC 주주들은 도지코인 허용 소식에 압도적인 호응을 보낸 것일까요? AMC 주주들이 '숏 스퀴즈(공매도 쥐어짜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헤지펀드 등 공매도 투자자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일단 빌려서 팔고,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냅니다. 반대로 주가가 계속 오르면 손실은 그만큼 커지겠죠? 손실을 줄이기 위해선 더 오르기 전에 주식을 사야 하는데, 정작 시장에 물량이 적으면 더 비싼 값을 치러서라도 살 수밖에 없겠죠. AMC 주주들은 이런 숏 스퀴즈를 노리는 겁니다.

AMC는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코로나19 영향으로 22억 달러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내며 생존이 불투명했습니다. AMC의 기사회생은 공매도 세력에 대응해 숏 스퀴즈를 이끌어 내자는 미국 개미들의 매수 운동 덕분입니다. AMC 주가는 올 1월 27일 전날 대비 301.21% 오르고, 28일엔 56.63% 하락하며, 6월 2일에는 95.22% 오른 62.5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달 8일 기준 주가는 37.19달러지만, 지난해 같은 날 4.14달러에 비하면 약 9배 높은 가격입니다.

숏 스퀴즈가 발생하기 위해선 유통량을 희소하게 해줄 개인 투자자들이 더 들어와야 합니다. 저조한 재무건전성에 비해 AMC 주가는 상당히 높아진 상태죠. 만약 매수세보다 공매도세가 더 세다면 '투더문(달에 닿을 만큼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외치던 기존 투자자들도 "도망쳐"라면서 이탈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AMC에도 좋지 않은 시나리오죠.

AMC의 도지코인 채택은 투자자들의 매수근거인 '기대감'에 기대감을 곱하는 전략입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도지코인은 이날 기준 시총 10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도지코인을 영화 매출로 끌어올 수 있다면 추가적인 매출 상승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근거를 더해줄 수 있죠. AMC의 올 2분기 매출은 지난해 1890만 달러에서 4억4470만 달러로 증가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인 3억7500만 달러를 넘어선 것입니다.

가격이 실제로 오를 것이냐, 내릴 것이냐를 떠나서 더 중요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밈 코인과 밈 주식의 만남은 그 둘의 '밈' 성격을 지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산업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OTT(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의 대중화로 예전처럼 부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AMC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결되면 팬데믹 이전 관객수의 80~90%를 다시 끌어올 것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고 합니다. OTT 사업자들보다 먼저 가상자산 결제를 지원한 만큼, 투자자들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사업모델을 구상할 수 있죠. 이는 숏 스퀴즈의 실제 발생 여부를 떠난 영역입니다.

레딧이나 트위터에서 재밌는 콘텐츠를 올린 사람에게 팁 성격으로 주던 밈 코인인 도지코인은 전 세계적으로 약 950개의 극장과 1만500개의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는 AMC의 채택에 따라 결제수단으로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됐습니다. 미국의 전자제품 온라인 쇼핑업체인 뉴에그(Newegg), 미국프로농구(NBA)팀 댈러스 매버릭스(Dallas Mavericks)의 채택에 이은 사례죠. 훗날 가게 앞에 '도지코인 받아요'라는 알림을 볼 가능성도 있는 셈입니다.

사실과 가상이 혼재된 세상은 이미 우리와 맞닿아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인 '한사랑산악회'는 최근 대한산악연맹의 실제 홍보대사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이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없어졌네요", "기믹의 정점은 피식대학이 아닐까" 등의 반응을 전했습니다. 한사랑산악회가 진짜 산악회이든 아니든 실생활인 산악에 대한 저변을 넓히는 것 자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요? 도지코인의 사례도 그러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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