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성동구의 한 베이커리에서 KT AI 통화비서가 고객의 요청사항을 받고 있다.(사진=KT)
▲ 서울시 성동구의 한 베이커리에서 KT AI 통화비서가 고객의 요청사항을 받고 있다.(사진=KT)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하 디지코)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KT가 새로운 인공지능(AI) 전략을 발표하는 날 전국적인 '인터넷 먹통' 사태가 발생하면서 회사의 'AI 청사진'은 빛이 바랬다.

KT는 25일 오전 10시부터 구현모 대표가 영상을 통해 직접 소개하고 AI 관련 부문장들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기 위해 총출동한 'AI 전략 기자간담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KT는 이날 대기업뿐 아니라 소상공인도 사용할 수 있는 AI 컨택센터(AICC) 서비스인 'AI 통화비서'를 공개했다. AI 통화비서는 AI가 고객의 전화를 사람 대신 받아주는 서비스다. 고객이 매장 유선번호로 전화를 하면 사전에 지정한 스마트폰으로 연결돼 AI가 응대를 하는 방식이다.

2025년 AICC서 매출 5000억원 낸다
AI 통화비서에는 KT가 개발한 AI능동복합대화 기술이 적용됐다. AI 능동복합대화는 대화의 흐름을 인식하는 '다이내믹 모델링'을 적용해 고객의 말을 잘 이해하는 기술이다. AI가 고객의 의도를 능동적으로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물어보고 대화의 문맥을 기억해 자연스러운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KT는 궁극적으로 AI 능동복합대화를 통해 사람처럼 대화가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KT는 AI 통화비서를 통해 복잡한 문의에 대한 답변과 예약, 주문 등을 처리할 수 있어 1인 점포나 손님이 몰리는 매장에서 활용도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AI 통화비서는 밤낮, 휴일 구분 없이 365일 24시간 고객응대가 가능하다. AI가 비영업시간에도 예약 등을 처리하므로 점주는 그 시간에 휴식을 취하거나 고객 요청, 불만사항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용자가 몰릴 때 통화가 힘들었던 동네 미용실이나 식당처럼 일선 가게에도 시간대와 관계없이 문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꽃가게가 문을 닫은 밤 시간대에 전화로 "내일 오전 9시 노랑색과 핑크색 꽃이 섞인 여자친구 선물용 꽂다발을 준비해달라"고 문의를 남기면 사장의 휴대폰으로 해당 내용이 전송된다. 사장은 다음날 일찍 꽃다발을 준비한 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 고객은 가게가 문을 닫아도 문의를 할 수 있고 가게 사장은 밤이나 다음날 이른 아침에 준비를 하며 고객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KT는 앞서 100명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AI 통화비서의 시범 서비스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A'I 통화비서 덕분에 음식을 만들고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AI 통화비서는 KT의 고객센터에도 적용됐다. 300개 이상의 복잡한 업무처리를 하는 환경에서 AI 통화비서의 상담처리율은 70%를 기록했다.

옥경화 KT IT전략본부장은 "보이스봇에 익숙하지 않아 중간에 전화를 끊거나 잘 처리하다가 마지막에 처리가 안 된 경우도 실패로 처리하는 보수적 기준을 적용했다"며 "AI가 데이터들을 재학습함으로써 90% 이상의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AI 통화비서의 월 이용료는 2만2000원(부가세 포함)이다. KT는 AI 통화비서 서비스를 공공 및 금융 시장으로 확대해 오는 2025년에는 AICC 사업에서 연간 5000억원의 매출을 낸다는 목표다.

KT는 이미 잘하고 있는 사업을 AI로 전환하며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내기 위해 AI 사업에서 AICC를 핵심으로 삼았다. 최준기 KT AI·빅데이터사업본부장은 "KT는 어떻게 답했을 때 고객이 만족하는지에 대한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 등을 보유했다"며 "내재화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AI 사업을 키우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먹통' 복구했지만 피해 보상·재발 방지책 남아
KT는 AI 전략에 대한 발표를 하며 디지코 전환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지만 간담회가 마무리된 지 약 20분 후인 11시20분경부터 전국 각지에서 KT의 인터넷이 먹통이 됐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KT의 인터넷망을 쓰는 기업에서는 업무가 중단됐으며 점심 장사를 앞둔 식당과 카페 등 일선 매장에서는 카드 결제가 막히면서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KT는 당초 네트워크에 대한 외부의 디도스 공격을 원인으로 추정했지만 확인 결과 라우팅 오류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디도스 공격은 다른 PC들을 원격 조종해 특정 웹사이트에 동시에 접속시킴으로써 단시간 내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사이버 공격 방식을 말한다. 라우팅은 망 내에서 최적의 데이터 이동 경로를 설정하는 절차다. 이 절차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이번 사고의 원인이 있었다는 의미다. KT는 인터넷 먹통이 발생한 지 약 80분만인 12시40분 복구를 완료했다.

이번 인터넷 먹통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입자들에 대한 피해보상 방안과 재발방지책 등의 후속 조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조사 후에 나올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오후 12시45분경 KT로부터 서비스 복구를 보고받았지만 정보통신사고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을 상황실장으로 한 '방송통신재난대응상황실'을 구성해 완전한 복구여부를 확인중이다. 과기정통부는 11시56분 정보통신사고 위기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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