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전성시대를 지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형성되고 있다. 단순히 누구나 손쉽게 온라인이나 모바일 플랫폼에 자신의 창작물을 노출시키며 주목받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지나, 창작물을 통해 직접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관련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 (사진=다이아TV)
▲ (사진=다이아TV)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는 어떻게 형성될 수 있었을까.

먼저 플랫폼들이 크리에이터들에게 경쟁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 이유에서 답을 찾자면 플랫폼 사이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엔 ‘틱톡’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틱톡이 나오기 전 플랫폼들은 각자 차별화한 영역에 각각 시장을 두고 있었다. 예컨대 유튜브는 주로 영상, 페이스북은 글, 인스타그램은 사진, 이런 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 성향에 따라 크리에이터들의 활동 무대가 나뉘었다.

하지만 틱톡은 이 다양한 포맷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숏폼 형태의 플랫폼이다. 여기에 참여와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기도 한데, 대표적으로 일반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 ‘챌린지’ 문화를 만들어 냈다. 이는 모바일로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편집하고 다양한 효과를 넣을 수 있는 툴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시공간 제약 없이 짧은 시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소비 문화 현상인 ‘스낵컬처’가 주류가 된 것도 틱톡과 함께 숏폼이 대중화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이에 플랫폼들은 서로 각자의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며 크리에이터들을 '모시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각각 ‘릴스’와 ‘쇼츠’ 등의 숏폼 형식을 플랫폼 내 도입했다. 네이버의 경우 크리에이터들이 기존 블로그 게시물 내 동영상을 쉽게 편집해 올릴 수 있도록 ‘블로그 모먼트’라는 에디터를 선보였다.

크리에이터 활용 광고가 경쟁력 있는 이유
플랫폼들이 이렇게까지 크리에이터와 함께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플랫폼 내에서 콘텐츠를 보는 이용자도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통한 광고주 유입으로 수익도 얻을 수 있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 광고비는 전년대비 0.8% 감소한 11조9951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디지털 광고 시장만 전년대비 13% 증가한 5조7106억원을 기록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광고 시장서 차지하는 비중도 47.6%로 역대 최고치였다. 특히 모바일 광고비가 전년대비 17.5%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소셜미디어(SNS) 등에 들어가는 광고비가 증가 추세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이 대부분 크리에이터들에게 돌아갔다고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콘텐츠에 붙는 광고, 크리에이터를 활용하는 광고 등은 왜 경쟁력과 영향력이 있을까. 상대적으로 다른 매체에 싣는 광고보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효율적인 광고 집행 즉 타깃 광고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는 ‘팬덤 비즈니스’와 연관된다. 팬덤 비즈니스는 어떤 대상을 중심으로 모인 팬 문화인 팬덤을 통해 진행되는 비즈니스를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크리에이터를 일단 데리고 오면 그 사람의 콘텐츠뿐 아니라 커뮤니티를 같이 끌고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취향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팬덤화가 된다”면서 “팬덤화가 되니 굿즈든 이벤트든 계속 팔리기 시작하고 그게 하나의 이코노미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과거 텔레비전과 같은 전통 매체에선 나와 취향이 딱 맞는 이들을 찾기 힘들었는데, 현재와 같이 다양한 플랫폼들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은 세상에선 내 취향에 맞는 이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하기 쉬워진 것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팬덤화를 가져왔다.

이에 전통 매체나 유튜브 등 플랫폼에 단순히 광고를 하는 것보다 크리에이터들에게 광고를 주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해당 크리에이터의 팔로워들이 소비자와 일치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가 추천하는 상품은 무조건 믿고 살 가능성도 있다. 상품이 좋든 안 좋든 크리에이터가 광고하는 상품을 사고 크리에이터와 소통하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팬덤의 힘이 다소 약하더라도 정말 취향이 일치하는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면, 그 크리에이터에게 주는 광고 효과는 더 극대화될 수도 있다.

IP 통해 수익 모델 다각화도 가능
더불어 크리에이터를 통해 다양한 수익 모델을 모색할 수 있다. 명확한 캐릭터가 있는 크리에이터의 경우 IP(지적재산권)를 기반으로 자신의 브랜드, 상품 등을 출시하며 커머스 영역에 진출할 수 있다. 다양한 독점 콘텐츠를 제작할 수도 있고 행사, 강연 등을 통해 여러 부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들이 다이아TV, 샌드박스, 트레져헌터 등 MCN(다중채널네트워크)이다. MCN은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집중 지원 및 관리한다. 이처럼 전문적인 산업 영역으로 성장하다 보니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질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명확한 캐릭터가 있으니 거꾸로 이에 관심을 보이며 출연 요청을 하는 지상파 방송도 많아진 것이다.

▲ (사진=샌드박스)
▲ (사진=샌드박스)

이와 같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를 성장시키고 유지하는 것은 결국 크리에이터와 그들을 따르는 팔로워들에게 달렸다.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과 이러한 문화 현상을 즐기고 거기에 참여하는 팔로워들이 있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 A씨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은 세대를 불문하고 있는 것 같다”며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이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세상에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와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이들에겐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없다”면서 “온라인상의 친구들도 오프라인 친구들과 동일하게 느끼고, 온라인상에서 내가 유명해졌으면 연예인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일반인을 덕질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이 크리에이터가 뭘 하든 광고를 하든 다 받아준다는 게 깔려 있어 팬덤 비즈니스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크리에이터가 되려고 하는 건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 돈을 벌고 싶은 욕구, 명예나 명성을 얻고 싶은 욕구 딱 3가지 니즈가 있는 것 같다”면서 “여기에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유튜브 같은 경우 보상이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 C씨도 “특히 어린 세대들은 지금 체험하고 있는 서비스들을 유튜브에 올리기만 해도 수익화가 가능하단 걸 알고 있는 세대”라며 “돈이 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기 때문에 크리에이터가 되려는 욕구가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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