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전성시대를 지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형성되고 있다. 단순히 누구나 손쉽게 온라인이나 모바일 플랫폼에 자신의 창작물을 노출시키며 주목받는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지나, 창작물을 통해 직접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관련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는 어떻게 형성될 수 있었을까.
먼저 플랫폼들이 크리에이터들에게 경쟁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 이유에서 답을 찾자면 플랫폼 사이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엔 ‘틱톡’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틱톡이 나오기 전 플랫폼들은 각자 차별화한 영역에 각각 시장을 두고 있었다. 예컨대 유튜브는 주로 영상, 페이스북은 글, 인스타그램은 사진, 이런 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플랫폼 성향에 따라 크리에이터들의 활동 무대가 나뉘었다.
하지만 틱톡은 이 다양한 포맷을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숏폼 형태의 플랫폼이다. 여기에 참여와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기도 한데, 대표적으로 일반인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 ‘챌린지’ 문화를 만들어 냈다. 이는 모바일로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편집하고 다양한 효과를 넣을 수 있는 툴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시공간 제약 없이 짧은 시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소비 문화 현상인 ‘스낵컬처’가 주류가 된 것도 틱톡과 함께 숏폼이 대중화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이에 플랫폼들은 서로 각자의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며 크리에이터들을 '모시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각각 ‘릴스’와 ‘쇼츠’ 등의 숏폼 형식을 플랫폼 내 도입했다. 네이버의 경우 크리에이터들이 기존 블로그 게시물 내 동영상을 쉽게 편집해 올릴 수 있도록 ‘블로그 모먼트’라는 에디터를 선보였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 광고비는 전년대비 0.8% 감소한 11조9951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디지털 광고 시장만 전년대비 13% 증가한 5조7106억원을 기록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이 전체 광고 시장서 차지하는 비중도 47.6%로 역대 최고치였다. 특히 모바일 광고비가 전년대비 17.5%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소셜미디어(SNS) 등에 들어가는 광고비가 증가 추세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이 대부분 크리에이터들에게 돌아갔다고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콘텐츠에 붙는 광고, 크리에이터를 활용하는 광고 등은 왜 경쟁력과 영향력이 있을까. 상대적으로 다른 매체에 싣는 광고보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효율적인 광고 집행 즉 타깃 광고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는 ‘팬덤 비즈니스’와 연관된다. 팬덤 비즈니스는 어떤 대상을 중심으로 모인 팬 문화인 팬덤을 통해 진행되는 비즈니스를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크리에이터를 일단 데리고 오면 그 사람의 콘텐츠뿐 아니라 커뮤니티를 같이 끌고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취향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팬덤화가 된다”면서 “팬덤화가 되니 굿즈든 이벤트든 계속 팔리기 시작하고 그게 하나의 이코노미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과거 텔레비전과 같은 전통 매체에선 나와 취향이 딱 맞는 이들을 찾기 힘들었는데, 현재와 같이 다양한 플랫폼들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은 세상에선 내 취향에 맞는 이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소통하기 쉬워진 것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팬덤화를 가져왔다.
이에 전통 매체나 유튜브 등 플랫폼에 단순히 광고를 하는 것보다 크리에이터들에게 광고를 주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해당 크리에이터의 팔로워들이 소비자와 일치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터가 추천하는 상품은 무조건 믿고 살 가능성도 있다. 상품이 좋든 안 좋든 크리에이터가 광고하는 상품을 사고 크리에이터와 소통하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팬덤의 힘이 다소 약하더라도 정말 취향이 일치하는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면, 그 크리에이터에게 주는 광고 효과는 더 극대화될 수도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들이 다이아TV, 샌드박스, 트레져헌터 등 MCN(다중채널네트워크)이다. MCN은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집중 지원 및 관리한다. 이처럼 전문적인 산업 영역으로 성장하다 보니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질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명확한 캐릭터가 있으니 거꾸로 이에 관심을 보이며 출연 요청을 하는 지상파 방송도 많아진 것이다.
이와 같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생태계를 성장시키고 유지하는 것은 결국 크리에이터와 그들을 따르는 팔로워들에게 달렸다.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과 이러한 문화 현상을 즐기고 거기에 참여하는 팔로워들이 있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 A씨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은 세대를 불문하고 있는 것 같다”며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이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온라인 세상에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와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를 많이 보게 되는데, 이들에겐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없다”면서 “온라인상의 친구들도 오프라인 친구들과 동일하게 느끼고, 온라인상에서 내가 유명해졌으면 연예인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일반인을 덕질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이 크리에이터가 뭘 하든 광고를 하든 다 받아준다는 게 깔려 있어 팬덤 비즈니스가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크리에이터가 되려고 하는 건 “관심을 받고 싶은 욕구, 돈을 벌고 싶은 욕구, 명예나 명성을 얻고 싶은 욕구 딱 3가지 니즈가 있는 것 같다”면서 “여기에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유튜브 같은 경우 보상이 확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 C씨도 “특히 어린 세대들은 지금 체험하고 있는 서비스들을 유튜브에 올리기만 해도 수익화가 가능하단 걸 알고 있는 세대”라며 “돈이 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기 때문에 크리에이터가 되려는 욕구가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