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기술 경쟁은 국가 방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나라 간 ‘패권 다툼’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우주산업은 미국과 소련이 냉전기 때 체제 경쟁의 상징으로 삼으며 발전해왔죠. 현재 우주 기술 개발은 과거와 달리 민간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시장성이 열린 우주산업의 국내외 소식을 알기 쉽게 소개합니다.
▲ 누리호가 10월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 누리호가 10월 21일 오후 5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국내 우주산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우주산업에 진출한 기업들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게 목표다.

과기정통부는 우주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을 마련한다고 22일 밝혔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올해 안으로 국회에 제출된다. 이는 최근 국가우주위원회에서 의결된 ‘우주산업 육성 추진전략’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최근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과기정통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했다. 연구개발 중심에서 외교·안보·산업 등 종합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는 우주 정책을 총괄·조정하기 위해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열린 제21회 국가우주위원회에서 국가우주위원장으로 처음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위원들은 이날 △우주산업 육성 추진 전략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 개발 사업 추진계획 △국가우주위원회 운영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따라 △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 △계약방식 도입 △지체상금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 마련을 추진 중이다. ‘기업이 마음 놓고 우주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개정안의 추진 목표다. 국가우주위원회는 ‘우주산업 육성 추진전략’을 의결하며 “산업체가 체감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과기정통부에 요청한 바 있다.

▲ 김부겸 국무총리가 15일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열린 제21회 국가우주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국무총리실)
▲ 김부겸 국무총리가 15일 대전 유성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열린 제21회 국가우주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국무총리실)

우주산업 거점 육성…사업 수주부터 기업 이윤 보장
과기정통부는 개정안을 통해 우주산업 거점 육성의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우주산업 진흥을 위한 클러스터 지정과 공공기관 등이 보유하고 있는 우주개발 기반시설의 개방 확대가 이뤄질 전망이다.

우주산업 클러스터는 지방자치단체 협의 및 국가우주위원회 심의를 통해 지정된다. 클러스터 입주 기관에 필요한 비용은 보조·융자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업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기업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생산기술연구소가 보유한 우주개발 기반시설이 기업에 개방될 수 있는 근거도 개정안을 통해 마련된다. 기업은 국가가 보유한 위성조립·시험시설 등을 이용, 기술개발을 진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가 기관에서 발주하는 우주개발 사업의 진행 방식도 개선된다. 연구개발(R&D)방식과 더불어 ‘계약방식’이 도입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그간 우주개발사업은 R&D방식으로만 추진돼왔는데, 이를 기업에 유리한 방식으로 확대하기 위한 제도”라며 “기술력이 확보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계약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R&D방식은 특정 단체가 국가가 지원한 연구비를 통해 개발을 진행하는 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연구의 주체가 기술의 소유권을 갖지만 이를 통한 이익 창출은 스스로 발굴해야 한다. 기업에겐 부담으로 작용하는 지점이다. 계약방식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된다면 국가가 해당 기업의 이윤까지 보장한다. 기업 입장에선 사업 수주 단계부터 이윤을 특정할 수 있어 보다 사업 진출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과기정통부는 개정안에 ‘개발된 기술을 적용해 품질·성능 등이 같거나 유사한 제품을 제조하는 경우 계약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양산하는 경우보다 계약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사례가 증가할 전망이다.

계약방식은 다만 제품을 국가가 구입하는 형태로 진행돼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 대한 위험이 존재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통상 ‘지체상금’ 제도가 함께 운용된다. 지체상금은 계약이행을 지체할 경우 부과되는 금액을 말한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지체상금의 한도를 방위산업 수준(계약금의 10%)으로 완화할 수 있는 근거를 개정안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우주개발사업의 높은 난도를 고려한 제도”라며 “R&D방식과 계약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추후 사업별 특성을 반영해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한화가 ‘서울 ADEX 2021’ 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한 누리호 75t급 엔진. 누리호 1단에 4기, 2단에 1기가 탑재됐다.(사진=정두용 기자)
▲ 한화가 ‘서울 ADEX 2021’ 전시를 통해 일반에 공개한 누리호 75t급 엔진. 누리호 1단에 4기, 2단에 1기가 탑재됐다.(사진=정두용 기자)

우주기술, 민간 이전 활성화…전문인력 육성도 ‘속도’
과기정통부는 또 이번 개정안을 통해 우주신기술을 지정하고 출연연 등이 확보한 기술의 기업 이전을 촉진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한다. 국내에서 최초 개발한 기술을 우주신기술로 지정해 ‘우선 사용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기업의 개발 의욕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가가 주도해 달성한 우주 개발 성과의 민간 이전도 촉진된다. 개정안엔 △정보의 유통 △인력 및 기술의 교류·협력 지원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의 기업 파견 등의 근거가 포함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개발한 기술의 민간 이전은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라 비용이 책정된다”며 “이번 개정안은 민간에 기술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내용이 아니라 이전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의 마련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의 우주개발에 대한 도전을 촉진하기 위한 창업 촉진 지원 근거와 우주전문인력육성을 위한 지원근거도 마련된다. 우주개발 관련 창업을 촉진하기 위한 재정 지원 근거가 포함됐다. 또 우주개발에 필요한 △인력수요 파악 및 수급전망 △교육프로그램 지원 △전문인력 고용 창출 지원 등의 근거도 개정안에 명시됐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국가우주위원회를 통해 우주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우주개발 로드맵이 마련됐다”며 “우주개발 진흥법 개정 등 위원회 의결 사항을 신속하게 추진해 산업체가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고, 자생력을 갖춘 우주산업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8월 13일부터 9월 23일까지 입법예고가 진행된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입법예고를 통해 제기된 사항과 관계부처 협의결과 등을 반영, 11월 23일부터 12월 2일까지 재입법예고를 진행한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완료 후 국회에 제출된다. △국민참여입법센터 △대한민국 전자관보 △과기정통부 홈페이지 등에서 개정안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 국가우주위원회 구성.(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 국가우주위원회 구성.(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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