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LG에너지솔루션)
▲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전지업체 임원들은 출근과 동시 컴퓨터를 키는 것이 두려울 정도의 긴장감 속에 산다고 한다. 배터리의 화재 위험성으로 인해 품질 및 영업부서의 사고 소식에 대한 두려움을 늘상 안고 산다. 지난해와 올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화재와 리콜 협상, 영업비밀 침해 소송, 전지사업부 분사 등으로 바람 잘 날 없었다.

그래서일까. LG에너지솔루션은 권영수 부회장 부임 이후 위기관리를 전담하는 임원을 두기로 했다. CEO인 권영수 부회장 직속으로 경영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경영지원센터장과 CRO(Chief Risk Management Officer, 최고위기관리책임자)를 겸직시키기로 했다.

신임 경영지원센터장 겸 CRO로 이방수 ㈜LG CSR팀장(사장)이 선임됐다. 이 사장은 LG전자 홍보실 및 LG디스플레이 경영지원센터장, ㈜LG CSR팀장을 역임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데 기여했다는 평이다.

▲ 이방수 사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 이방수 사장.(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 사장은 2019년부터 LG그룹의 CSR 및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업무를 관장했다. LG그룹의 CSR 업무는 2011년 출범한 사회공헌(CSR) 팀이 전담했다. CSR팀은 사회공헌과 ESG, 대외협력 등을 맡았다. 

현재 LG그룹의 ESG는 2011년 출범한 사회공헌(CSR)팀이 전담하고 있다. CSR팀은 사회공헌, 동반성장, ESG, 대외협력 등을 담당한다. 이방수 사장이 팀장을 맡고 있다. 지난 6월 별도 ESG 위원회가 ㈜LG 내에 생기면서 CSR팀의 역할이 사회공헌 위주로 축소됐다.

이 팀장은 LG그룹 안팎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 팀장에게 지워진 역할은 LG에너지솔루션의 위기관리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1위 전지업체인 데다 지난해와 올해 필드 사고와 리콜, 경쟁사와 법적 소송 등 부정적 이슈로 인해 주목받았다.

지난해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반대에 휩쌓였고, 올해 IPO(기업공개) 또한 GM 볼트EV 리콜 협상으로 내년 1월로 미뤄졌다.

사업의 규모와 위상이 달라질수록 대외적인 관심도 높아지고, 회사의 위기관리 해결 능력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서는 시장은 박한 평가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코나 전기차 화재의 원인으로 전지 문제를 제기하자 LG에너지솔루션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현대차와 사이가 경색됐다. 또 중국 난징에서 생산된 전지 중 국내 판매분은 책임을 인정하지만, 해외 판매분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지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시스템에 따라 대응하지 않고 책임 소지가 없다는점을 강조하면서 리콜 협상에서 밀렸다고 설명했다.

또 LG와 SK의 법적 대응으로 인해 국내 3사간 이어져 오던 산업계의 상호협력의 문화가 달라진 점도 CRO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이로 인해 국내 배터리 업계 간 경쟁관계는 더욱 첨예해졌고 법적 분쟁의 소지는 더욱 커졌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CRO 담당 임원은 이해관계자들의 소통을 바탕으로 위기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대외적 위상에 걸맞게 위기관리에 필요한 근본적 역량을 제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R&D 역량 강화를 위해 배터리 연구소를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기술책임자)로 승격했고, 산하에 차세대 전지를 개발할 전담 센터급 조직을 신설했다. 품질 경쟁력 제고를 위해 품질센터를 CQO(Chief Quality Officer, 최고품질책임자)로 승격했다.

이와 함께 전무 승진(노세원 소형전지 개발센터장)을 비롯해 △상무 신규선임 12명 △수석연구위원(상무) 신규선임 1명 △수석전문위원(상무) 신규선임 1명을 포함한 총 15명의 2022년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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