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우주]韓 첫 소행성 탐사 ‘시작’만 남았다…천문연의 자신감

발행일 2021-12-07 14:45:26
2029년 4월 13일 지구에 약 3만7000km 근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 상상도.(사진=미국 우주항공국)

“아포피스 탐사를 위해 필요한 선행 기술은 없습니다. 지금 시작하면 됩니다. 큰 기술은 모두 준비됐습니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행성 탐사 임무인 ‘아포피스 프로젝트’에 대해 이같이 자신했다. 그는 7일까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되는 ‘코리아 스페이스포럼 2021’에 참여해 ‘한국 최초 소행성 탐사 어떻게 이뤄질까’를 주제로 전일 발표했다. 최 연구원은 천문연에서 태양계 소천체·행성과학·우주 감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온 전문가다. 현재 아포피스 동행비행 임무 연구책임자도 맡고 있다.

아포피스는 지름 370m의 소행성으로 오는 2029년 4월 13일 지구에 약 3만7000km 근접한다. 달과 지구와의 거리(약 39만km)보다 더 가깝게 접근하는 소행성이 될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이렇게 큰 소행성이 이렇게 지구에 근접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2만년에 한 번 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이 6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스페이스포럼 2021’에 참여해 ‘아포피스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정두용 기자)

천문연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화 등과 함께 아포피스 초근접에 맞춰 국내 기술로 소행성을 탐사하는 계획을 세웠다. 천문연 계획에 따르면 아포피스 탐사선은 2026년 말 누리호 개량형 모델을 통해 발사된다. 천문연이 보유한 다파장 편광카메라 기술 등도 쓰인다. 최 연구원은 “4단 킥모터를 적용한 누리호에 탐사선을 탑재해 발사한다면 소행성까지 도달할 수 있고, 소행성 관측 기술도 확보한 상태”라며 “이 과정에서 많은 새로운 기술도 실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탐사선은 아포피스가 지구에 근접하기 약 68일 전부터 10km 주차궤도에 진입한다. 동행비행하며 소행성 지도를 제작한다. 아포피스가 지구 최근접하기 1시간30분 전부터는 실시간으로 소행성 영상을 받아볼 수 있을 전망이다. 최 연구원은 “지구 중력에 의한 소행성의 산사태·지진 등을 직접 중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접 궤도를 벗어난 후엔 맵핑을 통해 소행성의 변화를 비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천문연은 미국 애리조나 대학교에서 2027년 발사 예정인 아포피스 탐사선 개발에도 협력하고 있다.
2029년 4월 13일 지구에 약 3만7000km 근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의 예상 궤적.(영상=미국 우주항공국)

우리나라는 우주 산업에 비교적 늦게 뛰어든 후발주자다. 이제 막 자제 우주발사체 확보에 나선 단계에서 ‘소행성 탐사’는 요원한 일로 여겨졌다. 짧게는 수천만km에서 길게는 수십억km의 우주 공간을 비행해야 하는 소행성 탐사에는 숱한 첨단 우주 과학기술이 필요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이중소행성경로변경실험(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 우주선이 현재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에 충돌하기 위해 우주 공간을 비행 중인 상황과 사뭇 대조된다.
DART 프로젝트란?
• DART 우주선은 지난 10월 24일 스페이스X의 로켓 ‘펠컨9’에 실려 발사됐다. 약 1100만km의 우주 공간을 약 10개월간 비행한 후 2만4140km(초속 약 6.6km)의 속도로 디모르포스에 충돌한다. 충돌 예상 시점은 2022년 9월 26일부터 10월 1일 사이다. NASA 연구진은 780m의 소행성인 디디모스(Didymos)의 공전 주기가 ‘수 분’까지도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디디모스는 약 160m 크기인 디모르포스를 위성으로 갖고 있다. 중량 약 620kg의 소형차 크기인 DART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에 의도적 충격을 가해 변화된 속도가 디디모스의 움직임에 영향을 줘 궤도 변경이 이뤄지는 원리다.
NASA의 첫 행성 방어 임무인 DART 프로젝트엔 미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도 아포피스 지구 접근에 맞춰 첫 소행성 탐사 임무 수행을 통해 우주 강국으로의 도약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천문연은 소행성 근접 탐사가 가능한 이번 아포피스 프로젝트를 통해 과학적·산업적 효과를 창출하겠단 청사진을 그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0월 21일 누리호 첫 발사에 맞춰 “2029년 지구에 접근하는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계획도 추진하고 있다”며 “다양한 우주탐사 사업을 통해 우주산업과 기술발전의 토대를 탄탄히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중소행성경로변경실험(DART)의 개념도.(사진=미국 항공우주국)

최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소행성 탐사에 나서야 하는 이유로 ‘위협 대비’와 ‘자원 활용’을 꼽았다. 그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어 거리가 매우 멀어 상당한 기반 기술이 필요하다”며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소행성 충돌이란 위협을 대비하고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도 여기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주 자원으론 흔히 달과 소행성이 꼽힌다. 소행성의 자원 활용과 달 탐사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달은 자체 중력을 갖고 있어 이를 활용한 개발 방식을 도입할 수 있지만, 소행성은 자체 중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소행성 탐사는 그에 맞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과학적 가치를 내려놓고 설명하더라도 소행성 탐사를 성공하면 산업체의 세계 우주탐사 시장 진출 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아포피스 탐사 후에도 소행성 탐사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문연은 2030~2035년에 소행성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하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이 임무를 위해선 △위성자율비행 △샘플링에 필요한 로보틱스 기술 △원자력 추진 등의 선행기술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최 연구원은 “아포피스 탐사는 도전적인 임무이지만 이제 우리나라는 우주 발사체와 탐사선 개발 등의 체계를 세울 수 있는 사업을 시작해도 되는 수준”이라며 “그러나 소행성 샘플 채취 후 귀환을 달성하기 위해선 다양한 기술들이 더 연구돼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세대에 우리나라가 소행성에서 샘플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싶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6일부터 7일까지 진행되는 ‘코리아 스페이스포럼 2021’ 현장 전경.(사진=정두용 기자)

코리아 스페이스포럼 2021은 ‘확장하는 우주경제, 역동적인 생태계 만들기’란 주제로 6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이번 포럼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주최하고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동아사이언스가 주관해 개최됐다.

최 연구원의 발표에 앞서 △앤드류 리브킨 NASA DART 연구책임자(미국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실 교수) △짐 벨 짐 벨 NASA 사이키 임무 공동 연구책임자(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지구및우주탐사대학 교수) △파트릭 미셸 프랑스 코드다쥐르천문대 헤라(HERA) 연구책임자(프랑스국립과학연구원 라그랑주연구소 선임연구원)가 온라인 연결을 통해 NASA의 첫 행성 방어 임무에 대해 설명했다. 리브킨 교수는 “자연재해 중에서도 인류가 수년 전에 예측하고 예방하려고 하는 것이 소행성 충돌”이라며 “소행성 자체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수 mm만 밀어 움직이는 방향만 살짝 바꿔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앤드류 리브킨 NASA DART 연구책임자, 짐 벨 짐 벨 NASA 사이키 임무 공동 연구책임자, 파트릭 미셸 프랑스 코드다쥐르천문대 헤라 연구책임자가 ‘코리아 스페이스포럼 2021’에서 온라인 연결을 통해 NASA의 첫 행성 방어 임무에 대해 설명했다.(사진=정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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