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카카오페이
▲ 사진=카카오페이

카카오 차기 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둘러싼 ‘먹튀’ 논란이 뜨겁다. 상장 한 달도 안 돼 스톡옵션을 매도, 주가폭락을 유발하는 등 경영진으로서 윤리의식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카카오 직원들 사이에서도 류 대표의 선임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노조는 반대 집회 등을 예고하고 있다.

‘먹튀’ 논란 아직인데 카카오 공동대표로...내부 ‘시끌’
7일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온’은 이날 카카오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달라는 요청 공문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주총회에서 류영준 카카오 대표 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표결을 행사해달라는 게 요구의 골자다. 국민연금공단은 카카오 지분 7.42%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류영준 대표 등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일으킨 ‘먹튀’ 논란에 대한 대응이다.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지난달 10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으로 취득한 주식 총 44만여주를 지난달 대거 매각했다. 상장 한 달여 만에 900억원어치를 처분한 것으로,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경영진들이 단체로 주식을 동시에 팔아치운 것은 전례 없는 일로 알려졌다. 이날은 카카오페이가 코스피 200 지수에 편입된 당일이기도 했다.

통상 경영진이 주식을 팔면 시장에선 주가 상승 재료가 없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민주(株)’를 표방했던 카카오페이였지만, 경영진 매각 이후 거품론에 휩싸이면서 한때 24만원대를 기록했던 주가는 15만원대로 떨어졌다. 카카오페이 임직원들은 보호예수기간인 1년이 지나야 주식을 팔 수 있다. 경영진만 제 몫을 챙기고 ‘먹튀’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다. 노조는 “주요 경영진의 집단매도는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면서도 동시에 지분을 매각한 건 유가증권시장 개장 이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반발이 커지자 류 대표 등 경영진은 부랴부랴 사과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차원에서 이번 스톡옵션 행사를 용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류 대표는 올해 상반기 안에 나머지 스톡옵션(48만주)도 행사할 계획이다. 오는 3월부터 카카오 공동대표 임기를 시작하는데, 모회사 대표가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추후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물량 매각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카카오 내부에선 류 대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이해상충 문제라고 주장하는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긴 했는지 의문이다. 경영자로서 윤리의식이 결여됐다”고 날을 세웠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 내부게시판에 올라온 류 대표 선임 철회 안건은 카카오 직원 1800여명의 지지를 얻고 있다. 서 지회장은 “사내에서 이 정도로 폭발적인 찬성을 얻은 안건이 거의 없었다”며 “카카오페이 ‘먹튀’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류 대표가 카카오로 넘어오면 회사가 도덕적 해이를 긍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메시지를 던지는 데 대해 직원들 모두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조는 본사 차원의 경영진 스톡옵션 매도에 대한 규제 방안 마련 등도 요구하고 있다. 차주부터는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오프라인 활동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규 상장기업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일정기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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