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영역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김주환 위원장 발표자료)
▲ 다양한 영역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김주환 위원장 발표자료)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광의의 플랫폼(구인·구직 서비스 등 노무 제공 매개 플랫폼)’ 종사자만 219만명이 넘는다. ‘협의의 플랫폼(배달·배송·모빌리티·가사 등 사용자형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 1년 사이 3배가 증가해 66만명이나 된다. 플랫폼 노동은 이제 한국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경향이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25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출범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플랫폼 노동 기본권 보장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플랫폼 노동 당사자인 노동조합들과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준비한 조직으로 이날 정식 출범했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최근 플랫폼 노동자는 대리운전, 배달, 퀵서비스, 택시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건설, 가사노동, 웹툰, 화물운송, 학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를 맡은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의 연구실장은 “똑같은 노동인데 플랫폼이라는 특수한 전자장치를 경유했다고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현재 국회에 노동법 체계로 부를 수 있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플랫폼종사자법)’이 2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사실상 정부안인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내용 역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범유경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 변호사는 “해고 제한 등의 보호책이 온전히 담겨 있지 않고 노동자의 협상력이 열위에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노무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노동자를 지휘·감독하는 알고리즘 공개도 강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 줌으로 진행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출범 토론회에서 범유경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줌 화면 갈무리)
▲ 줌으로 진행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출범 토론회에서 범유경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줌 화면 갈무리)

해고 제한 등의 보호책은 알고리즘 공개 강제와 연결된다. 이날 모빌리티 플랫폼 노동자들을 대표해 자리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과 협상권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쿠팡이츠의 경우 패널티 제도를 운영하는데 이를 통해 라이더의 앱 계정 정지가 가능하다”면서 “이에 대해 라이더가 얼마나 알고리즘 배차를 거절하면 정지가 되는 것이냐 물어보면 영업비밀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이러한 계정 정지 등 해고뿐 아니라 일감배정, 등급과 평점, 가격, 임금 등을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알 권리가 있고 협상할 권한도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도 “일반 노동자들에게 취업규칙이 있듯 이에 해당하는 것이 알고리즘이다”면서 “취업규칙은 알려주고 서면화하는 것이 강제되고 있는데 알고리즘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웹툰 업계에서도 플랫폼이 정보를 투명하고 제공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왔다. 큐레이션형 플랫폼 노동자들을 대표해 나온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사무국장은 “저희는 프로모션 정보 공개를 요구 중이다”면서 “예컨대 플랫폼 내 몇만개의 웹툰 가운데 프로모션 배너 광고에 뜨는 건 10개도 안 되는데 이는 데스크 마음대로 결정되고 그 기준이 공개되고 있지 않다”고 호소했다. 

업계에 만연한 ‘누적 MG(미니멈 개런티)’ 제도로 인해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는 예컨대 웹툰 창작자가 한 달에 200만원의 급여를 시작으로 플랫폼과 5:5로 수익을 배분하겠다는 계약을 했다면, 400만원 이상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200만원밖에 벌지 못했다면 200만원이 누적된다. 결국 다음달 매출을 600만원(400만원+200만원)이상 내야 하는 셈이다. 

하 사무국장은 “계약을 맺은 기간 동안 종속돼서 고리대금 성격처럼 계속 갚아야 하는 구조다”면서 “올해 다른 건 몰라도 ‘MG 금지’는 꼭 추진할 것이고 대선 주자들에게도 직접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들은 20대 대선 후보들에게 3개 분야 25항목의 노동정책 질의서를 낸 상태다. 더불어 이날 플랫폼 노동자 20대 대선 5대 요구안으로 △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장과 사용자 책임 부여 △안전운임제 등 플랫폼 노동자 생활임금 보장 △알고리즘 설명 및 교섭 제도화 △사회안전망 및 사회보험 적용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적용 등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등을 제시했다.

오 연구실장은 “오늘 토론회를 시작으로 대선 국면에 플랫폼 노동자 요구를 사회 쟁점화할 것”이라면서 “각 후보들의 질의응답을 듣고 요구안도 최종적으로 다듬어서 설 연휴가 끝나고 공식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가사 플랫폼,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플랫폼 등 기존에 포괄하지 못했던 플랫폼 노동자들과도 본격적으로 조직화를 통한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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