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아마존과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제휴를 시작으로 양사의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하 디지코)으로의 전환 과정에서도 KT의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KT는 10일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Alexa)와 KT의 AI 스피커 '기가지니'가 합쳐진 '기가지니 듀얼브레인 AI'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KT 기가지니 AI와 아마존의 알렉사 AI를 기가지니 스피커 하나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가지니3 사용자는 누구나 별도의 서비스 구매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상반기 중 기가지니1, 2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국내 기가지니 사용자 수는 약 310만명이다.

▲ KT 기가지니3 이용자들은 10일부터 별도의 설정 없이 알렉사 서비스를 연동해 쓸 수 있다 (사진=KT)
▲ KT 기가지니3 이용자들은 10일부터 별도의 설정 없이 알렉사 서비스를 연동해 쓸 수 있다 (사진=KT)

기가지니와 알렉사는 각각의 호출명을 불러 사용할 수 있다. 기가지니는 '지니야'로, 알렉사는 '알렉사'라고 부르면 된다. 다만 알렉사는 영어로만 이용할 수 있다. 대신 기존 알렉사 서비스가 제공하던 해외 음악, 뉴스, 스포츠 중계, 팟캐스트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KT는 이용자들이 이를 통해 직간접적인 영어회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알렉사로 이용 가능한 주요 서비스로는 △라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튠인 △CNN·폭스·테드 등 뉴스 및 정보 서비스 △아마존 오디오북 서비스 '오더블' 등이 있다. 또 13만개 이상의 알렉사 전용 서비스 앱(Skills) 및 14만개 이상의 사물인터넷(IoT) 기기와도 연동할 수 있다.

KT는 해외 서비스인 알렉사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KT 블로그, 유튜브, 홈페이지에서 알렉사의 주요 서비스 목록을 안내할 계획이다. 또 음성뿐 아니라 기가지니 셋톱박스가 연결된 TV 화면으로도 명령과 관련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사용 편의를 높였다. KT는 이 점이 AI 스피커 내에서만 연동 가능한 타사 제품 대비 KT 기가지니가 갖는 차별점이란 설명이다.

▲ 모델들이 KT 기가지니에서 아마존 알렉사를 사용하는 '듀얼브레인 AI'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사진=KT)
▲ 모델들이 KT 기가지니에서 아마존 알렉사를 사용하는 '듀얼브레인 AI'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사진=KT)

KT와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양사 간 사업 접점 확대를 위한 준비를 지속해오고 있다. 기가지니 듀얼브레인 AI도 2021년 5월부터 기기와 서비스를 양사가 함께 개발한 결과물이다. 배한철 KT전략기획실 제휴협력담당 상무는 "구현모 대표가 디지코라는 비전을 제시한 이후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사업자와의 협력도 강조했다"며 "특히 아마존은 AI뿐 아니라 콘텐츠나 클라우드 영역 등 KT의 기존 사업들과의 여러 협력 가능성이 보여 2021년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기가지니 듀얼브레인 AI는 이 같은 협력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첫 번째 사례다. 또 클라우드 영역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KT클라우드 간 멀티클라우드 도입 논의, 콘텐츠 영역에서는 KT스튜디오지니와 아마존 스튜디오, 스포티파이 등을 포함한 협력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KT는 우선 이번에 선보인 기가지니 듀얼브레인 AI의 사용 범위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홍철 KT AI 빅데이터 기획담당 상무는 "기가지니는 집안뿐 아니라 호텔이나 B2B(기업간거래) 영역에도 투입되고 있다"며 "그중 B2B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다국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아마존과의 다각적인 사업 협력은 탈통신 분야에서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KT에 좋은 기회다. KT는 디지코 전환 선언 후 그룹 내 매출의 상당 부분을 비통신 분야로 대체하려는 행보를 지속 중이다. KT는 9일 진행한 2021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당해 연간실적 기준 매출의 40%는 비통신 분야에서 나왔다"며 "이 비중을 2025년까지 50%로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중 AI와 클라우드는 KT가 특히 공들이고 있는 비통신 B2B 영역이다. 내수시장 한계에 머물 수밖에 없는 통신과 달리 AI와 클라우드는 국내외 모든 시장에서 통용되는 아이템이다. 다만 아직 상대적으로 해외사업 접점이 적은 KT 입장에서 높은 글로벌 영향력을 지닌 아마존과의 협력 다변화는 주요 서비스들의 새로운 글로벌 유통 채널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배 상무는 "KT의 디지코 비전 강화를 위해 아마존은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아마존 역시 클라우드를 넘어 소비자 서비스의 국내 서비스 접점 확대를 위해 KT와 협력하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