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표를 맡은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사진=네이버TV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채널 갈무리)
▲ 발표를 맡은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사진=네이버TV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채널 갈무리)

“넷플릭스에게 망 사용료를 부담시킬 경우, 그 비용은 고스란히 최종이용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한국 통신 소비자는 지금도 비싼 통신요금을 지불하고 있는데 결국 더 높은 콘텐츠 서비스 이용료까지 이중으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22일 오전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아젠다세미나2022 ‘대한민국 디지털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네트워크 정책제안 발표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인 넷플릭스는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SKB)와 분쟁 중이다. 넷플릭스는 미국 ISP와 인터넷 접속계약을 체결해 비용을 내고 있는데, SKB 입장에선 넷플릭스 데이터를 끌어오는 데 비용이 많이드니 자신들에게도 접속료를 내라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신청을 한 바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 입장에선 미국 ISP에 접속료를 냈기 때문에 상호접속 원리에 비춰볼 때 타당하지 않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1심은 ‘넷플릭스는 연결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여기서 ‘상호접속’은 인터넷의 기본 속성 가운데 하나다. ISP들이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하나의 통신사에만 가입해도 연결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것으로 △망 이용의 효율 증대 △비용 절감 △트래픽의 원활한 소통 추구 등이 목적이다.

이때 ISP 간 계위가 나뉘는데, 체급이 비슷한 사업자그룹(Peering) 간엔 접속료를 따로 정산하지 않는 것이 국제적으로 적용된 원칙이다. 다만 체급이 다른 이들 사이에선 트랜짓(Transit)이라는 접속료가 발생한다. 체급이 더 높은 ISP에게 돈을 지불하고 설비를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비용이 인하되는 것이 글로벌 추세다.

그런데 한국에선 ‘상호접속고시’ 개정을 통해 상호 접속료 정산을 정부가 직접 규율하고 있다. 이는 쓴만큼 접속료를 더 내라고 하는 논의를 지속적으로 촉발하고 있고, 국내외 사업자 간 여러 분쟁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넷플릭스 1심 판결은 CP가 자신의 콘텐츠가 전송되는 모든 ISP에게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근거로 작용할까 우려된다”면서 “그러면 네이버웹툰이 KT에 접속해 미국의 ISP인 컴캐스트(Comcast)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된다면, 네이버는 KT뿐 아니라 컴캐스트에게도 대가를 지불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CP는 여력이 된다고 해도 중소 CP에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또 CP에게 전가된 사용료가 소비자에게로 전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발표를 진행한 박성순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사진=네이버TV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채널 갈무리)
▲ 발표를 진행한 박성순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사진=네이버TV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채널 갈무리)

근본적으로 망 사용료만 징수하는 걸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란 지적도 나왔다. 박성순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는 “국내선 상호접속고시 문제도 있지만 글로벌 1계위 사업자가 없는 것과 해외망 투자가 부족한 문제도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네트워크 트래픽의 많은 부분을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해외 CP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그들에게 망 사용료를 받는다 한들, 국내 ISP는 또 해외 ISP에게 접속료를 지불해야 해서다. 체급이 다른 ISP 사이에서 트랜짓 비용이 발생하는데, 국내선 1계위인 KT가 글로벌에선 2계위라서다. 1계위 사업자의 조건 가운데 하나가 해외망의 양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ISP들끼리 랭킹을 정하는데 글로벌로보면 1계위에 미국·유럽·일본·홍콩 등의 ISP들이 있고 1.5계위엔 중국이 있고 KT는 2계위다”면서 “미국과 중국은 네트워크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은 설비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면서 해외망 확보에 대한 관심도 적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네트워크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고, K콘텐츠에 대한 해외 이용자들의 소비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트래픽 양도 증가할 것”이라며 “미래 동력을 위해 해외망 확장과 글로벌 1계위 사업자 확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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