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수 베스트핀 운영총괄이사(COO).
▲ 백승수 베스트핀 운영총괄이사(COO).

시중은행뿐 아니라 보험사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취급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보험사 주담대 잔액은 49조7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들어선 주담대를 꼭 시중은행에서만 찾을 필요가 없게 됐다.

12일 기준 주요 10개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는 연 3.50~6.85%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연 3.62~6.26%)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우에 따라 은행보다 금리가 더 낮을 수 있다. 보험사가 은행 예적금과 비슷한 비용으로 대출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에 적용되는 이자율인 '공시이율'은 2% 수준이다.

베스트핀은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사들의 상품을 온라인 담보대출 비교 플랫폼 '담비'에 한데 모아 주담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1금융권인 DGB대구은행, 저축은행업계 1위 SBI저축은행에 이어 BNK부산은행, 교보생명, OK저축은행 등 2금융권 주요사들이 담비를 찾고 있다. 화룡점정은 삼성 금융계열사의 입점이다. 이달 중 삼성생명이 상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백승수 베스트핀 운영총괄이사(COO)는 최근 여의도 본사 사옥에서 <블로터>와 만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금리와 한도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전부 은행에서만 대출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라며 "현재 주담대에 대한 대출비교 서비스는 신용대출과 다르게 낙후돼 있어, 자동화된다면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편익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동안 다수 대출비교 플랫폼이 신용대출 중심의 비교서비스를 제공했다면, 담비는 주담대에 특화했다. 이용자들은 앱을 통해 최적화된 금리 한도를 확인하고 신청절차를 간편하게 완료할 수 있다. 동시에 투트랙(two-track) 방식을 적용, 해당 금융 기관의 상담사 방문 신청을 이용하면 이용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대출 신청을 마칠 수 있다.

궁극적으로 담비는 상품 입점사들 간 금리 경쟁이 확대돼 소비자들의 편익이 극대화되는 구조를 기대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희망사항이다. 보험사들의 주담대 수요가 높아져도 시중은행 상품을 원하는 수요를 완전히 대체할 순 없다. 담비에 입점한 시중은행은 SC제일은행 한 곳에 그친다.

백 이사는 "5대 시중은행은 자체 채널도 충분하고 금리비교의 대상이 되기를 원치 않아 어느 누구와도 제휴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5대 시중은행은 플랫폼 업체들을 굉장히 관심 있게 본다. 은행 영업점은 줄어들고 대출 상담사를 늘리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금융권에서 담비의 실적이 어느 정도인지를 묻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백 이사는 설명했다. 담비의 플랫폼 영향력이 커진다면 비용 효율화를 원하는 시중은행으로서도 담비를 찾을 가능성도 확대된다는 기대다.

삼성생명의 담비 입점은 이 같은 사업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전망이다. 이 회사는 전체 보험사 주담대 규모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 현재 삼성생명과 상품을 연동하는 전산개발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2금융권을 시작으로 1금융권까지 입점을 확대한다는 베스트핀의 사업구상은 옛날이었다면 어려웠다. 주담대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증가했다. 그 이전에는 주담대 없이 주택 구입자금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동산 시장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주택 구매에 대출은 필수화됐다. 높아진 집값을 충족하기 위해 추가 대출이 필요한 경우도 생겼다.

DSR 규제에 따라 올해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을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기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보험사를 비롯한 2금융권은 한도가 50%로 10%p 느슨하다. 2금융권 중에서도 금리가 합리적인 편인 보험사 주담대가 추가 대출 수단으로 떠올랐다. 이런 부동산 시장의 상승과 규제가 맞물려 담비의 성장을 추동하고 있다.

▲ '담비' 서비스 이용 화면.
▲ '담비' 서비스 이용 화면.

베스트핀은 올해 1월 창립된 스타트업으로, 베스트엘씨의 온라인사업부가 전신이다. 베스트엘씨는 KB국민은행 대출업무위탁법인을 맡을 만큼 전문인력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회사다. 이를 바탕으로 베스트핀도 안정감 있게 성장하고 있다. 백 이사는 "베스트핀은 영업 2개월 반만에 회원수가 6만명을 돌파했고 대출비교금액도 5000억원이 넘었다"며 "상반기에는 금융사 20곳의 위수탁 계약서를 따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담비가 주담대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도 있다. 백 이사는 "신용대출이 개인의 문제라면 주담대는 가족의 문제"라며 "부동산 담보대출은 문제 시 부동산 계약이 연쇄적으로 끊길 수도 있고 대출규모가 커 고객이 많은 고민을 하는 상품이다. 프로세스가 짧지 않은 굉장히 중요한 일인만큼, 한 번 실행하면 고객 충성도가 생길 확률도 굉장히 높다"고 부연했다.

그는 주담대 시장의 전망에 대해 "새로운 정부도 출범했고 극단적인 정책만 아니라면 시장은 무난할 것"이라며 "파는 사람을 못 팔게 만들고, 사는 사람을 힘들게 만들었으니 집값이 오른 것"이라고 피력했다.

베스트핀은 핀테크를 활용해 소비자와 부동산 사이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풀어가고자 한다. 백 이사는 "베스트핀은 IT 인력이 70%의 비중을 차지한다"며 "소비자들이 최적의 필터링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줌으로써 많은 경우의 수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백 이사는 육군사관학교 전산학 조교수라는 이색적인 이력을 갖고 있다. 미군 해군대학원 전산학 석사, 고려대학교 정보보호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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