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확장 시기 스타트업 고민거리 중 하나는 '인재 채용'이다. 소프트웨어 기술력 기반 성장 기업이 많은 만큼, 가장 필요한 인재도 '개발 인력'이다. 문제는 국내 개발 인력 구인난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 인력 수급에 나서고 싶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2012년 설립된 글로벌리제이션 파트너스(Globalization Partners)가 제시한 해법은 새로운 인재 채용 방식 'EOR(Employer of Record)'이다. 직역하면 기록상 고용주로, 일종의 HR(Human Resource, 인사) '플랫폼'이다.

EOR을 플랫폼에 비유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GP는 직접 인재를 채용하지 않는다. 고객사에게 '채용 후보'를 제시하는 리쿠르터(recruiter)가 아니다. GP는 187개국에 있는 '현지 인재 채용 에이전시'를 고객사와 연결해 준다. 고객사는 에이전시가 제시한 후보 중 적합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채용된 인재는 GP 소속으로 기록된다. 이때문에 EOR은 '기록상 고용주'로 직역된다. GP는 채용 이후 '노무·급여' 등 HR 전반을 직접 관리한다. 문제 발생 시에도 고객사가 아닌 GP가 직접 해결하는 구조다.

2012년 설립된 GP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초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데이터·기술 시장 투자에 중점을 둔 '비스타 크레딧 파트너스(Vista Credit Partners)가 2억달러(약 24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비스타 크레딧 파트너스는 GP 기업 가치를 42억달러(약 5조원)으로 평가했다.

GP는 최근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빠른 스타트업 시장 성장세에 주목하는 것이다. 지난 15일 한국을 방문한 찰스 퍼거슨(Charles Ferguson) 글로벌리제이션 파트너스 아태지역 총괄을 만나 'GP'와 'EOR' 이야기를 들었다. 

▲ 찰스 퍼거슨(Charles Ferguson) 글로벌리제이션 파트너스 아태지역 총괄이 <블로터></div>와 인터뷰하고 있다. 
▲ 찰스 퍼거슨(Charles Ferguson) 글로벌리제이션 파트너스 아태지역 총괄이 <블로터>와 인터뷰하고 있다. 

글로벌리제이션 파트너스는 어떤 비즈니스를 하고 있나. 

우리는 인재, HR에 집중한다. 서울에 본사가 있는 고객사의 해외 진출을 예로 들어보자. 고객사는 현지 사정을 모른다. 해외 진출을 위해선 현지 인재를 채용하고, 지역에 맞는 급여·노무 체계 방식을 익혀야 한다. 지역에 맞는 HR 전략이 필요한데, 직접 모든 걸 하려면 시간·비용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다. 이를 대신하는 게 GP가 제시하는 EOR 모델이다. GP는 187개국에 파트너사를 두고 있다. 인재 채용 에이전시부터 법무, 노무 전문 인력까지 다양하다. GP 생태계 안에서 모든 HR을 관리할 수 있다. 

EOR 서비스는 아직 생소하다. GP가 만든 모델이라고 들었다. 

EOR은 GP가 10년 전 처음으로 창안했다. 유사한 개념 PEO(Proffesional Employer Organization, 전문 채용 조직)가 있지만, HR 전반을 한 번에 관리하는 건 아니다. GP는 채용부터 채용 이후 전 과정을 관리하는 새로운 개념이다. 고객사는 GP와 계약하고, GP는 인재와 계약한다. GP는 기록상 고용주가 된다. 인재를 고용한 주체는 GP지만, 실제 일하는 곳은 고객사가 되는 것이다. 

▲ GP가 소개하는 EOR 활용법. (자료=GP) 
▲ GP가 소개하는 EOR 활용법. (자료=GP) 

EOR 서비스 창안 계기가 있을까. 

보통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거나, 해외 인재를 구하기 위해서는 '법인, 지사' 등 현지 사업체를 설립한다. 설립까지 다양한 과정을 수행한다. 내부 계산으로는 1년~1년6개월 정도 걸린다.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필요한 비용도 상당하다. 최근 기업들은 '속도(Speed)'를 중요시하는데, 속도 관점에서 법인, 지사 설립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이를 책임지고 대신할 업체가 필요하다. 또 EOR 모델을 사용하면 기업 입장에서 인재 채용 풀(Pool)이 특정 지역에서 전세계로 확장된다. 기업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가 HR인 만큼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주요 고객사는 스타트업이라고 들었다.

아시아 지역으로 한정하면 고객사 중 70%가 스타트업이다. 배경을 알면 충분히 이해되는(Make sense) 수치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기술 기업이다. 인재 경쟁이 치열하고, 대기업과 비교해 자금 여유가 충분하지 않다. 직접 해외 진출 조건을 검토하기 어렵고, 해외 인재를 모셔오는 것도 쉽지 않다. 다만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GP를 찾는 경우가 늘고있다. GP를 통해 현지 시장 성공 여부를 테스트하는 형태가 많다. GP와 협업해 먼저 시장을 점검하고,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직접 뛰어드는 것이다.

HR 리스크는 모두 GP가 책임진다고 들었다.

모든 계약에는 별도 협상이 있다. 다만 확실한 건, 인재와 HR 전반 리스크는 모두 GP책임이라는 것이다. EOR 모델 핵심 가치다. EOR은 고객사와 인재 모두를 보호한다. 예를 들어 직원 관련 해고 사태, 직장 내 괴롭힘 등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도 GP가 법적으로 대처하고, 소송으로 발전해도 GP가 나선다. 

현재 비즈니스 성과가 궁금하다. 

최근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기술 시장에 투자하는 '비스타 크레딧 파트너스(Vista Credit Partners)'가 2억달러(약 2400억원)를 지원했다. 투자 과정에서 GP 기업가치를 42억달러(약 5조원)으로 평가했다. 연간 반복 매출(Annual Recurring Revenue)은 팬데믹 전 3억5000만달러(약 45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10억달러(약 1조2870억원)까지 늘었다. 

코로나19가 소강 상태다. 비즈니스에 영향 미치진 않을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GP 성장세가 증폭된 건 분명하다. 하지만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팬데믹 기간 동안 '원격 근무'라는 새로운 일상이 자리 잡았고, 여전히 기업들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외 진출을 타진하거나 해외 인재를 채용하고 싶어한다. 투자 시장에서 GP 미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높은 기업가치를 책정한 이유같다.

한국 기업 해외 진출 혹은 글로벌 인재 확보를 도운 사례가 있다면 들어보고 싶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 알레시오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태아 초음파 사진을 분석해 아기 얼굴을 예측한다. '베이비 페이스(Baby Face)' 서비스라고 부르더라. 동남아 시장으로 사업 확장하기 위해 올해 베트남에 서비스 센터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GP와 협업해 베트남에 법인 등을 별도 설립하지 않고 센터 매니저 직무 등 현지 인력을 빠르게 채용했다. 알레시오는 향후 일본, 싱가포르, 대만, 홍콩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인데 이 때도 GP와 협력할 예정이다.

▲ GP는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진행된 스타트업 행사 '넥스트 라이즈'에 부스를 차렸다. (사진=블로터)
▲ GP는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진행된 스타트업 행사 '넥스트 라이즈'에 부스를 차렸다. (사진=블로터)

한국을 찾은 건 처음이라고 들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은 제조업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축이 옮겨가고 있다. 스타트업 시장이 이를 이끄는 것 같다. 우리는 한국 스타트업 시장이 향후 몇년 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일고 생각한다. 수년 내 글로벌 시장으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규모 상관없이 글로벌 시장 진출할 의지가 있다면, GP와 협력하길 원한다. 언제든 최고의 파트너가 될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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