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도움이 될 의미있는 공시를 소개·분석합니다.
▲ 최정우 회장이 포스코홀딩스 깃발을 흔들고 있다.(사진=포스코홀딩스)
▲ 최정우 회장이 포스코홀딩스 깃발을 흔들고 있다.(사진=포스코홀딩스)
공시요약
오늘 소개할 공시는 포스코실리콘솔루션(옛 테라테크노스)의 '지주회사의 자회사 탈퇴' 공시입니다. 말 그대로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이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에서 탈퇴한다는 내용입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자회사가 편입하거나 탈퇴할 경우 공시를 통해 공표해야 합니다. 이번 공시에 어떤 숨은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테라테크노스 '인수 3달' 만에 자회사 탈퇴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포스코홀딩스가 지난 7월 인수한 회사입니다. 실리콘 음극재 생산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2017년 설립됐습니다. 포스코홀딩스는 테라테크노스를 인수한 지 약 3개월 만에 자회사에서 제외됐다고 공시했습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5조 2항 5호는 중소벤처기업이 대기업집단의 자회사에 편입되는 것을 유예하도록 했습니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도 시행령에 근거해 포스코그룹의 계열사에 편입되지 않은 것입니다. 포스코홀딩스는 테라테크노스를 인수한 지 1달 여 만에 공정거래위원회에 중소벤처기업 유예신고를 했고, 지난 4일 공정위가 포스코홀딩스의 요청을 승인하면서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이 자회사에서 제외될 수 있었습니다.

대기업 집단에 편입될 경우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중소기업으로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점입니다. 현재 기술 스타트업의 경우 벤처기업 인증을 받아 최대 5년간 50%의 법인세를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내부에 기업부설 연구소를 운영할 경우 R&D 지출비용의 25%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 (자료=금융감독원)
▲ (자료=금융감독원)

직원은 연말정산 때 150만원 한도에서 5년간 90%의 소득세가 감면됩니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테라테크노스 시절 각종 세제 혜택을 받았는데, 포스코홀딩스에 인수되면서 대기업집단의 자회사가 돼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거죠. 포스코홀딩스가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을 대기업 집단에서 제외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대기업집단에 포함된 회사는 중소기업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죠.

두 번째 문제는 '내부거래 규제'입니다. 대기업집단의 자회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특수관계인(오너의 영향력 하에 있는 사람 또는 법인)과 관계된 거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자본총계 중 100분의 5 이상이거나 50억원 이상의 거래가 발생할 경우 공시해야 합니다. 내부거래를 통한 부당이익도 규제 대상이며, 위반 시 과징금을 처분받습니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앞으로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하고, 성과를 포스코케미칼 등 2차전지 소재 계열사와 공유해야 합니다. 내부거래가 많을 수밖에 없겠죠. 때문에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을 대기업집단으로 포함하기보다 제외시켜 각종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초격차는 '코어 쉘' 기술...R&D로 포스코케미칼 음극재 사업에 날개달까
실리콘 음극재는 음극재의 원소재로 실리콘을 사용한 것을 의미합니다. 음극재는 천연흑연이나 인조흑연을 주로 쓰는데, 실리콘을 흑연과 결합해 성능을 높였습니다. 흑연은 가격이 저렴하고, 결정구조가 층상형이라 안정적입니다. 리튬이온이 음극재의 흑연 사이에 들어와 저장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배터리가 전기차에 탑재되면서 성능과 용량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음극재는 양극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저장했다가 방출하면서 외부회로를 통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충전속도와 수명을 결정합니다.

▲ 이재우 포스코실리콘솔루션 대표가 개발한 탄소복합 음극재 특허.(자료=특허청)
▲ 이재우 포스코실리콘솔루션 대표가 개발한 탄소복합 음극재 특허.(자료=특허청)

그런데 흑연계 음극재는 부피당 용량이 적으며, 이미 용량적 한계(370mAh/g)에 도달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전기차용 배터리의 성능을 개선하려면 고성능 음극재를 개발해야 합니다. 실리콘 음극재는 고성능 음극재를 제조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입니다.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계 음극재에 비해 용량이 4배 이상 높아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습니다. 급속 충전에도 유리하죠. 실리콘을 흑연과 혼합할 경우 더 많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실리콘은 전기 전도도가 매우 낮고, 충방전을 반복할 경우 부피가 3배 이상 팽창해 안전성이 떨어집니다. 입자가 부서지거나 전극이 벗겨져 전지 성능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로 실리콘 음극재를 상용화해도 흑연을 90% 이상 넣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실리콘 음극재라고 규정하기에는 실리콘 함량이 너무 낮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흑연을 가공한 그래핀 음극재 등이 대안으로 꼽힙니다. 결국에는 실리콘 음극재의 경우 실리콘의 비율을 높이면서도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게 과제입니다.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코어 쉘' 구조로 실리콘의 부피 팽창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핀이 실리콘을 껍질처럼 감싸도록 해 문제를 해결한 거죠.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의 이재우 대표이사는 '코어 쉘 나노와이어 기반 탄소복합 음극재' 기술을 개발해 특허(출원번호 10-2019-0129224)를 확보했습니다.

만약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이 실리콘 음극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 사업 경쟁력도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죠. 현재 포스코케미칼은 천연흑연 위주 음극재 사업을 인조흑연 위주로 바꾸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600억원을 투자해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준공했고, 연 8000톤의 캐파를 확보했습니다.

인조흑연 음극재는 중국 등 주요 업체들이 이미 선도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실리콘 음극재까지 상용화해야 하는 것이죠. 만약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이 더욱 고도화된 실리콘 음극재를 상용화하는 기술을 확보한다면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 사업도 '초격차'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스코케미칼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GM 등 주요 공급처를 바탕으로 양극재 사업이 기록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19년 2분기 312억원에 불과했던 양극재 매출은 올해 2분기 3468억원을 기록해 10배 이상 증가했죠. 반면 음극재 매출은 49% 성장하는데 그쳤습니다. 2019년 2분기 음극재 매출은 312억원이었는데, 올해 2분기 465억원을 기록했죠.

때문에 포스코케미칼의 음극재 사업이 더욱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죠.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의 '코어 쉘' 기술은 문을 여는 열쇠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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