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터 <넘버스팀>이 알면 좋을 스타트업·혁신기업 생태계 정보를 소개합니다.  
▲ 이동우 프라우들리 대표. (사진=황금빛 기자)
▲ 이동우 프라우들리 대표. (사진=황금빛 기자)

프라우들리의 이동우 대표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숙박 플랫폼에 올라오는 게스트하우스 400여채를 관리했는데요. 물론 직접 운영도 했죠. 그 과정에서 미등록 숙소 운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모두 정리했는데요. 합법적으로 여러 독채 숙소를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한옥’에서 찾아서입니다.

01.
프라우들리는 왜
‘한옥’에 집중했을까

“합법적으로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독채를 가지고 법인으로 숙박업을 할 수 있는 건 한옥밖에 없었습니다.”

프라우들리가 2021년 초 한옥스테이 브랜드 ‘버틀러리’를 내놓게 된 배경입니다. 버틀러리는 국내 유일, 최대 규모의 한옥스테이 브랜드인데요. 현재 서울 종로구 인근에 25채 가량을 운영 중입니다. 낡은 한옥을 리모델링해 파인스테이(fine stay, 고급 숙소)로 재탄생시켰죠.

이는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기초한 겁니다. 이에 따라 숙박업을 하고 싶은 개인에게 열려 있는 업종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한옥체험업 △농어촌민박업 정도인데요.

일단 국내서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숙박 플랫폼에 올릴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합법적으로 하기 위한 조건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에 따른 건데요. 하지만 한계가 많습니다.

①내가 전입 신고를 해 직접 거주를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법인으로 운영할 수 없고, ②때문에 주택으로 딱 한 채만 운영할 수 있죠. 남는 방을 외국인에게 빌려줘 한국의 가정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에 결국 ③방이 여러 개 있어야 하고 ④외국인만 받을 수 있는 거고요.

다만, 농어촌지역 및 준농어촌지역은 제외인데요. 이는 ‘농어촌정비법’에 따른 것이고요. 이 때문에 농어촌민박업은 내국인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즉 도시에서 내국인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숙박업 형태가 바로 한옥이고, 이게 바로 한옥체험업인 거죠. 특혜도 많습니다.

주택뿐 아니라 상가라도 한옥이면 상관없고요. 독채를 가지고 법인으로 숙박업을 운영할 수 있는데요. 즉 내가 직접 거주하지 않아도 되고, 여러 채를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이는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겁니다.

이 외 호스텔업이나 다양한 호텔업 등의 경우 객실 수나 규모 등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좀 많이 들죠. 일반 개인이 접근하기엔 다소 장벽이 높습니다.

인터뷰를 하러 갔다 안국역 인근에 있는 버틀러리 지점 두 곳을 방문했는데요. 사실 그간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한옥스테이’ 사진을 봤을 때 실제 모습은 다르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감탄이 나왔습니다. 마당에서 하늘만 봐도 그림같더라고요.

평소 안국을 포함해 경복궁 인근을 지날 때 보이는 한옥을 보면서 저기엔 누가 살까 생각해본 적 있는데요. 좁은 골목골목 안으로 더 들어가 보니 한옥은 훨씬 더 많았고요. 일반 가정집과 프라우들리와 같이 숙박업을 운영하는 곳들이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참고로 프라우들리 외 한옥스테이를 운영하는 이들은 규모가 작은 개인 사업자가 많다고 합니다.

숙박업을 위해 한옥을 선택한 이유는 합법이라는 점도 작용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는데요. 현재 종로 인근 한옥들의 쓰임새가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 (사진=버틀러리)
▲ (사진=버틀러리)

“북촌과 서촌에 가 보면 좁은 골목길에 한옥들이 많아요. 그런데 규제가 있어요. 이 땅에는 한옥밖에 못 짓는다든지, 2층 이상을 짓지 못한다든지. 용도도 제한적이에요. 카페를 만들 수도 없어요. 건물주 입장에서 답답하죠. 노른자땅에 건물을 갖고 있는데 쓸모도 없고 관리도 어렵고, 월세 준다고 해도 누가 들어오겠어요. 애물단지죠.”

세대 교체가 이뤄지다보니 더 심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옥에서 쭉 살아왔던 어르신들이야 그냥 사는데, 상속을 받은 자녀들의 경우 한옥에서 살지 않으려 한다네요. 리모델링은 차치하고 특히 주차가 너무 힘듭니다. 정말 좁은 골목 안에 있거든요. 그래서 현재 비어 있는 곳도 많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한옥은 ‘저평가’ 돼 있습니다.

“이런 단점들 때문에 임대료가 싸요. 일반 상가들은 대로변에 나와 있고 카페, 편의점 다 받을 수 있으니 경쟁이 치열하고 다양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업앤다운이 심하잖아요. 그런데 한옥은 저희 말고는 딱히 답이 없어요.”

프라우들리가 한옥을 대신 관리해주면서 시세보다 높은 임대료까지 가져다주기 때문이죠. 어떤 방식일까요?

02.
투자유치 없이
한옥을 늘릴 수 있었던 이유

①한옥 소유주 ②재무적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 2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한옥 소유주가 직접 투자하는 방식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A지점의 사례를 들어서요.

A지점에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선 리모델링 공사 비용 1억원과 한옥 소유주에게 줄 임대보증금 5000만원, 총 1억5000만원이 있어야 했는데요. 근데 공사비를 한옥 소유주가 다 지불하고, 보증금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원래 A지점 월세 적정 시세가 150만원 정도인데요. 버틀러리는 300~400만원 정도의 월세를 한옥 소유주에게 줍니다. 매출이 그만큼 많이 나오니까요. 한옥스테이 객단가가 35만원 정도거든요. 버틀러리 월 매출이 한 지점에서만 1000만원 정도 나옵니다. 여기에 청소나 세탁 등 관리 비용을 제하고 순수하게 버틀러리 측에 남는 돈은 300만원 정도입니다.

이번엔 재무적 투자자가 있는 B지점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투자자에게 버틀러리 측이 대출을 받았다고 보면 쉬운데요. B지점에 투자하기로 한 재무적 투자자는 2억원을 버틀러리 측에 줬습니다. 버틀러리는 1억원을 공사비에, 1억원을 한옥 소유주에게 주는 보증금으로 썼죠. 이 경우 한옥 소유주가 A지점 소유주와 같은 니즈가 없기 때문입니다. 투자할 돈이 없을 수도 있고, 이러한 계약이 별로 탐탁지 않았을 수도 있죠.

그리고 버틀러리는 B지점을 운영하며 나오는 매출을 재무적 투자자와 한옥 소유주에게 나눠줍니다. 대신 이때 한옥 소유주는 A지점의 소유주처럼 월세를 많이 받진 못합니다. 시세대로만 받을 수 있습니다.

재무적 투자자의 연 수익률은 8~10% 정도입니다. 잘 되는 지점은 20% 이상도 되고요. 보통 재무적 투자자들은 1억원에서 2억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고요. 투자 기간은 사업장이 종료될 때까지입니다. 그리고 원리금 상환 방식으로 돈을 받고 있습니다.

즉 매달 이자와 함께 원금을 받게 되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1억원을 투자했을 때 매달 300~4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통 5년 정도 지나면 원금을 다 회수할 수 있는 형태고요. 사업 기간을 10년 정도 보고 있기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 6년차부터는 묶인 돈 없이 매달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사진=버틀러리)
▲ (사진=버틀러리)

03.
코로나에도
영업이익 낸 프라우들리

프라우들리의 실적도 좋습니다. 2020년 매출은 1억원대였는데요. 한옥스테이 브랜드 버틀러리를 2021년 초에 내놨죠. 2021년 매출은 8억원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매출은 25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000만원 정도였는데요. 사실 프라우들리는 처음부터 흑자 기업이었습니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투자를 받아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원래 이 대표가 자영업을 하면서 키워왔기 때문이죠.

이 대표는 2017년 전역을 하자마자 게스트하우스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했는데요. 직접 사업에 뛰어들어보고 싶어 자본금 1000만원을 가지고 홍대 반지하에서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으로요. 하나만 운영해도 월 150만원은 벌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한 채밖에 운영하지 못하니 한계가 있죠.

그래서 게스트하우스를 더 많이 운영하기 위해 여러 집을 임대차계약하며 사업 규모를 키웠습니다. 당연히 불법이죠. 그리고 이런 식의 미등록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들이 실제로 많습니다. ‘불법 에어비앤비 단속’ 관련 기사, 심심치 않게 보셨을 겁니다.

이 외 다른 이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용역을 제공했는데요. 청소, 세탁, 에어비앤비 계정 등 숙소 예약 관리 서비스 등을요. 이건 법적 이슈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수수료를 받는 거라 큰 수익이 나오긴 힘들죠.

어쨌든 이렇게 해서 400여채를 관리했고요. 현재는 불법으로 운영한 건 모두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그와 관련해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도 받았습니다.

“점점 단속이 세지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너무 많더라고요. 불법적으로 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2019년 법인을 설립했는데요. 용역을 제공한 건 합법이니 매출이 조금씩 있었던 상태였고요. 본격적으로 2021년부터 합법적인 버틀러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숙박 매출이 급격하게 성장한 거죠.”

그렇게 2021년 11월 △패스트벤처스 △롯데벤처스 △율리시스캐피탈로부터 6억원의 프리 시리즈 A 투자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인 사업 시작을 팬데믹 시기에 한 셈인데, 영향은 없었을까요?

“코로나 때문에 물론 힘들게 버티긴 했는데요. 그래서 오히려 더 한옥에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외국으로 못 나가니까 내국인들의 한옥스테이 수요가 높았거든요. 현재 버틀러리 이용률은 100%고요.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버틀러리의 목표는 2024년까지 200채의 한옥을 운영하는 겁니다. 현재 서울 종로 인근에만 1400채 정도의 한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서울 전 지역으로 보면 4000채 정도 된다고 하는데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다만 확장을 하는 데 조금 느릴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대규모 자금 조달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2~3채씩 늘리면 너무 느려요. 그리고 사실 한옥이 임대는 많이 안 나와요. 매매는 많이 나오죠. 임대는 설득이 어려운데, 매매는 또 설득이 쉬워요. 하지만 매매를 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죠. 프로젝트 펀드 같은 걸 만들어서 대규모로 매입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또 좋은 매매 물건이 나오면 재무적 투자자들한테 보내기도 해요.”

현재는 한옥스테이 시장에 개인 사업자들이 많다지만, 점점 다른 사업자들도 뛰어들며 규모를 키워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럴 수 있죠. 조금씩 하는 업체들도 생기고 있는데요. 하지만 저희 부동산 노하우를 쉽게 따라오지 못할 거라 생각합니다. 한옥이 돈만 있다고 구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부동산과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저희 부동산 개발팀의 주요 일과가 부동산 가서 커피 마시기입니다. 최근엔 지방에 있는 한옥 소유주들한테도 연락을 받았는데요. 지방까지 확대해서 독보적인 한옥스테이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한옥스테이’, 요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증샷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한옥스테이는 도심에서도 체험할 수 있죠. 현재 국내 유일, 최대 규모의 한옥스테이 브랜드 ‘버틀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요. 프라우들리입니다. 이동우 대표를 만나 한옥스테이 시장, 그리고 한옥 숙박업 투자 시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프라우들리에 대한 더 많은 스토리를 <블로터의 투자 리터러시 플랫폼(넘버스)>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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