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인사이드]

주류산업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최근 국내 수제맥주 상장사 1호인 제주맥주가 매각되면서 주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제주맥주 제공)
최근 국내 수제맥주 상장사 1호인 제주맥주가 매각되면서 주류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제주맥주 제공)

 

피터 린치, 워렌 버핏 등 전설적인 투자자들은 한결같이 "내가 좋아하고 잘 아는 것에 투자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에서 수제맥주를 좋아해 국내 수제맥주 1호 상장사인 제주맥주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은 '개미지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장 초기 6000원대를 넘나들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초에는 900원 이하 '동전주'로 전락한 탓입니다. 

제주맥주는 결국 기업공개 3년 만에 최대주주 문혁기 대표의 주식과 경영권을 더블에이치엠에 매각했습니다. 앞서 [주류인사이드] 첫회 "매출 26억 자동차 수리업체는 왜 수백억 적자의 제주맥주를 인수했을까?" 기사에선 매각 이후 제주맥주의 행보를 공시 기반으로 예측해봤는데요. 

이번에는 2015년 창업 후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약 547억원의 누적 적자를 떠안은 채 상장 폐지를 앞두고 있었던 제주맥주의 문혁기 대표가 이번 경영권 매각 등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거뒀는지, 또 문 대표와 제주맥주 상장 프로젝트를 함께 한 초기 재무적투자자(FI)들은 얼마나 이익 실현을 하고 빠져나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자본금 2억원으로 50억원 매각 대금 손에 쥔 창업자 문혁기 대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문 대표는 자본금 2억원을 들여 제주맥주를 창업했습니다. 이어 벤처캐피탈(VC) 등 FI로부터 6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해 제주맥주를 운영했죠. 2021년 5월 증시에 입성할 땐 263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상장 당시 문 대표는 국내 4대 맥주회사로 자리잡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국내 맥주회사 '빅3' 업체인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는 대기업 공장식 라거맥주를 주로 생산했기에 다양한 맥주 스타일을 선보이겠다는 제주맥주에 대한 소비 시장의 기대감도 컸습니다.  때마침 맥주에 대한  종량세가 실시되고,  수제맥주 주문자생산(OEM) 사업이 합법화되자 적자에 투자금으로 운영됐던 제주맥주는 이익 미실현 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 '테슬라 상장' 조건으로 기업공개에 성공합니다.

상장 당시 문 대표가 증권신고서에 명시한 2023년 추정 매출은 1148억원, 영업이익은 219억원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허상’에 가까웠습니다. 실제 매년 매출과 영업손실의 괴리율은 상당히 컸습니다.  제주맥주의 2023년 매출은 223억원, 영업손실은 11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 5월 제주맥주 상장 당시 문혁기 대표가 증권신고서에 명시한 추청 매출과 영업이익 및 괴리율(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1년 5월 제주맥주 상장 당시 문혁기 대표가 증권신고서에 명시한 추청 매출과 영업이익 및 괴리율(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는 코로나19 이후 생맥주(케그) 시장에서 무너진 수제맥주 업체들이 자구책으로 편의점 '4캔 만원'이라는 가격 출혈 경쟁 시장에 합류하면서 수제맥주 업체들의 재무 상태가 빠르게 악화된 탓입니다. 이어 하이볼 열풍 등으로 주류의 트렌드가 바뀌자 수제맥주는 설 자리를 잃게 되죠. 제주맥주는 편의점에 수제맥주를 4캔 만원에 팔았던 최초의 업체였습니다. 

결국 문 대표는 적자 탈출에 실패하며 경영권을 매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는 최소 50억원이 넘는 현금을 챙길 수 있게 됐습니다. 최대주주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 대표 지분 14.79%(14.62%+0.17%) 전부를 101억 5609만원에 넘길 것이니까요. 문 대표는 엠비에이치홀딩스의 지분 54.5%를 들고있습니다. 여기에 지난 3년 간 문 대표는 등기이사 자격으로 약 8억 2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2023년 등기이사 1인 평균 보수액은 3억 2500만원 2022년엔 3억 4000만원 2021년에는 1억 6800만원입니다. 

상장 직후 지분을 털어낸 일부 FI들도 쏠쏠한 재미를 봤습니다. 상장 당시 제주맥주는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2900원)을 넘어선 3200원으로 확정했습니다. 제주맥주의 주가는 상장 직후 6040원(고점)까지 뛰었고 4900원에 거래를 마쳤죠. 

이때 제주맥주의 전문투자자 보유지분율은 전체 발행주식수의 45%에 달했습니다. 이들의 주식 취득가액은 1000~1750원 사이였고요. 2대주주 스톤브릿지는 상장 직후 ‘미래창조네이버-스톤브릿지초기기업투자조합’의 주식 75만주 전량을 주당 평균 5047~5229원에 처분해 약 39억원 수익을 올렸습니다. 에프피파인트리1호 역시 상장 직후 112만주를 주당 4876원에 매도해 약 55억원을 벌어들였네요. FI의 제주맥주 주식 의무보유 기간은 상장 후 1~6개월에 상대적으로 짧게 분포했습니다. 

제주맥주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조은영 상무 등 임원들도 손해를 본 것 같진 않네요. 이들의 행사가액은 1주당 500원입니다. 제주맥주 주가 최저점이 지난달 26일 891원이었고 25일 기준 1450원이니 주가가 500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조 상무는 상장 이후 지난해 말까지 10회에 걸쳐 약 2억 711만원을 투자해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그는 이 기간 장내매도를 통해 2억 9374만원의 수익을 거둬들였으니 약 2200만원 차익을 남겼네요. 

 

동력 잃은 주가에 개미들은 울상

반면 제주맥주에 묶여있는 소액주주들은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상장 직후 구주 물량이 대거 풀린 탓에 제주맥주의 주가는 동력을 금방 잃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 수는 6만 3141명에 달하며 이들 지분은 62.11% 입니다. 제주맥주 주가는 상장 당일 고점을 찍고 곧바로 하락세를 거듭하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진 900원대의 동전주 신세였습니다. 제주맥주 주가는 경영권 매각을 공시한 19일 종가 기준 1180원을 기록했습니다. 상장 당시 시초가(4780원)는 물론 공모가(32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죠. 제주맥주가 코스닥 투자자들 사이에서 ‘개미지옥’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투자자들은 매각 후 제주맥주의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제주맥주가 앞서 더블에이치엠으로의 경영권 변동을 공시하면서 제3자배정 유상증자, 인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를 통해 총 500억원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밝혔는데 투자자들이 각각 지와이투자조합, 일두투자조합, 수옹투자조합 등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생 투자조합인 것이 불안 요소입니다. 제주맥주가 500억원 가운데 100억원은 신사업 투자에 쓰겠다고만 밝힌 상태라 제주맥주가 추후 어떤 회사로 변신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