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설립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이 우회상장을 통해 뉴욕증시에 공식 데뷔한 날 주가가 약 16% 급등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지분 가치는 약 6조원으로 불어났지만 당장 자금난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도널트 트럼프 공식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도널트 트럼프 공식 홈페이지)

26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한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리지 그룹(TMTG) 주가는 16.10% 오른 57.99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TMTG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인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과의 우회상장 절차를 마치고 이날 트럼프의 이니설을 딴 티커명 DJT로 변경해 공식 거래를 시작했다. 

 TMTG는 이날 개장과 동시에 급등하면서 개장 초반 거래가 일시 중단됐고 그 후 한때 약 59%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 마감을 앞두고 상승폭을 반납했다. 

이날의 급등세로 TMTG의 시장가치는 약 80억달러까지 불었다. 이는 미국 대표 철강회사 US스틸, 신발회사 스케쳐스, 투자은행 제프리스와 같은 기업과 비슷한 규모다. 또 트럼프가 보유한 60%의 지분은 약 45억달러(약 6조400억원)의 가치를 갖게 됐다. 

TMTG의 뉴욕증시 데뷔 전부터 DWAC의 주가는 크게 올랐다. 양사 합병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올해 들어서만 약 230% 폭등했다. 합병 절차가 완료된 전날에도 35% 급등한 바 있다. 

트루스 소셜은 트럼프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주요 SNS에서 퇴출되자 지난 2021 설립한 SNS 회사다. 그러나 적자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용자 대부분은 트럼프 지지자들인데 그마저도 줄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상승한 배경으로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매수 공세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트루스 소셜의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몇 달 동안 주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플로리다대학교 재무학 교수인 제이 리터는 “이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주식이 펀더멘털과 완전히 동떨어져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루스 소셜이 게임스탑과 AMC와 같은 ‘밈 주식’과 유사하다며 “주가가 결국 주당 2달러까지 떨어지고 회사가 합병으로 얻은 자금을 모두 날려버리면 그 이하로도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르네상스 캐피탈의 매튜 케네디 수석 IPO 전략가는 “결국 밸류에이션은 펀더멘털에 따라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주가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4건의 형사 기소와 여러 민사소송에 직면해 법률 비용을 부담해야 했는데 TMTG의 주가 폭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바로 전날 뉴욕주 항소법원은 트럼프가가 트럼프그룹의 자산 가치를 부풀려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에 대한 민사 재판에서 공탁금을 기존 4억5400만달러에서 1억7500만달러로 절반 이상 낮췄다. 

다만 규정상 우회 상장 후 6개월 동안 주식 매각이 금지돼서 트럼프는 지분을 즉시 현금화할 수 없다. 따라서 실제 공탁금이나 대선 자금 마련에 도움이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TMTG 이사회가 예외적으로 처분을 승인할 경우에는 매각이 가능하다. TMTG 이사회는 트럼프의 아들, 전 행정부 인사와 전 의원 등 모두 트럼프의 측근들이어서 특별 매수를 승인해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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