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의 고객 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사진=FTX 유튜브 갈무리)
(사진=FTX 유튜브 갈무리)

2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뱅크먼-프리드에게 징역 25년형과 110억달러(약 18조8500억원)의 재산 몰수를 선고했다. 이는 연방 검찰이 요구한 최대 50년 징역형의 절반 수준이지만 금융범죄로는 미국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또 뱅크먼-프리드의 변호사가 제시한 6년 반보다 훨씬 높다. 

루이스 카플란 판사는 뱅크먼-프리드가 “앞으로 매우 나쁜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위험이 있다”며 “이것은 전혀 사소한 위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카플란 판사는 “FTX가 손실을 초래하지 않았다는 피고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거부한다”고 말했다.

카플란 판사는 뱅크먼-프리드의 범죄로 FTX 고객들이 8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FTX 주식 투자자들은 17억달러, FTX 계열사인 가상자산 헤지펀드 알라메다 리서치 대출자들은 13억달러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선고에 앞서 뱅크먼-프리드는 최후 진술을 통해 “모든 단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한다”며 “고객들이 이 정도 수준의 고통을 겪어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고객들이 잃은 자금이 사기가 아니라 “유동성 위기와 잘못된 자금 관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FTX가 2년 전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몰락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그는 언젠가는 고객들이 자금을 되돌려 받을 것이며 아직까지 연방 파산 법원이 고객들에게 보상을 해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먼-프리드의 변호사들은 그가 고의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며 선처를 요구했다. 마크 무카시 변호사는 뱅크먼-프리드가 “악의를 품고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며 “머릿속에서 수학을 통해 결정을 내린다”고 주장했다. 또 그가 “고의로 사람들을 해치려는 무자비한 금융 연쇄 살인범”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니콜라스 루스 연방 검사는 지난 2022년 말 FTX의 붕괴가 “유동성 위기나 잘못된 관리 행위”로 인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수십억달러의 고객 자금을 “도둑질한 사건”이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손실”이었다고 강조했다. 

카플란 판사는 뱅크먼-프리드의 주장이 “오해의 소지가 있고 논리적으로 결함이 있으며 추측에 기반한 것”이라며 피고로부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 뉘우친다는 말을 단 한번도 듣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카플란 판사는 뱅크먼-프리드의 형량을 정하는 데 있어서 고객이 잃어버린 자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지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리품을 라스베가스로 가져가서 훔친 돈으로 성공적인 베팅을 한 도둑은 형량을 감형 받을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지난 2022년 11월 FTX 붕괴 직후 사기, 돈 세탁, 등 총 7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9년부터 FTX 파산 전까지 약 100억달러의 고객 자금을 빼돌려서 개인 투자금과 정치자금으로 활용하고 알라메다 리서치의 부채를 갚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앞서 뉴욕 남부 연방지방검찰청은 그에게 40~50년을 구형했다. 뉴욕 남부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지난해 11월 뱅크먼-프리드에게 제기된 7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로 평결한 바 있다. 

이날 선고 후 데미안 윌리엄스 맨해튼 연방 검사는 “뱅크먼-프리드는 역사상 가장 큰 금융 사기 중 하나를 공모했다”며 “그의 고의적이고 지속적인 거짓말은 고객의 기대를 뻔뻔스럽게 무시하고 법치를 무시하고 고객 자금을 몰래 사용해 자신의 권력과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뱅크먼-프리드가 25년형을 선고받으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 사기 중 하나로 지목된 사건에서 한때 가상자산 왕으로 불린 인물의 급격한 상승과 몰락과 관련된 사건이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연방검찰은 뱅크먼-프리드가 미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화이트칼라 범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며 130억달러의 손실을 초래한 2008년의 다단계 금융 사기 ‘폰지 사기’를 저지른 버니 메이도프에 비유했다. 메이도프는 맨해튼의 금융가로 150년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지난 2021년 8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메이도프와 함께 폰지 사기를 저질러 110년형을 선고받은 앨런 스탠포드는 여전히 복역 중이다. 이번 뱅크먼-프리드의 형량은 메이도프와 스탠포드 다음으로 화이트칼라 범죄 중 최장기간이다. 

뱅크먼-프리드의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연방 검사인 조쉬 나프탈리스는 이번 판결에 대해 “중대하지만 공정한 형량을 부과”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법원은 명백히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 했고 뱅크먼-프리드가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의 재범률이 일반적으로 낮기 때문에 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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