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현대무벡스)
▲ (사진=현대무벡스)

현대그룹의 물류 자동화 계열사인 현대무벡스가 2차전지 전공정 및 후공정에 자동화 물류 장비 공급을 추진한다.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 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면서 엔진격인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현대무벡스는 제조산업의 변화에 맞춰 2차전지의 전 공정에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의 사업 지주 역할을 하는 현대엘리베이터는 연 2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그룹의 재건을 이끌기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현대무벡스는 생산부터 운송 등 물류 전 과정에 자동화 설비와 인공지능(AI) 등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2차전지와 반도체 등 첨단 제조산업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현대무벡스는 2차전지 시장까지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무벡스는 2차전지 전공정 및 후공정의 생산 및 설계 경험이 있는 인력들을 모집하고 있다. 현대무벡스는 전지업체의 생산환경 및 제품사양에 맞춰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공정 자동화에 필요한 일련의 장비를 시스템화해 '턴키'로 구축하는게 목표다. 2차전지의 소재 및 장비를 개발한 경험이 있거나 공장 건설을 컨설팅해 본 경험이 있는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2차전지 생산과정은 크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뉜다. 이중 핵심은 2차전지의 전극인 양극재와 음극재 등을 집전판인 알루미늄과 동박에 도포하는 공정으로 전체 공정의 30% 가량을 차지한다.

이후 양극활물질 등을 전해액과 섞어 슬러리를 만드는 혼합(Mixing) 공정, 슬러리를 일정한 패턴과 두께로 도포해 건조하는 코팅(Coating) 공정, 전극의 두께를 줄여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압연(Pressing) 공정, 규격에 크기에 맞게 자르는 절단(Cutting) 공정 등이 있다.
    

▲ (출처: Recycling of Lithium-Ion Batteries, Sergej Rothermel)
▲ (출처: Recycling of Lithium-Ion Batteries, Sergej Rothermel)

후공정은 원형, 각형 등으로 만들어진 배터리셀을 검수하고, 충전하는 공정과 모듈, 팩 등으로 조립하는 공정이다. 이중 핵심은 전공정에 있다. 후공정은 이미 배터리셀로 만들어진 제품을 검수하고, 모듈·팩으로 조립할 수 있게 준비하는 공정이다.

반면 전공정은 배터리셀을 만들기 위해 각종 원료를 최적의 과정으로 배합하고, 초극박인 알루미늄과 동박이 손상되지 않도록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갈 경우 제품 전량을 폐기해야 하는 만큼 매우 까다로운 제조 과정을 거친다.

2차전지 전공정은 생산 전 공정을 컨베이어벨트로 완전 자동화하지 않은 만큼 지게차 등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구간이 있다. 때문에 전공정 및 후공정의 전 과정을 자동화할 경우 제품의 품질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기차 시장이 2020년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한 만큼 배터리의 물류 솔루션 시장도 본격적인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 1GWh 규모의 생산공장을 짓는데 15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배터리 산업이 자본집약 산업인 만큼 증설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간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리튬이온배터리의 누적 생산량은 5500G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해 전기차 82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주요 배터리 업체 15곳의 누적 생산량은 600GWh에 달했다. 이를 고려하면 시장은 매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2차전지 생산공장에 필요한 물류 솔루션 시장의 규모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는 실정이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의 증가세 등을 고려하면 시장은 빠른 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외 업체 중 2차전지 물류 솔루션에 특화된 업체는 코스닥 상장사인 코윈테크이다. 코윈테크는 2차전지 생산의 전공정과 후공정에 필요한 물류 자동화 설비를 동시에 구축할 수 있는 업체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체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 업체들이 코윈테크의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 코윈테크의 글로벌 점유율은 20%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무벡스는 2017년 현대엘리베이터의 물류 자동화사업부를 분리한 후 정보기술(IT) 업체인 현대유엔아이와 합병해 설립했다.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등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과 업력을 자랑하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술력이 고스란히 이전된 만큼 물류 자동화 부문에서는 경쟁력을 갖고 있다. 현재 유통과 택배, 석유화학 등 다양한 제조산업에서 현대무벡스의 물류 자동화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무벡스의 매출은 2400억원, 영업이익은 15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6.4%에 달했다. 순이익은 8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에 비해 21.5%,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9%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 중 65% 물류 자동화 설비에서 나왔고, IT 솔루션 부문의 매출은 22.5%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까지 수주 잔고는 2046억원에 달했다.

유통과 석유화학 부문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 물류자동화 설비를 구축한 경험은 있지만, 2차전지 시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해 매출의 1~2%를 연구개발(R&D)에 활용하고 있다. 현금성 자산은 200억원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금력 측면에서는 2차전지 산업에 필요한 자동화 설비를 개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국내 전지업체들은 스마트 팩토리를 건설하면서, 물류 자동화 솔루션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있다. 납품처가 직접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후발주자인 현대무벡스가 2차전지 물류 솔루션 부문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까지 적잖은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무벡스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 전무가 아시아법인 총괄 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현대그룹 오너가 중 정 전무가 유일하게 계열회사에 재직 중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현 HMM)을 떼내면서 외형이 중견그룹으로 축소됐다. 연 2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룹 재건을 이끌기는 여의치 않다.

▲ 정지이 현대무벡스 아시아법인 총괄 담당 
▲ 정지이 현대무벡스 아시아법인 총괄 담당 

현대무벡스가 2차전지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물류 자동화 설비를 공급할 경우 현대그룹은 제조업으로 또 한번 재기를 노려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무벡스 관계자는 "물류 자동화가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고, 현대무벡스는 이 시장의 경쟁력이 있는 만큼 2차전지 분야까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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