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미국 정치권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통제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소비자들에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에서 앱을 검색하고 사용하는 데 있어서 더 많은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 두 건이 발의됐다. 

지난 1월과 2월에 각각 ‘미국 온라인시장의 혁신·선택 온라인 법’(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과 ‘오픈 앱 마켓법’(Open App Markets Act)이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통과했다. 이 법안들은 애플, 구글을 포함한 주요 앱 시장의 자사 결제 수단 사용 강제를 금지하고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 남용을 억제하려는 취지로 제정됐다. 

IT 기업들은 법안이 통과되면 보안 등 소비자 보호 방안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에 대해 미국의 한 디지털 인권 옹호 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법안이 통과되면 빅테크가 더 이상 앱 시장을 독점하고 소비자와 앱 개발자들로부터 더 많은 수수료를 챙겨가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자프런티어재단(EEF)의 캐런 걸로 애널리스트는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 기고문에서 빅테크 기업 중에서도 특히 애플의 앱 시장 운영 방식을 “1960년대 스타일의 가부장적인 독점체제”라고 묘사했다. 또 두 법안이 특히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큰 혜택을 가져다줄 것으로 봤다. 

먼저, 애플 앱 스토어 외에도 다른 앱 장터의 이용이 가능해져 보다 낮은 가격에 앱 결제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애플 앱 스토어에서 금지하는 여러 앱들을 설치할 수 있다. 애플은 다른 앱 마켓을 이용하면 악성 소프트웨어 감염 등 이용자 보안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애플이 금지하는 일부 보안 관련 앱을 다른 앱 마켓에서 내려받아 오히려 보안이 강화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법안들은 애플과 구글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앱 장터 생태계에 다른 업체들도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해 줄 뿐, 두 업체가 이미 운영 중인 시스템에 제한을 주지는 않는다. 애플과 구글의 체제에 만족하는 이용자들은 지금과 동일하게 시스템을 이용하면 되고, 그렇지 않은 이용자들에게는 더 많은 선택권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이것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사용자들이 어떤 앱을 어떻게 구매하는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단지 이용자를 보안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뿐만 아니라 독점 체제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애플은 현재 자사 앱 장터를 통해서만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보안 관리 이유로 인앱결제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떼어간다. 앞서 지난해 애플의 인앱결제 금지에 반발한 게임업체 에픽게임즈의 소송에서 앱스토어 전체 매출의 70%가 결제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가 있다.

앞서 2020년에 애플은 앱 개발 소프트웨어 업체인 ‘베이스캠프’의 유로 구독 이메일 앱인 ‘헤이’가 내부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업데이트를 거부했다. 베이스캠프에 따르면 헤이가 연간 구독료 99달러를 애플 인앱결제가 아닌 자사 홈페이지에서 결제하도록 해 거부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이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인앱결제를 고수한다는 비판을 받은 후에 결국 업데이트를 승인했다. 

걸로는 독점적 통제는 사용자 보안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소비자들에게 선택권과 보안을 보장하기 위해 경쟁을 촉진하는 두 법안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플의 폐쇄적인 정책은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walled garden)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더 좋고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촉진시키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애플은 경쟁이 보안에 위협을 가한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앱 배포 독점과 통제는 사용자 보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보안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