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6일(현지시간) 개발자 중심 연례행사 WWDC 2022를 온라인 개최하고 아이폰 운영체제(iOS)를 비롯한 애플 생태계의 주요 OS 업그레이드 버전을 공개했다. 휴대폰은 개인화, 그 외 기기들은 확장성과 멀티태스킹 및 협업 기반의 생산성 강화에 방점이 찍힌 모습이다.

▲ WWDC 2022 키노트를 진행하는 팀 쿡 애플 CEO. (이하 사진=WWDC 영상 갈무리)
▲ WWDC 2022 키노트를 진행하는 팀 쿡 애플 CEO. (이하 사진=WWDC 영상 갈무리)

화려함과 실속 챙긴 'iOS16'
애플이 이날 공개한 iOS16의 주요 특징은 잠금화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개인화’다. 잠금화면은 사용자가 휴대폰을 들고 켰을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화면이다. 주로 날씨와 알림 등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하지만 동시에 사진으로 각자의 개성을 표현할 수도 있는 공간이다. 애플도 이 점에 주목해 iOS16에서는 잠금화면 꾸미기 기능을 확대하고 일상 속 편의기능과의 접점을 늘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배경사진에 ‘깊이’ 효과를 줄 수 있게 된 점이다. 적용 시 시계보다 사진의 피사체가 화면에서 더 도드라져 입체감이 형성된다. 잠금화면 사진 편집 모드에선 슬라이드 조작으로 색상 필터를 조절할 수도 있는데, 이때 배경과 시계 글꼴이 그에 맞춰 자동으로 변경돼 안정된 디자인이 유지된다. 글꼴의 페이스 타입이나 색상, 명암 변경도 가능하다.

▲ 잠금화면 이미지 편집을 통해 깊이감을 비롯해 다양한 미적 요소들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 잠금화면 이미지 편집을 통해 깊이감을 비롯해 다양한 미적 요소들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또 잠금화면 위젯 기능으로 다양한 기능성 앱에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잠금화면을 여러 개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은 단조로움을 덜어준다. 선택 가능한 잠금화면 테마에는 날씨형, 이모지형, 지구와 달 등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천체형 등이 있다. 화면을 쓸어 넘기기만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이어 잠금 화면에서 확장된 집중 모드에도 변화가 생겼다. 특정 잠금화면을 특정 집중모드와 연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잠금화면을 전환할 때 사생활용, 업무용 화면 전환이 쉽게 이뤄지며 캘린더, 메일, 메시지 사파리와 같은 앱에서 특정 집중모드와 관련된 콘텐츠만 표시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잠금화면 알림에도 신기능 ‘라이브 엑티비티스(Live Activites)’가 추가됐다. 한마디로, 반응형 알림이다. 예컨대 야구 경기 실황처럼 반복되는 알림은 제때 확인하지 않으면 차곡차곡 쌓여 알림창을 잔뜩 메우고 만다. 라이브 엑티비티스는 이제 이처럼 반복되고 내용이 변화하는 알림을 하나로 묶어 변화하는 순서를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은 호출한 우버의 차량이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모습, 운동 중 목표 달성 수준이 반응형 알림으로 실시간 변화하는 모습을 예시로 제시했다.

▲ 차량의 이동 상황이 라이브 엑티비티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동기화되는 모습. 
▲ 차량의 이동 상황이 라이브 엑티비티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동기화되는 모습. 

메시지 앱은 그동안 아이폰 사용자들의 요청이 많았던 3가지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다. 잘못된 메시지를 보낸 직후 수정할 수 있는 기능, 보낸 메시지를 삭제하는 전송 취소 기능, 메시지를 안 읽음 상태로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이다. 또 미디어 공유 기능인 ‘쉐어 플레이’를 메시지 앱에도 적용해 이제 메시지 내에서 영상을 동시에 시청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영상 제어도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 지인, 연인과 콘텐츠를 공유할 때 유용한 기능이다.

음성을 실시간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받아쓰기’ 기능은 iOS16에서 이제 음성과 터치 조작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잘못 입력한 텍스트를 선택 후 음성으로 다시 쓸 수 있다. 장문의 문장은 자동으로 구두점이 찍히고 이모티콘을 음성으로 써넣을 수도 있다.

사진 속 글자를 읽어낼 수 있었던 라이브 텍스트는 범위가 영상으로 확대됐다. 영상 재생 중 텍스트가 보이는 장면에서 멈추고 라이브텍스트를 실행해도 텍스트를 인식해 상호작용할 수 있다. 애플은 “개발자라면 영상 내 코드 예제를 복사할 때 좋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건강 앱에서 복용약에 대한 관리 기능이 추가된 점도 눈에 띈다. 사용자는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목록을 앱 내에 저장하고 복용 일정과 알림 등을 생성할 수 있다. 아이폰 카메라로 약의 라벨을 비춰 약을 추가하는 편의 기능이 제공되며 복용 중인 약들 사이에 궁합이 좋지 않은 약이 있을 경우 악영향에 대한 경고도 받을 수 있다.

▲ 차세대 카플레이 데모 화면. 
▲ 차세대 카플레이 데모 화면. 

차세대 카플레이도 공개됐다. 카플레이는 차량과 아이폰을 연동해 차량 인포테인먼트시스템에 iOS 사용환경을 적용시키는 시스템이다. 차세대 카플레이의 핵심은 계기판을 비롯해 가용한 모든 운전자용 화면에 정보와 콘텐츠를 표시하는 것이다. 또 단순한 정보 제공, 엔터테인먼트에 그치지 않고 차량 하드웨어와 카플레이가 긴밀히 연동돼 라디오, 온도 조절 등 한층 세밀한 영역에서 통합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미 메르세데스 벤츠, 초드, 아우디,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애플과 협력 중이며 차세대 카플레이 적용 모델은 2023년 말부터 공개된다.

달리기 애호가들이 좋아할 'watchOS9'
애플워치용 워치OS9은 디자인과 건강 영역에서 새로운 요소가 추가됐다. 먼저 신규 워치페이스다. 천체 페이스를 리마스터해 전세계 구름 상황을 볼 수 있고 음력 달력은 여러 문화권의 명절과 태음 태양력, 이슬람력, 히브리력을 지원한다. 운동 영역에선 달리기 기능이 확대됐다. 달리기 중 더 명확한 운동량 측정을 위해 몸통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높이인 수직진폭 측정이 가능해졌고 활보의 길이와 지면의 접촉시간까지 계산할 수 있다.

또 새로운 사용자 운동 설정을 통해 자신만의 달리기 운동을 구성할 수 있다. 세트 구성, 특정 구간 중 알림 추가 등이 가능하다. 달리기 중 심박수를 감지해 일정량 이상으로 떨어지면 다시 속도를 올리도록 하는 등의 운동 지원 기능도 강화됐다. 이와 함께 자주 뛰는 경로를 운동 앱이 이를 자동으로 저장하고 자신의 최근 기록과 최고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워치OS9은 심방세동 기록과 함께 불규칙한 맥박이 나타난 시간량도 추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건강 앱에서 심방세동에 따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생활 요인들을 관리하는 일이 용이해진다. 애플은 심방세동 기록이 곧 FDA에서 승인을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워치OS9에서는 사용자 정의 달리기 모드, 목표달성 수준 등을 한층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 워치OS9에서는 사용자 정의 달리기 모드, 목표달성 수준 등을 한층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멀티태스킹을 더 깔끔하게 'macOS Ventura'
PC용 맥OS의 최신 버전명은 ‘맥OS 벤추라(Ventura)’로 결정됐다. 생산성과 효율적인 멀티태스킹에 중점을 둔 변화가 보인다. 새로 추가된 ‘스테이지 매니저’ 기능은 다수의 창이 열려있을 때 열린 창이 모두 왼쪽에 자동 정렬되고 현재 사용 중인 앱이 화면 중심에 배치되도록 한다. 하나의 앱에 여러 창이 열려 있을 경우에는 스테이지 매니저가 자동으로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준다. 다수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도 창이 섞이지 않아 보다 깔끔하고 효율적인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지는 기능이다.
▲ 스테이지 매니저를 실행 중인 모습. 활성화 앱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룹별로 묶여 왼편에 정렬된다. 
▲ 스테이지 매니저를 실행 중인 모습. 활성화 앱을 제외한 나머지는 그룹별로 묶여 왼편에 정렬된다. 

메일은 iOS의 메시지앱과 마찬가지로 사용자들이 요청해온 ‘발송 취소’, ‘지정 전송’ 기능이 추가됐다. 웹브라우저 사파리에는 ‘공유 탭 그룹’이 신설돼 지인 간에 특별한 목적으로 탭을 만들어 정보나 계획 등을 나누고 보고 있는 페이지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다.

애플은 사파리에서 비밀번호를 대체할 차세대 인증 기술 ‘패스키(Pass key)’도 공개했다. 패스키는 암호화 기술에 내장된 생체인증(터치아이디, 페이스아이디)을 사용해 계정을 한층 강력하게 보호하는 기술이다. 만약 사용자가 특정 사이트에서 패스키를 만들면 고유의 디지털키가 생성되며 해당 키는 생성된 사이트에서만 작동한다. 하나의 비밀번호가 복수의 서비스 해킹으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패스키는 ‘아이클라우드 키체인’을 통해 사용자의 전체 애플 기기에서 안전하게 동기화된다. 나아가 패스키가 있다면 애플 제품이 아닌 기기에서도 아이폰을 활용해 웹사이트와 앱에 로그인하는 일도 가능하다.

아울러 눈에 띄는 기능은 아이폰을 웹캠처럼 사용하는 ‘컨티뉴티 카메라(Continuty Camera)다. 전용 액세서리를 이용해 아이폰을 맥 디스플레이에 부착하면 맥이 자동으로 아이폰을 웹캠으로 인식해 활용한다. 이때 아이폰을 조작할 필요는 없다. 웹캠 모드에서 아이폰은 피사체가 정중앙에 위치하도록 시점을 자동 변경해주는 ‘센터 스테이지’ 기능을 지원하며 피사체 외 배경을 흐리게 처리해주는 보케 모드도 적용할 수 있다.

▲ 컨티뉴티 카메라의 책상보기 기능. 하나의 아이폰으로 구현했다고 한다. 
▲ 컨티뉴티 카메라의 책상보기 기능. 하나의 아이폰으로 구현했다고 한다. 

관련 신기능으론 ‘책상 보기’가 함께 공개됐다. 마치 2대의 카메라를 설치한 듯 책상 위 작업물을 비추면서 동시에 사용자를 비추는 기능이다. 애플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원리를 소개하진 않았지만 “아이폰의 울트라 와이드 카메라 하나만 사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컨티뉴티 카메라 기능은 페이스타임 외에도 맥OS가 지원하는 영상채팅 앱(줌, 팀즈, 웹엑스) 등을 대부분 지원한다. 다만 이 기능을 이용하기 위한 전용 액세서리는 애플이 벨킨과 협력해 준비 중이며 올해 말에 출시될 전망이다.

아이폰, 맥북 장점 계승하는 'iPadOS16'
아이폰의 모바일 특성, 맥북의 생산성을 겸비한 아이패드OS에는 앞서 언급된 iOS16, 맥OS 벤츄라의 다양한 신기능들이 포함된다. 가령 스테이지 매니저를 이용할 수 있게 된 아이패드에서는 이전까지 불가능했던 ‘창 겹쳐서 열기’가 가능해지고 PC 수준의 다양한 조작 편의 기능이 새롭게 아이패드에서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다자간 브레인스토밍이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담아 공유할 수 있는 ‘프리폼(Freeform)’ 앱이 올해 말 새롭게 출시된다. 애플이 사전공개한 프리폼의 형태는 넓은 백지를 팀원들이 자유롭게 확장하며 사용하되 동시에 각자의 데이터를 쉽고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형태였다. 글쓰기, 이미지, 파일 공유, 도표 생성 등이 모두 가능하며 각 참여자의 작업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동할 수 있다. 디지털 공간인 만큼 여백에 제한없이 필요한 만큼 자신의 공간을 확장해 쓸 수도 있다.

이밖에 하반기에는 ‘게임센터’가 개편, 쉐어플레이와 통합된다. 이를 통해 친구와 페이스타임을 하던 중 멀티플레이 게임을 바로 함께 즐기는 것이 가능해지는 등 아이패드 내 게임 플레이 환경에도 개선점들이 추가될 예정이다.

▲ 프리폼 협업툴 사용 데모. 
▲ 프리폼 협업툴 사용 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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