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준비 중인 고독사 방지 중장기 계획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준비 상황과 ICT 기업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진단해본다.

 
▲ 한 어르신이 SKT의 AI 스피커 '누구'를 활용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SKT)
▲ 한 어르신이 SKT의 AI 스피커 '누구'를 활용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SKT)

주요 ICT 기업들이 어르신 돌봄 사업에 나선 이유는 ICT 역량을 활용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데 기여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고령화 시대를 맞아 사업 수행 경험(레퍼런스)을 쌓아가며 궁극적으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마련하자는 취지도 있다.

SK텔레콤·KT·네이버 등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지자체) 및 기관이 발주한 사업을 수주해 자사의 AI 역량을 활용한 돌봄 서비스를 원가에 가까운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기업들이 ICT 역량을 활용해 이러한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지자체들이 먼저 협업을 제안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다수다. 

기업 입장에서 어르신 돌봄 사업은 당장은 실적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사회 복지 차원의 정부나 각 지자체의 사업에 참여하다보니 매출 확대나 높은 이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AI 스피커와 각종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인력도 투입돼야 해 사실상 쓰는 돈이 더 많은 셈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돌봄 사업이 당장은 이익에 기여하지 못하더라도 '회사의 역량으로 사회와 국가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신념 아래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기업에게 돌봄 서비스는 단기적으로는 투자의 성격이 강하지만 자사의 AI 서비스 이용자 층을 확대하는데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특히 AI는 이용자를 늘려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서비스 고도화에 필수적이다. 장기적으로는 돌봄 서비스의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보다 다양한 AI 및 돌봄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고령층 인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복지 서비스를 확대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ICT 기업과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어르신 돌봄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정부의 인력만으로는 이를 모두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ICT를 활용한 돌봄 서비스를 적용하면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도 기본적인 관리가 가능하며 응급 상황에도 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마련 중인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년)에도 ICT 기업의 역할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주요 ICT 기업들은 이미 지자체 및 기관들과 손잡고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활동은 ICT를 활용해 어르신들의 고독사를 예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복지부 계획의 취지와도 맞닿을 수 있다.

SKT는 지난 2019년 4월부터 'AI 돌봄' 서비스를 전국 70여개 지자체·보건소·치매안심센터 등에 제공 중이다. 약 1만3000가구가 SKT의 AI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SKT는 복지부가 발주한 돌봄 사업을 수주해 AI 스피커 '누구'와 음원서비스 '플로' 등을 공급한다. 지자체들이 SKT의 협업기관인 사회적기업 행복커넥트에 비용을 지급하고 어르신들은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형태다. 이용자들은 누구를 통해 뉴스와 음악을 듣거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르신들에게 유용한 기능은 'SOS'다. 가령 '살려줘·도와줘·구해줘' 등의 음성 명령을 내리면 SK쉴더스의 관제센터로 24시간 신고가 접수된다. 관제센터는 신고한 이용자에게 전화연결을 시도해 119 안전신고센터나 경찰서 등으로 구조요청을 진행한다. SKT에 따르면 서비스 출시 후 지금껏 약 260명의 어르신이 SOS 기능을 이용해 응급조치를 받았다.

SKT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 사업이다보니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가격보다 저렴한 특별가를 책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운 지자체에게는 '누구돌봄케어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2021년 11월 출시된 누구돌봄케어콜은 AI가 각 지자체의 돌봄 대상 어르신에게 사람 대신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서비스다. SKT가 서비스 운영을 담당하며 특이 사항이 있는 어르신 관련 내용은 텍스트로 정리해 각 지자체에 전달해준다. 누구돌봄케어콜 서비스는 현재 경남도 시군구 전체·원주시·청주시 등 19개소 지자체와 인천시 및 치매안심센터 8개소 등 총 4200여가구에 제공되고 있다. 

KT는 'AI 케어 서비스'를 지난해 1월 광주서구청 사업을 시작으로 △대전 유성구 △경남 영덕군 △경기도 수원시 △부산시 동래구 △전남 나주시 등에 제공했다. 현재 전국 560여 가구에서 이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KT는 물리보안 계열사 KT텔레캅과 함께 긴급구조 기능을 제공한다. "지니야 살려줘"라고 말하면 KT텔레캅의 119 연계 시스템을 통해 24시간 구조가 가능하다.

KT는 AI 케어로봇도 선보였다. 로봇 '다솜'은 △영상통화 △시니어 데이터 통합 관리 △돌보미 연결 △식사·복약·운동지도 △응급알림 △음악감상 △말벗기능 △활동감지 △커뮤니티 기능을 제공하는 통합 시니어 케어 로봇이다. 1시간 단위로 어르신을 모니터링해 움직임과 얼굴을 인식해 장기 부재시 보호자 또는 생활관리사가 모니터링 전화를 걸 수 있도록 알림을 준다. 음성을 인식하며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관제시스템을 통해 긴급전화를 걸어준다.

네이버는 AI콜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을 통해 돌봄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네이버의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가 도입된 이 서비스는 단순히 어르신의 상태를 묻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일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대구·인천·서울로 서비스 제공 지역을 늘려 현재 전국 20개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네이버는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자체의 직원들이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준다. 서비스 이용료는 받지 않고 있다. 현재는 비즈니스 모델(BM)보다 서비스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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