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학회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춘계세미나 및 정기총회를 열고 '지급결제시장 재편과 여전사의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사진=동지훈 기자)
신용카드학회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춘계세미나 및 정기총회를 열고 '지급결제시장 재편과 여전사의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사진=동지훈 기자)

모바일에서 쉽게 결제할 수 있는 '페이'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신용카드사의 역할이 줄어드는 대신 휴대폰 제조업체의 덩치만 커질 수 있다는 금융업계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은 자사 단말기와 페이 서비스를 연계해 소비자 접근성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동시에 금융사에 비해 '규제 차익'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신용카드학회는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3년 춘계세미나 및 정기총회를 열고 지급결제시장 재편에 따른 여전사의 경영전략을 모색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봉교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박지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발제자로 나서 각각 발표를 진행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봉교 교수는 모바일 결제서비스 동향과 애플페이의 전략을 주로 짚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삼성페이 모바일 간편결제 지급수단의 급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휴대폰제조사의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전년 대비 34.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 증가율(체크카드 포함)은 10.2%에 그쳤다.

서봉교 교수는 여러 모바일 지급 수단 중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단말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자영업자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NFC 결제 단말기는 최근 현대카드를 통해 국내 론칭을 마친 애플페이 결제에 필수적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어떤 상점에는 애플페이가 인식되는 NFC 단말기가 보급된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는데, 단말기 비용 부담은 15만~40만원 수준"이라며 "지금은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과 동반성장위원회가 공동으로 NFC 단말기 도입을 일부 지원하고 있는데, 가맹점이 비용을 부담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페이는 결제금액의 0.1~0.15%의 별도 수수료를 부과하고, 삼성페이도 결제 수수료를 받는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반면 지난 12년간 신용카드 수수료는 극단적인 수준으로 인하돼 연매출 3억 이하인 우대가맹점에는 0.5%의 수수료만 받는 등 글로벌 수준과 비교해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휴대폰제조사가 신용카드사에 제공하는 기능은 결제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 모바일 간편결제 기능을 론칭한 휴대폰제조사는 토큰 서비스와 본인인증 수단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토큰 서비스는 간편결제 과정에서 가상의 신용카드 정보를 가맹점에 제공하는 과정이다. 본인인증 수단은 지문, 비밀번호, 얼굴 인식 등이다.

이에 따라 삼성페이와 애플페이의 지위는 전자금융보조업자다. 전자금융업자는 금융감독원의 검사·감독 대상이지만 전자금융보조업자는 그렇지 않다. 규제 차익과 함께 금융사로부터는 수수료를 수취하는 실리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채상미 교수와 박지홍 연구위원은 회원과 가맹점을 세분화해 맞춤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상미 교수는 비접촉식 거래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모델을 구축하는 한편 높은 수준의 보안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접촉식 거래에 대한 수요가 매우 증가하고 있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비접촉식 카드를 도입하는 등 (관련) 서비스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보안 조치를 강력하게 하는 게 세일즈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지홍 연구위원은 신용카드 업계 내부 협업 사례를 늘리고 사업 모델을 확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지홍 연구위원은 "카드사끼리 대승적인 제휴 서비스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예를 들어 카드사 간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도 고민할 수 있다"며 "카드 기반의 상품이나 대출 상품뿐 아니라 예금, 보험, 투자 등 상품 중개 플랫폼 사업으로 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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