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발굴 등 경영 능력 입증이 관건

코스맥스그룹의 오너 2세 이병만·이병주 코스맥스비티아이 각자대표가 올해 다시 한번 '승계 시험대'에 오르는 모양새다. 사진은 이병만(왼쪽) 코스맥스비티아이 각자대표와 이병주 코스맥스비티아이 각자대표. (사진=코스맥스)
코스맥스그룹의 오너 2세 이병만·이병주 코스맥스비티아이 각자대표가 올해 다시 한번 '승계 시험대'에 오르는 모양새다. 사진은 이병만(왼쪽) 코스맥스비티아이 각자대표와 이병주 코스맥스비티아이 각자대표. (사진=코스맥스)

 

화장품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글로벌 1위 코스맥스그룹의 '오너 2세' 이병만·이병주 코스맥스비티아이 각자대표가 다시 한번 '승계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8년 간 진행된 코스맥스그룹 승계 구도에선 '장남' 이병만 대표가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차남' 이병주 대표가 지난해 사업회사 코스맥스를 사상 최대 실적으로 이끄는 등 경영 능력을 입증하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현재 이병만·이병주 대표의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 지분은 각각 19.95%, 10.52%로 차이가 있지만, 여전히 이경수 코스맥스그룹 회장과 부인 서성석 코스맥스비티아이 회장의 지분도 30%에 달한다. 이에 형제의 경영 능력 입증 여부에 따라 언제든 승계 구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8년 간 승계 구도… '장남' 이병만 대표의 판정승

코스맥스비티아이의 2017년, 2024년 주주 지분 변화. (그래픽=박진화 기자)
코스맥스비티아이의 2017년, 2024년 주주 지분 변화. (그래픽=박진화 기자)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지분 구조는 서성석 20.62%, 이병만 19.95%, 이병주 10.52%, 코스엠앤엠(전 믹스앤매치) 9.43% 등으로 구성돼 있다. 코스맥스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가 코스맥스, 코스맥스엔비티, 코스맥스바이오 등 중간지주사를 두고 각각의 중간지주사가 아래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이에 코스맥스그룹의 승계 작업은 코스맥스비티아이의 지분 매각, 이전을 통해 진행된다. 현재로선 장남 이병만 대표가 지분 19.95%를 보유하며 차남 이병주 대표에게 한발 앞서나가는 형국이다.

코스맥스그룹의 승계 작업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 회장은 자신의 지분 34.02% 가운데 5.89%를 코스엠앤엠과 레시피에 각각 3.05%, 2.94% 매각했다. 코스엠앤엠과 레시피는 각각 이병만·이병주 대표가 지분 80%를 보유한 개인회사로 본격적인 2세 승계의 시작을 알린 셈이다. 이 회장은 2018년에도 자신의 지분 5.06%를 둘로 나눠 코스엠앤엠과 레시피에 매각했다. 이에 이 회장의 지분은 34.02%에서 23.07%로 떨어졌지만, 이병만·이병주 대표의 지분은 각각 8.35%, 8.24%로 늘어났다.

이후 코스맥스그룹의 승계 구도는 2020년과 2023년 두 차례 변곡점을 맞이했다. 2020년에는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면서 차남 이병주 대표에게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 자리를 넘겨줬고, 이듬해엔 이 회장이 코스엠앤엠을 인수하면서 장남 이병만 대표의 지분이 3%까지 하락했다. 반면 지난해에는 이 회장이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이병만 대표에게 지분 11.43%를 증여했다. 여기에 더해 이병만 대표는 레시피가 보유한 지분 5.47%를 추가 인수하며 지분을 단숨에 19.95%까지 늘렸다. 이병주 대표도 같은해 3월 이 회장 지분 5.83%를 장외매수하고 1.92%를 증여받았지만 전체 지분은 10.52%에 그쳤다.

두 형제 간 차이를 갈랐던 요인은 결국 '경영 능력'이다. 그간 이병만 대표는 그룹의 중국사업과 화장품 계열사를, 이병주 대표는 미국사업과 건기식 사업을 각각 담당해왔는데 여기서 명암이 갈렸다. 코스맥스 중국법인은 지난해에도 매출 5475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30.8%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코스맥스 미국법인은 2013년 설립 이후 11년 연속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제 2막' 시작된 승계 시험대

지난 승계 구도에서는 이병만 대표가 승기를 잡는듯 했으나 올해부터 두 형제의 '승계 시험'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이 회장과 서 회장이 30.05%에 달하는 지분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이병주 대표가 지난해 코스맥스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코스맥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1%, 117.9% 성장한 1조 7775억원, 1157억원이다. 이는 중국법인 매출이 2% 하락하고 순이익(237억원)이 29% 감소한 상태에서 기록한 실적이라 더 의미가 있다.

이에 코스멕스가 향후 이병주 단독대표 체제로 바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코스맥스는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통해 이병주 대표와 코스맥스 각자대표직을 맡았던 심상배 코스맥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재선임하지 않고 최경 코스맥스차이나 총경리 부회장을 새로운 사내 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결국 이병만·이병주 대표는 또한번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 승계 구도에서 앞서나가야 한다. 두 형제는 향후 자신만의 신사업을 발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는 화장품·건기식 ODM 사업에만 집중하는 것은 온전한 경영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고 창업주가 일군 사업을 그대로 물려받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탓에 주주들을 설득할 명분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코스맥스 오너 2세들은 윤상현 한국콜마 부회장이 HK이노엔(전 CJ헬스케어)를 1조 3000억원에 인수하고 그룹을 성장시킨 것처럼 새로운 시도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동종산업인 국내 화장품·건기식 시장이 포화상태에 진입한 점은 두 형제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내수 시장 침체로 기존 업체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상황에서 제대로된 사업다각화를 이뤄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국내 화장품, 건기식 시장은 포화상태를 넘어 저성장에 빠져있는 상태인데 이종산업에 진출하는 것도 사업적인 리스크가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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