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제주도 제주시 카카오 본사에서 제29기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됐다. (사진=윤상은 기자)
28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카카오 본사에서 제29기 정기주주총회가 개최됐다. (사진=윤상은 기자)

카카오 주주들이 28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카카오 본사에서 열린 제2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인수로 인한 영업권 지출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영업권은 기업이 또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 경영 노하우 등을 고려해 얹어주는 웃돈과 비슷하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는 SM엔터 외 29개사를 인수할 때 1조3061억원을 지급했다. 이중 8462억원이 영업권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이를 지적한 주주는 "과거 멜론 서비스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뒤에도 영업권에 대한 대규모 손상평가가 있었는데, SM엔터 인수에서도 반복됐다"며 "향후 (피인수기업의) 주가 변동에 따라 손상 평가가 더 반영될 수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윤석 감사위원장은 "앞으로 SM엔터 인수로 인한 영업권 손상 정도의 대규모 손상은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향후 예정된 대규모 인수합병이 없는 상황을 고려한 설명이다. 이어 최혜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규모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위험 자산 가치의 적정성에 대한 정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손상 발생 가능성을 적시에 공개하겠다"고 부연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28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카카오 본사에서 제29기 정기주주총회를 시작하며 참석 주주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윤상은 기자)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28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카카오 본사에서 제29기 정기주주총회를 시작하며 참석 주주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윤상은 기자)

이날 주주총회에선 △2023년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정신아 신임 대표를 포함한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자기주식 소각 △이사 퇴직금 지급규정 개정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 등 8개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주주총회에 참석한 일부 주주는 총 80억원인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과 이사 퇴직금 지급규정 개정의 건에 대해 기립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의장을 맡은 홍은택 전 대표(이날 주주총회 결의로 정신아 대표가 신임 대표가 됨)는 주주총회 진행 시간 내내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사회 '거수기' 역할 지적…홍은택 "균형과 견제 충실해" 

주주들의 질문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인적 쇄신 문제에 집중됐다. 또 다른 주주는 "사외이사의 이사회 찬성률이 100%"라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는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최대주주를 감시하고 경영 관련 조언을 건넨다.

이에 관해 홍 전 대표는 "이사회를 구성할 때 후보 추천 위원회 의견을 거쳐 전문성, 독립성을 갖춘 인물을 선임했다"며 "이들이 경영과 회사 전반에 대해 균형과 견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주들은 사외이사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할 것인지, 미등기 이사도 특별 공로금 지급 대상이 되는지 물었다. 최근 카카오에서는 일부 경영진에게 과도한 보상이 있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홍 전 대표의 답변에 따르면, 카카오는 사외이사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하지 않는다. 미등기 이사에게 지급하는 특별 공로금은 대표이사 의결을 거쳐야 한다.

 

정신아 신임 대표 불참…직원·주주와 소통 요구 이어져

이날 주주총회장 밖에서도 경영쇄신, 직원·주주와의 활발한 소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이하 노조)는 주주총회 시작 전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피켓에는 '인사 검증 확대하고 직원 참여 보장하라'는 등의 문구가 담겼다. 

 

28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카카오 본사에서 제29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주총회 시작 전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가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윤상은 기자)
28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카카오 본사에서 제29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주총회 시작 전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가 인적쇄신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윤상은 기자)

노조는 주주총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임원 선임 과정에 직원 의견을 반영하는 체계, 임원의 주식 보유 규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서승욱 지회장은 <블로터>와 만나 "회사는 인적 쇄신하겠다는 말만 하고 구체적인 실행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예를 들어 카카오모빌리티는 금감원 제재 의견을 받았는데, 이에 따라 회계기준을 바꾸는 것 외에 내놓은 문제 해결 방안이 없다"고 꼬집었다.

 

28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카카오 본사 앞에서 제29기 정기주주총회 뒤 화석심품노조 카카오지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승욱 지회장이 경영쇄신을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상은 기자)
28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카카오 본사 앞에서 제29기 정기주주총회 뒤 화석심품노조 카카오지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승욱 지회장이 경영쇄신을 발언하고 있다. (사진=윤상은 기자)

이날 신임 대표로 선임된 정신아 대표는 주주총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주주, 직원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서 지회장은 "정 신임 대표가 주총장에 와서 얘기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노조는 제주도에서 평일 이른 아침에 열리는 주주총회의 주주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최근 국내 기업 중에서도 이를(주주 접근성) 개선하고자 온라인 중계 등 여러 기술적인 방법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며 "주주총회를 축제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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