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기도 화성 라비돌호텔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임종윤(왼쪽부터)·임종훈 형제가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28일 경기도 화성 라비돌호텔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임종윤(왼쪽부터)·임종훈 형제가 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황병우 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작업이 무산됐다.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측이 완승을 거두면서 이사회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28일 경기도 화성 라비돌호텔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낸 주주제안이 모두 통과됐다.

이날 주총장에 임종윤·종훈 형제는 모두 참석한 반면,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주총 시작 시간보다 늦은 오전 10시 주총장에 도착했다. 결과적으로 송영숙 회장 측 후보 6명은 모두 선임에 실패했고, 임종윤·종훈 형제를 비롯한 형제 측 후보 5인 모두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이번 분쟁은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지난 1월 OCI그룹과 통합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3%를 7703억원에 취득하고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내용이다. 이같은 한미사이언스의 결정에 임종윤·종훈 형제가 자신들은 배제된 결정이라며 반발했고,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그룹 통합 작업은 정기 주총 표대결까지 이어졌다. 앞서 캐스팅보트로 지목됐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편에, 국민연금이 모녀 편에 서면서 형제 측 우호지분은 40.56%, 모녀 측 우호지분은 42.67%로 모녀 측이 우세했다. 우호 지분 차이가 2.1%포인트로 박빙을 보이면서 표대결의 캐스팅보트는 소액주주로 넘어갔다.

결국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임종윤·종훈 형제 측에게 향한 것으로 보인다. 형제 측이 추천한 이사 및 감사 후보자는 52%대의 찬성표를 얻었고, 한미사이언스 측 이사 및 감사 후보자 6명은 48%대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에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은 △송영숙 회장 △신유철 사외이사(송영숙 측) △김용덕 사외이사(송영숙 측) △곽태선 사내이사(송영숙 측) △사내이사 임종윤 △사내이사 임종훈 △기타비상무이사 권규찬(임종윤 측) △기타비상무이사 배보경(임종윤 측) △사외이사 사봉관(임종윤 측) 등으로 구성됐다.  4 대 5로 형제 측이 이사회를 장악한 셈이다.

이번 정기 주총이 임종윤 사장 측의 승리로 끝나면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작업은 무산됐다. OCI홀딩스는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라겠다"고 말했다. 

다만 임종윤 사장 측에게는 상속세와 자금조달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주총에 앞서 임종윤 사장 측은 "한미와 OCI의 통합은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닌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아울러 "세금 문제는 개인적으로 알아서 잘 해결하고 있다"며 "상속세를 낼 재원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룹 통합 없이 자체적으로 1조원 투자를 유치해 5년 내 순이익 1조원 달성 및 시가총액 50조원대 진입의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임종윤 사장 측은 "장기적으로는 시총 200조원대를 달성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이날 주총이 끝난 후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이런 주총은 마지막"이며 "앞으로 좋은 제품이 많이 나오도록 하고, 조속히 복구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빨리 회복하고 가족, 파트너가 화합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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