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SNS 포럼으로 인사드립니다. 이번 포럼은 카카오에서 열렸습니다. 카카오는 무료 메신저 ‘카카오톡’(카톡)을 서비스하는 곳입니다. 카톡 외에도 카카오는 ‘카카오수다’‘카카오아지트’도 서비스하지만, 대표 서비스는 카톡입니다.

카톡은 2010년 3월18일 아이폰앱으로 무료 서비스를 시작해,  2011년 7월 현재 이용자가 1800만명에 이르는 '국민 앱'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동통신사에서 카톡을 트래픽 과부하의 주범으로 몰아 이용 제한을 둘 것이라거나, ‘선물하기’를 앱 내부 결제로 적용하지 않아 애플에서 문제삼았다는 둥 이용자가 늘어나며 여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카톡이 화제의 중심에 있는 서비스인지라, 이번 SNS 포럼은 그 동안의 궁금증을 푸는 자리로 진행됐습니다. 참가자들은 이제범 카카오 대표에게 카카오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졌습니다.



  • 일시: 2011년 7월13일 목요일 저녁 7시

  • 장소: 카카오 회의실

  • 참석자: 김범섭 그루폰코리아 최고기술책임자, 김범진 시지온 대표, 김호근 아이쿠 대표, 신동호 링크나우 이사회 의장,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이제범 카카오 대표, 황룡 사이러스 대표, 이희욱/정보라 블로터닷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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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이 개발한 카카오톡, 회사 이름을 바꾸다

이제범 카카오 대표는 포럼을 시작하기 전, 카카오와 카톡의 이용 현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습니다.

카톡을 내놓은 카카오는 2006년 설립된 '아이위랩'이 전신입니다. 웹2.0과 집단지성이라는 당시 키워드를 십분 살려 '위지아'라는 서비스를 내놓았었지요. 사람들이 정보를 올리면 순위를 매겨 쓸모있는 지식만 보여준다는 콘셉트였습니다. 사실 내부적으로는 증강현실 게임을 비롯해 수백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제범 대표는 그동안 서비스의 출시 타이밍을 놓치기도 수차례였다고 합니다. 벤처답지 않게 고민하느라 진행이 늦춰졌던 거지요. 그래서 어떤 제품이든 '4명이 2달만에 서비스 만들자'라는 '4-2법칙'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카톡입니다. 이용자들에게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카톡은 2010년 아이위랩을 '카카오'로 이름까지 바꾸게 했습니다.

지금은 카톡과 유사한 서비스가 국내에만도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마이피플’, NHN의 ‘네이버톡’, KT의 ‘올레톡’, SK컴즈의 ‘네이트온톡’ 등이 있습니다.

현재 카톡으로 이용자들이 하루에 주고받는 메시지는 4억건, 일일 액티브 이용자수는 전체 이용자의 80%에 이릅니다. 그 뿐인가요. 이용자 1명당 평균 친구수는 60명, 이용자들이 카카오에 보내오는 제안이 한 달에 3만건이라고 합니다. 전세계 216개국에서 300만명이 카톡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카톡으로 링크를 공유하는 API서비스인 ‘카카오링크’를 적용한 앱은 300개 정도라고 합니다.

카톡에는 3가지 도전 과제가 있다고 이제범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아는 사람끼리 연결하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에서 모든 것을 연결하는 서비스로 진화하는 게 카톡의 첫 과제입니다. 기업이나 상점과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콘텐츠를 유통하고 상거래와 마케팅이 가능한 플랫폼 등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카카오는 카톡이 글로벌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7월 중에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올 하반기에는 미국 법인도 설립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오픈 플랫폼'을 들었는데 이 부분이 앞으로 카톡 전략의 핵심이라고 합니다. '카카오링크'가 그 첫 단추로, 외부개발사와 ‘윈윈’하는 방법을 구상해 카톡을 모바일에서의 소셜 허브로 만드는 게 궁극적인 미션이라고 합니다.

이제범 대표의 설명이 끝나자 여러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다음은 SNS 포럼 중 오간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희욱 카톡이 ‘이건 되겠구나’ 싶었던 때가 언제인가?

이제범 카톡을 출시하고 초기 가입자 그래프가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위 사진 속 그래프 참고) PC 기반 서비스에서는 본 적 없는 그래프였다. 그때 ‘이건 배팅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카카오수다와 카카오아지트에 비해서도 월등한 성장세였다. 그런데 1년이 지나고보니 카톡의 초기 그래프는 밑바닥에 불과했다. (웃음)

신동호 회원이 급증한 때는 언제부터인가?

이제범 안드로이드 앱이 나오고 티핑포인트가 왔다. 2010년 8월에 안드로이드 앱을 내놓았는데 그 동안의 대기 수요가 있어 그때부터 쭈욱 늘었다.

이동형 통신사에서 SMS 제휴에 대한 제의는 없었나?

이제범 제조사에서 제의를 받은 적은 있지만, 통신사에서는 받은 일이 없다. 문자는 카톡이 가야 할 길은 아니다. 이미 카톡의 사용패턴은 정해진 분량을 꽉 채워 보내는 문자와 다르다.

김범진 인터넷전화 기능도 넣을 것인가?

이제범 할 생각은 없다. 메신저, 무료통화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니다. 그렇지만 VoIP 기술 개발은 하고 있다.

황룡 애플 앱스토어에서 카톡은 항상 3위권이었는데, 요새 순위가 밀리는 모양새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웬만한 스마트폰 이용자가 카톡을 다 깔았다고 봐야 할까?

이제범 카톡의 앱 순위는, 그 날의 스마트폰 판매량과 비례한다. 갤럭시S2가 많이 팔리는 날에는 카톡을 설치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식이다.

김호근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마이피플’ 광고를 하며 카카오를 언급했다. 그 광고 덕분에 카톡도 이용자가 늘었나?

이제범 광고는 이용자 유입과는 상관이 없다. 카톡은 입소문으로 ‘스마트폰을 사면 카톡을 써야 한다’라는 인지도를 쌓았다. 광고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다음이 마이피플 광고에 쓴 만큼의 비용을 들여 카톡을 광고해도 (이용자 성장이 입소문과 비교해) 별 차이는 없었을 거다.

김범섭 초기 경쟁 서비스인 왓츠앱과 엠엔톡을 물리친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제범 카톡은 처음부터 무료였는데, 왓츠앱이 유료였다는 게 우리에게 굉장히 큰 기회였다. 그리고 차별화로 삼았던 게 '그룹채팅'이다. 카톡은 모든 모바일 메신저 중 그룹채팅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사실 그룹채팅은 PC 메신저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참가자 모두가 약속을 잡아 동시에 PC 앞에 앉아야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는 다르다. 모바일로는 어디에서든 대화에 참가할 수 있어, 똑같은 기능인데도 이용자에게 PC와 다른 가치를 제공한다. 그게 주효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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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근 아이쿠 대표, 신동호 링크나우 이사회 의장, 김범진 시지온 대표, 김범섭 그루폰코리아 CTO, 황룡 사이러스 대표(왼쪽부터)



그러고보니 요즘 주위에서 카톡으로 약속을 잡는 모습을 심심찮게 봅니다. 여러 명의 친구를 초대해 날짜, 시간, 장소를 정하는데요. SNS 포럼 참가자인 이동형 대표가 서비스하는 ‘런파이프’와 ‘런파파’의 ‘약속 잡기’ 기능과 카톡의 그룹채팅의 쓰임새가 겹치는 모양새입니다.

포럼 중 카톡의 쓰임새를 두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요사이 데이팅 서비스에서 카톡 아이디를 주고받는 게 유행이라고 합니다. SNS 포럼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황룡 대표가 알려준 이야기입니다. 상대방이 마음에 들더라도 실명과 전화번호를 공개하는 건 부담스러워서 카톡 아이디를 알려준다고 합니다. 미팅할 때 카톡 아이디를 쓴다는 이야기는 이제범 대표도 이용자에게 들었다네요.

국외로 눈 돌린 카톡을 위협하는 서비스는 ‘페이스북’

카톡 아이디에 대한 이야기는 프로필 서비스로 이어졌습니다. 카톡은 처음엔 주소록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있더니 이름 바꾸기, 아이디, 선물하기 등 프로필과 관계에 대한 기능이 하나씩 덧붙었습니다. '문자메시지 대체'라는 단순한 기능으로 출발한 카톡이 여러 기능을 넣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제범 대표는 이용자의 요구를 따라갈 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국내 시장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걸고 싶다고 합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카톡을 위협하는 요인은 페이스북이라고도 했습니다. 올레톡, 마이피플, 네이버톡 등 국내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문자와 통화 기능 위주인 이들 서비스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말로 들렸다고 하면 오해일까요?

페이스북은 여러 기능 중의 하나로 메신저 기능을 넣었습니다. 이게 모바일 앱에서는 주요 기능이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이 자바 기반의 2500여개 피처폰을 지원하는 앱을 개발했는데, 중심 기능 중 하나가 바로 메시지입니다. 스마트폰과 피처폰 모두를 잇는 강력한 관계망을 전세계에 구축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전세계 7억5천만명 이용자가 만들어내는 PC 트래픽 뿐 아니라 모바일 트래픽도 확보하려는 거지요.

이동형 대표는 이제범 대표가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을 환영했습니다. 싸이월드를 국민 서비스로 만들고 해외 진출까지 진행했던 경험을 되살려 이제범 대표를 응원했습니다. 말 한마디가 어록인 이동형 대표 못지 않게 이제범 대표도 달변가였습니다. 오고간 이야기는 대략 이랬습니다.

이동형 지금 다른 사람들은 카톡을 기존 서비스와 비교해서 본다. 카카오에서 그리는 그림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 e메일, 메신저, PC에서 했던 채팅 서비스로 카카오를 이해하려는 거다. 달릴 땐 뒤돌아 보는 게 아니다. 계속 달려야 한다. 안갯속을 남보다 앞서서 달리면 보이는 건 안개 뿐이다. 나보다 뒤처지는 후발주자는 안개가 아니라 내 등만 본다. 그런데 내가 돌아보는 순간, 내 뒤에 있던 사람이 안개를 마주하게 된다.

이제범 우리가 전혀 걱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밖에서는 걱정들을 한다.

이동형 카카오의 비전을 알고 투자하는 사람만 있으면, 페이스북으로 갈 수 있다. 페이스북은 자기 그림을 보고 계속 투자해가고 있다. 성공 여부는 투자 유치에 달렸다.

김범섭 이제범 대표는 그 그림을 언제부터 본 것인가?

이제범 그림은 계속 바뀐다. 이제는 어느 정도 그림이 완성된 것 같다. 사실, 대기업처럼 처음부터 멋있는 그림을 그려 외주를 주고 개발하는 서비스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동형 '아직 모른다'라고 말한 게 정답이다.

이제범 지금 우린 완성된 그림은 없지만 비전은 가지고 있다. 우리는 아무도 걷지 않은 눈밭을 걷는다. 우리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은 남들이 이미 밟고 지나가 축축한 길을 걸는 것이고.

이동형 지나고보면 길은 있다. 당시에 모를 뿐이다. 어느 길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잘 걸어가면 그 길 위에 있을 수도 있고, 어느 순간 그 길에서 벗어나면 다른 사람이 그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 합병 전 싸이월드는 여러 시도를 했다. 그 중에 미니홈피가 제대로 된 방향에 서서 쭉 갔다.

그런데 항상 다음 길을 어디로 가야 할 지가 고민이다. 미니홈피 이후 내놓은 '타운'은 길을 잘못 들어섰다. 네트워크에 사람이 들어오고 그 다음에 법인이 들어오는 게 맞긴 하다. 그런데 싸이월드는 법인에 입점료를 내라고 했다. 반면 페이스북은 법인에도 무료로 플랫폼을 제공한다. 싸이월드가 타운을 유료로 서비스한 건 KPI를 맞추고 수익을 거둘 욕심에서였다. 그러한 시기는 누구나 만난다. 언젠가는 페이스북도 그 시기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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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이제범 카카오 대표, (우)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카카오는 카톡으로 뭘 하려나'라는 호기심을 풀다보니 서비스의 본질과 사업 운영으로 대화의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SNS 포럼을 마무리할 때 쯤 카카오의 광고 모델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이제범 대표는 이용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라야 고려할 것이라도 답변했습니다.

손바닥 만 한 화면에서 광고가 들어가면 이용자는 피할 곳이 없습니다. PC 버전의 웹페이지처럼 구석으로 광고를 몰아넣을 수도 없지요. 혹자는 모바일이야 말로 광고 집중도가 높아서 효과적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제범 대표는 이용자가 자동차에 관심도 없는데 자동차 광고가 나오는 건 불편함만 줄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소셜웹 서비스의 탄생 목적은 이용자의 편리함일 겁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서비스가 어느 순간 불편함만 가득한 공간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정보를 얻기 위해 만들어진 웹사이트가 광고로 뒤덮이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동형 대표는 당연하게 오는 과정으로 보았는데요. 조직이 커지면 앞만 보고 달리기 힘들기 때문이지요. 옆에 같이 달리는 직원을 돌봐야 하지요. 앞으로 나갈 동력을 얻지 못하면 걸음을 늦추고, 머물고, 뒤처질 이 시기가 언제 올 지는 누구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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