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를 아직 하십니까?" 이주식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가 1월 취임하며 숱하게 들은 질문이다.

"싸이월드를 어떻게 할 겁니까?"란 질문도 자주 들었다고 이주식 대표이사는 9월18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털어놨다. 고민 끝에 이주식 대표는 '모바일 먼저'를 답으로 내놨다고 밝혔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 새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을 소개하고, 앞으로 싸이월드 운영 계획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9월18일 열었다. 싸이앱은 iOS안드로이드 용으로 출시돼, 배경음악 들으며 내 미니홈피나 친구 미니홈피 방문하기, 글 쓰는 장소를 공유하며 지금 기분을 스티커(액티콘)로 표현하고 사진도 같이 올리기 등의 기능을 갖췄다.

leejusik
▲ leejusik

▲2012년 1월 취임한 이주식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떠난 이용자들, 돌아와요~"

싸이월드 이용자는 떠났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또다른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국내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가 국내 이용자의 선택을 받았다. 이주식 대표도 싸이월드 이용자가 떠난 걸 인정했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작년 1월 싸이월드는 코리안클릭 자료 기준으로 2200만 방문자를 가졌습니다. 그러다 올 7월 28%가 줄어 1600만까지 떨어졌습니다. 취임하고 8개월간 쳐다본 그래프가 이겁니다. 계속 떨어지는 모습에 답답했습니다. 모바일은 더 심각합니다. 코리안클릭에서 2012년 2월부터 통계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데, 올 초 싸이월드는 300만 모바일 이용자를 기록했고, 지금도 300만 이용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성장이 둔화하고 정체된 상태입니다. 올 3월 출시된 카카오스토리는 방문자 수 600만으로 시작해 지금 1300만까지 고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싸이월드 유선과 무선 월간 이용자 수 추이
▲ 싸이월드 유선과 무선 월간 이용자 수 추이


오래된 풍선처럼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쪼그라들 것 같던 싸이월드는 2011년 7월 급격히 바람이 빠졌다. 네이트와 싸이월드의 이용자 3600만명 정보가 도둑맞으면서 이용자 이탈 속도는 빨라졌다. 지금 싸이월드 이용자 수는 2600만명이다. 꽤 남아 있는 듯하지만, 이주식 대표 말대로 다시 찾지 않고 있다. 싸이월드는 이용자가 있지만, 서비스 방문자는 없는 유령도시가 됐다.

이주식 대표는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춰 싸이월드를 운영할 계획이다. '모바일 먼저'란 전략으로 모바일 혁신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그는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3천만이 넘은 시대"라며 "SK컴즈는 피처폰에서 모바일 싸이월드를 만들었지만 스마트폰 대응이 늦었고, 2010년 앱을 출시하고 외형은 변한 게 없다"라고 말했다. 모바일을 두고 고민하는 건 전세계 1위 SNS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은 이주식 대표가 싸이월드 이용자가 떠나 정착한 곳으로 설명한 서비스다.

두 번째로 이주식 대표는 3세대 SNS로 승부를 볼 생각을 밝혔다. 그는 싸이월드가 전성기를 맞이한 2000년부터 2006년 사이를 1세대로 보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를 2세대 SNS로 봤다. 1세대가 자기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 미니홈피를 썼다면 2세대는 친구 소식을 피드로 받는 SNS로 파악했다. "3세대 SNS는 나를 중심으로 나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함께 묶어내는 서비스입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지만, 이주식 대표의 다음 말을 들으면 윤곽이 드러난다.

"5억5천만 배경음악과 120억건 사진이 있습니다. 고객은 떠났지만, (이)사진과 물건을 두고 갔습니다. 다시 오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싸이월드, 싸이 앱을 출시했습니다."

싸이월드 모바일 앱
▲ 싸이월드 모바일 앱

▲싸이월드 새 모바일 앱의 미니홈피에 있는 '나우' 기능을 이용하면 옛 사진, 음악, 장소, 기분에 관한 얘기를 꺼내볼 수 있다.


앞으로 싸이월드는…

싸이월드 모바일 앱 아이폰
▲ 싸이월드 모바일 앱 아이폰
싸이앱 출시 소식보다 궁금한 소식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2011년 7월 3500만 이용자 정보를 털리고 진행 중인 민·형사소송 사건에 대한 소식이다. 박윤택 최고재무책임자는 "전국적으로 30여건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형사소송은 재판 중에 검찰쪽에서 기소 중지됐고, 구미 쪽에서 배상판결이 난 건은 대구지검에 항소한 상황"이라며 구체적으론 답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옥션, 농협, 국민은행, KT, 넥슨 등 그동안 국내에 다양한 이용자 정보 유출 사건이 있었지만, 단일 사건으로 가장 큰 규모는 단연 SK컴즈 차지다. SK컴즈 소송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난해 야심차게 "싸이월드가 지구촌 보편정서"라며 글로벌 싸이월드 출시를 알렸는데 지금은 어떨까. 이한상 최고운영책임자는 "작년 12월 원플랫폼으로 나가자고 해 파일럿으로 내놨지만, 그 사이에 스마트폰 환경이 너무 급작스럽게 확산됐다"라며 "웹기반인 글로벌 싸이월드는 시범운영 단계를 유지하며, 각국 글로벌 고객 상대로 시험을 계속할 것"이라며 새로운 소식은 전하지 않았다.

SK플래닛이 출범하고 SK컴즈의 미래가 위태롭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런 소문에 대하여 이주식 대표는 "독자 경영을 해왔으며, 이동통신회사가 보수적이고 인터넷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전문가가 오해하는 것 같다"라며 "(내부적으로)트렌드를 못 읽고 대응을 잘못했다"라고 위기설을 일축했다.

이주식 대표는 간담회 내내 페이스북을 경쟁상대로 꼽았지만, 국내 스마트폰 환경에서는 페이스북보다 카카오톡 이용자 수가 더 많다. 페이스북은 셰릴 샌드버그 COO를 통해 국내 이용자 수가 1천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했지만, 카카오톡은 전체 가입자 수가 6천만명이고 그중 80%가 국내 이용자로 추정된다. 카카오톡과 연계된 사진 공유 서비스 카카오스토리는 2012년 3월 출시하고 가입자 수 2500만명이 넘는다.

이런 지적에 관해 이한상 최고운영책임자는 "카카오스토리가 메신저 파워를 이용한 네트워크로 굉장히 가볍고 간단한 장점이 있지만, 다양성이나 자기를 표현하는 데에는 메신저라는 특성 때문에 제한적"이라며 "우리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게 한다는 게 차별점"이라고 카카오의 서비스들과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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