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자사 스마트폰에 'G'와 'V' 딱지를 뗀다. 브랜드 전면 개편을 통해 19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을 탈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새롭게 개편되는 스마트폰 브랜드는 과거 '초콜릿폰' 시절처럼 제품 특성을 반영해 그때그때 달라진다. 시작은 5월 출시될 'LG 벨벳'이다.

LG전자는 지난 4월13일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이름을 'LG 벨벳'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부드럽고, 유연하고, 매끄러운 특징과 손에 쥐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벨벳을 선택했다"라며, "벨벳에서 연상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처럼, 신제품의 세련된 디자인이 고객들에게 직관적으로 전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 'LG 벨벳' 디자인 렌더링
▲ | 'LG 벨벳' 디자인 렌더링

LG 스마트폰 잔혹사


LG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브랜드는 'G'와 'V'로 이원화돼 운영돼 왔다. 시작은 '옵티머스'였다. LG전자는 2010년 쿼티폰 '옵티머스Q'를 필두로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뒤늦게 합류하면서 부진을 거듭했다. ‘옵티머스 마하’, ‘옵티머스 시크’, ‘옵티머스 블랙’, ‘옵티머스 빅’ 등 당시 플래그십 위주로 형성되던 스마트폰 시장에 피처폰 시절 다작 전략을 가져와 대응했지만, 다양한 제품은 사후지원 부족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  | LG 스마트폰의 시작 '옵티머스Q'
▲ | LG 스마트폰의 시작 '옵티머스Q'

'G'는 전환점이 됐다. 2012년 9월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등 그룹사 역량이 집결된 '옵티머스G'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옵티머스G'를 계기로 제품 라인업이 간결해졌고 플래그십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 이후 출시된 '옵티머스G 프로'까지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LG전자는 '옵티머스' 대신 'G' 브랜드를 강조했다. 2013년 8월 공개된 'LG G2'부터는 '옵티머스' 딱지를 떼고 'G'로 플래그십 브랜드를 가져갔다.

'G'의 영광은 3세대까지였다. 2015년 4월 'G4'가 발열 논란에 시달렸던 퀄컴 '스냅드래곤810' 대신 한 단계 낮은 '스냅드래곤808'을 채택하고, 호불호가 갈리는 가죽 디자인을 적용하면서 소비자 반응은 차가워졌다. 무엇보다 단통법 시행으로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  | LG 스마트폰의 하향세가 시작된 기점 'G4'
▲ | LG 스마트폰의 하향세가 시작된 기점 'G4'

결국 그해 10월 'V'가 새로운 구원 투수로 등장했다. 이후 LG전자는 상반기에는 G 시리즈, 하반기에는 멀티미디어에 특화된 V 시리즈를 내놓는 방식으로 프리미엄 시장에 대응해왔다. 하지만 단통법이 방아쇠가 되고, LG 스마트폰의 제품 완성도 문제가 지속해서 불거지면서 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적자 행진을 시작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까지 스마트폰 사업 20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해에도 부진한 스마트폰 사업을 두고 브랜드 개편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LG전자는 V 시리즈는 5G 폰으로 특화해서 운영하고 기존 G시리즈는 LTE 프리미엄폰으로 이원화하는 다소 모호한 전략을 보였다. 'G8 씽큐', 'V50 씽큐' 모두 지난해 상반기에 출시했고, 하반기에 'V50' 개선판 'V50S'를 선보였다.

새 브랜드와 가격으로 승부


LG전자는 이번 브랜드 개편에 앞서 지난 2월 북미 시장에 'V60 씽큐'를 공개했다. 또 국내 시장에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 대신 대중성에 방점을 찍은 '매스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해외에는 올해 5G 시장 성장이 전망되는 만큼 시장에서 고가의 가격을 수용할 여력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판단이다. 삼성과 애플 양강 구도가 굳어진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도 LG전자에 가격 경쟁력을 요구해왔다. LG 벨벳의 가격은 80만원대로 예상된다.

LG전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 디자인적인 요소로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브랜드명 발표에 앞서 지난 9일 벨벳의 디자인 렌더링을 공개하며 제품 홍보를 시작했다. 물방울 카메라, 대칭형 타원 등의 디자인이 강조됐다. 또 디스플레이에는 삼성 갤럭시 시리즈처럼 ‘엣지 디자인’이 적용됐다. LG전자는 “보이는 디자인에서 그치지 않고, 손에 쥐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개성까지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G와 V를 뗀 LG 스마트폰의 이름은 계속 달라질 예정이다. LG전자는 "기존 ‘G시리즈’, ‘V시리즈’ 대신 플래그십 제품마다 소비자의 요구와 시장 트렌드를 시의성 있게 반영하고, 제품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별도의 브랜드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다수의 스마트폰 업체들이 적용하고 있는 ‘알파벳+숫자’로 획일적으로 사양 개선과 출시 시기만을 보여주는 기존 스마트폰 네이밍 체계에서 벗어나, 이름에서부터 제품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해 고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다소 이질적이었던 인공지능(AI)을 강조한 '씽큐' 브랜드도 뗐다.

마창민 LG전자 MC상품전략그룹장·전무는 “최근 스마트폰 트렌드가 ‘개개인의 취향과 감성, ‘디자인 강조’와 같은 추세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고객을 중심으로 한 관점에서 브랜드를 운영할 것”이라며 “LG 스마트폰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정립해 고객들과의 공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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