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를 보호 받으며 이야기할 권리는 이어진다" vs "텔레그램은 이번에도 법망을 피해갔다"

무엇이 더 중요할까. 개인의 권리인가 공공의 이익인가. n번방 사건 같은 극악무도한 자들의 권리 보호도 필요한가. 'n번방 방지법'으로 메신저를 사찰하는 것이 과연 공공의 이익은 맞나.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명제다.

n번방 방지법은 방송통신 3법 중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지칭한다. 인터넷 사업자는 불법 음란물을 삭제하고 관련된 접속을 차단하는 책임이 부과된다. 미성년자 성착취와 성폭력이 벌어진 n번방을 계기로 촉발됐다. 정부(방통위)가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22일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적용 대상의 범위와 구체적인 의무 등이 명시됐다.

이를 두고 앞서 언급한 명제가 다시 부각된다. 온라인 상에서 벌어진 끔찍한 범죄에 대한 적절한 조치라는 측도 있다. 반대 측도 있다. 개정안이 개인의 사샐활 보호와 표현의 자유, 특히 통신비밀 보호 등의 가치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특히 n번방 사건이 벌어진 곳은 텔레그램이다. 개정안을 발표한 정부조차 텔레그램에 대해서는 '예외적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는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텔레그램은 규제가 불가능하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도 반쪽짜리 규제 적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4년 카카오톡에 대한 사이버 검열의 데자뷰다. 당시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 수사팀을 신설한 뒤 텔레그램의 유저가 급증했다. 국민 메신저로 떠오른 카카오톡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카카오톡 사찰 논란에 당시 다음카카오는 개인정보보호가 우선으로 검찰조사에 불응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입장 정리로 카카오는 살아났지만, 당시 이석우 대표는 아청법 위반협의로 검찰에 소환됐고 세무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이 대표는 결국 사임했다.

텔레그램은 러시아의 SNS VK를 만든 니콜리아-파벨 두로프 형제가 2013년 개발했다. 텔레그램의 모토는 '개인정보를 보호받으며 이야기할 권리(Talking back our right to privacy)'다. 대화 내용이 저장되지 않고,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모니터링이 어렵다. 대화상대 또한 암호화 할 수 있어 사적인 대화나 숨기고 싶은 은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특히 아끼는(?) 메신저다. n번방 일당들이 텔레그램을 사용한 이유기도 하다.

n번방 사건에 분노한 여론과 불법촬영물을 단속하겠다는 정부의 입법 취지와 방향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은 현실과, 이 법이 표현의 자유 침해를 넘어 검찰의 민간 사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기업의 역차별 이슈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2014년의 경험치가 있다.

최근 시민단체 오픈넷은 이에 대한 경고를 했다. 지난 18일 n번방 방지법 기자설명회에서 입장을 전했다. 핵심은 '일반에 공개된 정보를 관리하려는 입법취지와 달리 추후 검찰이 비공개 대화방까지 적용할 여지가 있다. 결국 텔레그램과 해외 메신저는 규제 못하는 메신저 망명만 부추기는 입법'이라는 것이다.

취재 뒷 이야기를 전하자면, 네이버가 의장사를 맡은 인터넷기업협회는 이른바 'n번방 방지법'과 '넷플릭스 법'에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역차별과 표현의 자유가 그들이 내세우는 이유다. 특히 n번방 방지법은 카카오 역시 반대입장이었지만, 막상 카카오는 방통위와 소통한 뒤 한걸음 물러났다는 후문이다. 2014년의 악몽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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