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영화 <뮬란>이 중국의 인권탄압에 눈감았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신장 위구르족을 탄압하는 공안 등에 '감사하다'는 문구를 엔딩 크레딧에 올렸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뮬란>은 엔딩 크레딧에서 특별 감사(special thanks) 목록에 '투루판시 공안 당국'을 포함한 신장 지역 내 여러 정부 기관의 이름을 올렸다. 뮬란 제작진은 약 3주 동안 중국 현지 스케치와 사진 촬영 등을 거쳤다. 그러나 크레딧에 언급된 투루판시 공안과 기타 중국 선전부서는 수년간 진행된 위구르족 탄압에 직간접적 관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BBC는 “디즈니가 심각한 인권 침해 혐의를 받는 중국 일부 지역에서 신작 영화 뮬란을 촬영한 것에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모든 위구르족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탄압을 자행 중이다. 유엔 측은 ‘재교육 센터’로 불리는 위구르족 강제수용소에 100만명 이상의 위구르족이 수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전문가 아드리안 젠즈는 “디즈니가 감사를 표한 투르판시 공안국은 위구르인들이 구금돼 있는 중국의 ‘재교육 수용소’를 운영하는 곳”이라며 “(디즈니는) 집단 수용소의 그늘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 국제 기업”이라고 비난했다.

수용소를 탈출한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수용소 내에서는 강제 세뇌 교육과 중화사상 주입은 기본이고 강간, 강제 불임 시술, 의료 실험 등의 참혹한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남편이 수용소나 감옥에 있는 위구르족 여성들은 한족 중국인 남성과 결혼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위구르인을 강제로 한족에 동화 시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계략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뒤 지난해 7월에는 호주, 영국, 덴마크 등 20여 개 국가가 유엔인권이사회를 통해 감금된 위구르족 석방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아드리안 젠즈는 “위구르인의 재교육 작업에 대한 최초의 증거는 2013년 8월에 있었다”며 “현지 공안당국은 강제 수용소 건설을 관리하고 공안을 고용할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  /조슈아 웡 트위터
▲ /조슈아 웡 트위터

이 때문에 디즈니가 뮬란을 중국 신장 지역에서 촬영한 것과 엔딩 크레딧에서 신장 지역 정부 기관에 감사를 표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불어 영화를 보지 말자는 거부 움직임도 일고 있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은 7일 트위터에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뮬란을 보는 것은 경찰의 만행과 인종 차별을 외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무슬림 위구르인 집단 감금에도 잠재적으로 공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뮬란을 둘러싼 논란은 예전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뮬란의 주연배우 유역비는 중국 SNS 웨이보에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적은 사진을 게재했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비난하고, 강경 진압한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는 발언이었다. 이는 큰 파문을 일으켰고 영화 관람 거부 움직임으로 이어진 바 있다.

한편 영화 뮬란은 1998년 제작된 동명 원작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5세기경 훈족의 침략을 받을 당시 활약한 중국의 파뮬란에 대한 설화를 각색한 것이다. 디즈니는 당초 3월 개봉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뮬란의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지난 4일(현지시간)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오는 17일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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