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MZ세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MZ세대 대상 브랜딩과 마케팅을 강화하고 요즘 세대 감성에 맞는 체험형 공간 마련에 나선 한편, 내부 MZ세대 직원을 대상으로도 소통에 나서고 있다. 기존 통신사에 대한 낡은 이미지를 벗고 젊은 이미지와 함께 '탈통신', ICT 서비스 플랫폼 회사로 자리매김한다는 계산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 3사는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한다. 이들은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해 기업들이 미래 소비 주역으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3사는 최근 기존 특화 요금제 중심의 브랜딩에 머물지 않고, MZ 관련 굿즈를 비롯해 별도 서비스 체험 공간을 마련해 경험 중심의 브랜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  홍대 번화가에 자리잡은 SKT의 'T팩토리'
▲ 홍대 번화가에 자리잡은 SKT의 'T팩토리'

체험 중심의 공간 마케팅


먼저 포문을 연 건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 7개층 규모 복합문화공간을 ‘일상비일상의틈’을 열었다. 해당 공간은 전시, 카페, 독립서점, 사진, 모임을 키워드로 한 체험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LG유플러스의 서비스를 노출시키는 형태로 채워졌다. LG유플러스는 카페 ‘글라스하우스’, 독립서점 ‘스토리지북앤필름’, 포토스튜디오 ‘시현하다’, 멤버십 커뮤니티 ‘넷플연가’ 등과 제휴해 공간을 운영 중이다.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을 통해 MZ세대와 소통에 나선 셈이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누적 방문객은 3만5000명을 넘어섰다.

▲  LGU+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3층에 마련된 독립서점
▲ LGU+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3층에 마련된 독립서점

SK텔레콤도 10월 31일부터 서울 홍대 번화가에 자사 플래그십 매장 ‘T팩토리’를 운영 중이다. SK텔레콤이 내세운 건 기술이다. 특히 고객 스스로 휴대폰을 개통할 수 있는 24시간 무인매장을 마련해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라 IT 기술 기반의 고객 경험을 늘리고, 유통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이 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애플·삼성 서비스 및 상품 체험 ▲구독형 서비스를 비롯한 보안·미디어·게임 등 SK ICT 패밀리사들의 서비스 ▲MZ세대를 위한 공간·휴식 공간 등으로 꾸려졌다.

▲  SKT 'T팩토리'에 설치된 대형 AR 거울
▲ SKT 'T팩토리'에 설치된 대형 AR 거울

KT는 양사처럼 본격적인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할 계획은 없지만, 지난 7~8월에 걸쳐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과 가로수길에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을 연 바 있다. 개별 부스형·오픈형 체험공간을 통해 KT AI 서비스 기가지니부터, OTT 서비스 시즌,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해당 공간들의 공통점은 직접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체험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디스플레이에 AR 등 상호작용 요소를 접목하고, 자사 서비스들을 단순 나열식이 아닌 공간의 맥락에 맞게 배치하는 식이다. 또 MZ세대의 성향을 반영한 디자인과 굿즈들로 채워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낡은 이미지 벗고 탈통신 브랜딩 강화


이처럼 이통사들이 MZ세대 대상의 마케팅·브랜딩에 나선 배경은 매출 구조 다변화 작업과 맞물려 있다. 최근 이통사들은 탈통신을 선언하며 ICT 기반의 서비스를 통한 매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기존 통신 사업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플래그십 매장도 통신 단말 유통 중심의 기존 기업 이미지 벗기, 리브랜딩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김새라 LG유플러스 마케팅그룹장은 지난 10월 '일상비일상의틈' 기자간담회를 통해 “통신사에 대한 선입견을 깨려면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닌, 고객이 보고 싶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MZ세대들이 원하는 브랜드와 서비스로 공간을 채웠다고 강조했다.

▲  KT의 MZ세대 특화 브랜드 'Y'
▲ KT의 MZ세대 특화 브랜드 'Y'

한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 씨는 "통신사들이 카카오 네이버처럼 젊은 이미지가 아니기 때문에 네트워크 파이프 기반의 회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미지를 가져가려고 한다"라며 "10대·20대는 앞으로 주요 고객층이 될 거고 MZ세대 마케팅은 ICT 신사업 쪽에서 이미지 차별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K텔레콤은 기존 통신사 이미지를 벗기 위해 사명 변경까지 추진 중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번 T팩토리를 새로운 브랜드, CI를 만드는 작업의 일환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간 마케팅의 지속 가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Z세대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의 높은 임대료 대비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마케팅의 지속 가능성은 내부에서도 물음표다"라며 "고객 충성도를 유지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어린 연령대부터 고객을 유치하고 충성심을 유발하는 마케팅 효과를 기대하지만 체험형 매장에 간다고 100~200만원대 휴대폰을 사지는 않는다. 강남대로에서 일반 매장 임차 월세만 해도 1억원이 훌쩍 넘는데 인건비까지 따지면 유지 비용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홍대도 마찬가지다. 매출보다는 통신사의 젊은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한 도구로 사실상 수익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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