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산업 규모가 꾸준한 성장세에 힘입어 16조원에 육박했지만 전 세계 점유율은 5위로 한 계단 내려 앉았다. 지난 2018년보다 점유율은 0.1%포인트 하락했지만 영국에 밀려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 시장 규모를 기록하게 됐다.

세계 4위 시장에서 5위로

2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게임산업 동향을 담은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출간했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해외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위상은 전 세계 5위에 그쳤다. 글로벌 게임시장 전체 매출은 1864억달러로 이중 국내 매출은 11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중국, 일본, 영국의 뒤를 잇는 규모로 점유율은 6.2%다. 2018년에는 영국이 6.2%로 5위를 차지한 반면 한국이 6.3%로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플랫폼별로 살펴보면 한국의 PC게임 매출은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2016년까지 2위를 유지하다가 2017년에 미국에 역전당하며 3위로 내려왔다. 지난 2018년 미국을 제치고 다시 2위로 올라섰지만, 지난해 다시 순위가 하락했다.

▲  지난해 국가별 게임시장 점유율. (사진=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 갈무리)
▲ 지난해 국가별 게임시장 점유율. (사진=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 갈무리)

모바일 게임의 경우 9.1%의 점유율로 지난해와 동일한 4위를 차지했다. 2018년과 비교했을 때 특이점은 미국이 일본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글로벌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중국, 미국, 일본의 점유율은 각각 27.9%, 15.5%, 15.2%로 집계됐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판 콘솔 게임과 아케이드 게임 부문 비중은 각각 1.3%와 0.7% 수준에 그쳐 미미한 편이다. 다만 콘솔 게임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이 전년 대비 0.3%포인트 증가하는 등 매년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규제와 중국시장, 변수 되다

전문가들은 한국 게임시장이 영국에 4위를 내준 배경에는 각종 규제와 수년 째 닫힌 중국시장이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폭에 제동을 건 변수로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총회를 열고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11차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ICD-11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 항목에 포함해 총회 전부터 논란이 됐다. 게임이용장애는 ICD-11에서 ‘6C51’ 코드를 부여받았다. 정신, 행동, 신경발달 장애 영역의 하위 항목이다.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판정하는 기준은 지속성, 빈도, 통제 가능성이다. ‘통제능력이 상된 채로 다른 일상보다 게임을 중시하고 이런 행위가 12개월 이상 지속되면 게임이용장애로 판단하고, 일상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심각하면 12개월이 지나지 않았어도 장애 판정을 내릴 수 있다. 중독적 행위에 보건의료 체계가 대응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  (사진=WHO 홈페이지 갈무리)
▲ (사진=WHO 홈페이지 갈무리)

정부는 첨예한 부처 간 대립을 막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중지를 모으기로 했지만 쉽게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고 민간에서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게임계와 의료계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종교계 시민단체와 학부모 시민단체도 가세해 여론전 양상을 띠었다.

게임계는 게임 질병코드 부여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한국게임학회가 구심점이 돼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발족했다. 게임 산업협회를 비롯한 산업계, 전국 게임 관련 대학들, 나아가 부산시 등 지자체가 반대에 동참했고 다른 콘텐츠 산업 장르 협회나 단체 등 콘텐츠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주체가 참여하며 진통을 겪기도 했다.

2017년 3월 이후 중단된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도 국내 게임산업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 판호는 중국이 자국에 출시되는 게임에 발급하는 일종의 서비스인허가권이다. 중국에서 게임을 유통하고 게임 내 재화를 팔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  (사진=서머너즈 워 공식카페 갈무리)
▲ (사진=서머너즈 워 공식카페 갈무리)

판호 발급 없이 중국에 진출해 수익을 올렸던 방법이 순차적으로 막혔는데 가장 먼저 HTML5 게임이 타깃이 됐다. HTML5 게임은 결제 시스템을 넣는 대신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모델을 택하면서 결제 시스템이 없어 판호가 필요 없었다. 판호 발급 규정 사각지대에 있는 데다 하이퍼캐주얼 선호도와 수익률이 높아 중국시장에서 통할 카드로 기대를 모았지만 중국 당국이 HTML5 게임을 판호 심사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우회 출시 방법이었던 애플 앱스토어도 막혔다. 중국 당국이 애플에 판호를 확인할 것을 요구하면서 판호 미발급 게임이 모두 삭제됐다. 업계는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격화된 결과로 풀이했다.

지난 2일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외자판호를 발급받아 숨통은 트였지만 현지 규제가 점차 강해지고 있어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중국은 현재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각종 규제를 만드는 한편 외국인과 접촉을 금지하는 등 게임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백서에서는 "이미 진출해 있는 게임도 콘텐츠 업데이트에 완전한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과 창의적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잠재된 위험성이 다분하다"며 "중국시장은 위험성을 안고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 불확실성이 부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올해 게임시장은 어떨까

게임백서는 올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9.2% 증가한 17조9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에 따라 비대면 콘텐츠인 게임에 대한 소비가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과 콘솔 게임을 중심으로 게임 제작 및 배급업은 큰 폭의 시장 성장이 예상된다. 반면 PC방과 아케이드 게임장 등 유통 업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PC게임 시장 규모는 지난해 대비 1.5% 증가한 4조877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PC 게임은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대작 출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신작 출시 여부에 따라 성장세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다만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PC방 매출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국내 게임시장 규모 및 전망. (사진=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 갈무리)
▲ 국내 게임시장 규모 및 전망. (사진=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 갈무리)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하고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모바일 게임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모바일의 장점으로 인해 향후에도 모바일은 가장 중요한 게임 플랫폼의 지위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PC MMORPG IP 기반의 모바일 게임들이 국내 게임 산업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콘솔 게임 시장은 닌텐도 스위치 게임기와 '모여봐요 동물의 숲' 등 인기 타이틀 판매 확대에 힘입어 올해도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특히 지난달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차세대 콘솔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5(PS5)'와 '엑스박스 시리즈 X' 등을 출시하며 한국시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만큼 성장폭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모바일 게임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당분간 이런 성장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15조5750억원으로, 2018년(14조2902억원) 대비 9.0%p 늘었다. 국내 게임산업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연평균 9%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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