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습니다. 1500억원 규모의 은행권 채무를 갚지 못한 데 따른 회사의 자발적인 뼈아픈 결정입니다. 이제 남은 건 회사가 회생하느냐, 파산하느냐를 결정하는 것 뿐입니다.

다만 쌍용차는 ARS(회생절차 개시여부 보류신청)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회생절차 개시를 3개월 후로 미뤄놨습니다.

이 안에 쌍용차가 채권자 및 대주주 등 이해관계자들과 합의를 이뤄 회생절차 신청을 취소하면 법정관리는 없던 일이 됩니다.

반대로 3개월 내로 회생절차 신청을 취소하지 못하면 법원에 운명을 맡겨야 합니다.

법원은 쌍용차가 제시한 회생 계획안을 근거로 파산과 회생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회생 계획안이 법원의 인가를 받기 위해선 구체적이고, 강력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핵심 자산 매각이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과 같은...

하지만 쌍용차는 그동안 주로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영끌'해 왔기에 추가로 내다 팔 만한 자산이 많지 않습니다.  인력 조정 수위에 따라 회생 계획의 인가 여부가 갈릴 것으로 판단됩니다. 구조조정 규모가 크면 클수록 회사의 생존 가능성은 커집니다.

문제는 쌍용차가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든다면 11년 전 그 악몽이 재현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  11년 전, 쌍용차 법정관리 당시 본사에 걸린 현수막(출처=쌍용차 홈페이지)
▲ 11년 전, 쌍용차 법정관리 당시 본사에 걸린 현수막(출처=쌍용차 홈페이지)

쌍용차는 11년 전인 2009년에도 법정관리 절차를 밟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외국계 대주주였던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의 경영권을 포기한 데 따른 것인데요.

당시 쌍용차는 법원으로부터 회생 계획안 인가를 받기 위해 총 인력(7154명)의 30%가 넘는 2405명을 구조조정하는 다소 강도 높은 인력 감축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연히 노조의 반발이 이어졌고, 이는 생각보다 큰 파국을 가져왔습니다.

회사의 인력 감축안이 발표된 2009년 4월부터 쌍용차 노조는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공장 점거, 총파업으로까지 점점 수위를 올렸습니다 회생이 절실한 사측 역시 노조가 점거 중인 평택공장 등을 폐쇄하면서 맞대응했습니다.

파업을 시작한 지 3개월 째에는 공권력까지 투입됐습니다. 당시 법원은 평택공장 압수수생 영장을 발부했고, 경찰은 공장을 점거 중인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강제해산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반발한 노조들은 불법무기를 사용했고, 경찰도 끝내 최루액과 테이저건 등을 사용하며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습니다.

그러다 파업 4개월 째인 8월 경찰이 진압작전을 펼치며 거의 모든 공장을 장악한 끝에 노조와 사측이 마지막 협상을 타결하면서 76일간 이어진 노조의 총 파업은 마무리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쌍용차 지부장을 포함한 90여명이 경찰에 연행되거나 구속됐습니다. 경찰관도 무려 100여명이나 부상을 입었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이를 '쌍용차 사태'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쌍용차의 인력 구조조정 여부와 그 규모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선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쌍용차의 전체 인력이 현재 5000명 선으로 줄어든 상태지만, 워낙 회사 사정이 절박한 만큼 대규모 구조조정이 강행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 경우 노조의 반발이 불가피합니다.

쌍용차 노조는 무려 11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단체협상을 진행해왔습니다.  11년 전 그날의 이미지를 벗어나고픈 것도 있지만,  회사의 정상화가 우선이기에 사측에 큰 요구없이 무난한 협상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가 결국 인력 구조조정이라면 반발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 2009년 대규모 인력 감축을 감행했음에도 불구, 또 다시 법정관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실효성도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회생이 절박한 사측과의 지난한 싸움이 불보듯 뻔합니다.

11년 전 그 악몽이 재현될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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