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포스코, 수소 사업 '기술 장벽' 허물까②

발행일 2021-01-08 11:03:13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포스코의 수소 경제 사업 계획.(자료=포스코 IR북)


포스코의 '수소 경제'는 3세대로 나뉩니다. 1세대는 그레이 수소(화석연료를 활용해 추출한 수소)입니다. 2세대는 블루 수소이고, 3세대는 그린 수소입니다.

1세대 수소 경제는 포스코의 제철 생산량이 늘어나야 합니다. 공장을 더 많이 돌릴 수록 더 많은 양의 부생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를 활용해 수소 생산량을 늘리는거죠.

포스코 쇳물 생산량 및 제품 판매량 현황.(자료=포스코 IR북)


포스코는 2019년 3800만톤의 쇳물을 생산해 3590만톤을 판매했습니다. 쇳물 생산량은 2019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철강 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전방산업과 후방산업 모두 부진한 상황입니다. 포스코는 설비 가동률을 높여 2000톤의 수소를 추가로 생산할 계획입니다. 부생가스 추출설비에 투자해 수소 생산량을 6만8000톤 가량 늘릴 계획입니다. 현재보다 생산량이 약 10배 늘어나게 됩니다. 쇳물 생산량을 늘리는 대신 추출 설비에 투자해 생산량을 10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2세대인 블루수소는 해외에서 암모니아를 수입해 생산하는 방식이 될 전망입니다. 암모니아의 분자식은 NH3입니다. 질소 원자 한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거죠. 암모니아는 대표적인 수소 운반체로 꼽힙니다.

암모니아에서 고순도의 수소를 추출해 전기에너지로 활용하는거죠. 액상 암모니아는 액화수소보다 저장밀도가 높아 1.5배 가량 더 저장할 수 있습니다. 천연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암모니아를 활용할 경우 수소와 질소만 생성됩니다. 암모니아를 활용하는 게 친환경적이죠.

포스코는 해외에서 암모니아를 수입하기 위해 파트너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너지 효율만 높일 수 있다면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 생산 방식은 효과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암모니아에서 고순도 수소를 추출하고, 연료전지에 탑재하기까지 기술적 장벽을 극복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3세대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그린 수소'입니다. 그린수소를 상용화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들이 상당합니다. 포스코 경영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수소경제의 기술적 이슈'에 따르면 현재 생산되는 수소 중 96%는 화석연료를 활용해 생산되고, 나머지 4%가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됩니다. 천연가스와 LPG가 49%와 29%, 석탄이 18%입니다.

수소 생산 방법.(자료=포스코 경영연구원)


물을 활용한 수소 생산 비중이 낮은 이유는 경제성 때문입니다. 물 전기분해는 가장 간단하면서 고순도의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대량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하지만 물을 전기분해하려면 전력을 소모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를 추출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친환경적인 에너지가 아니게 되는 '역설'에 빠질 수 있습니다. 풍력 에너지와 태양광 에너지는 생산단가가 높아 수소 에너지의 채산성을 떨어뜨리게 되죠.

수소는 제조 비용과 운송 비용이 여타 에너지원과 비교해 높습니다. 수소 1kg을 제조하는데 3000원이 들어갑니다. 수소를 저장 운송하는데 7000원이 들고, 충전하는데 4만4000원이 듭니다. 수소 1kg을 충전하는데 5만원 이상 드는 셈이죠. 수소 인프라와 수요가 늘어날 경우 8000원대까지 하락한다고 합니다. 이는 인프라와 수요 모두 뒷받침돼야 가능하죠.

에너지원별 생산 단가.(자료=포스코 경영연구원)


수소 연료전지의 발전 가격은 1KWh 당 250원, 태양열은 120원입니다. 풍력은 90원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수소의 채산성은 상당히 낮은 셈입니다.

수소가 '넷 제로' 시대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인 건 분명합니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까지 넘어야 할 '첩첩산'입니다. 다행히 포스텍(옛 포항공과대학교)은 일찍이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주력했습니다. 포스텍은 2009년 제올라이트 분자체를 합성해 수소를 분리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제올라이트의 가스 기체를 활용해 수소 기체만 선택적으로 흡착하는 기술을 개발했죠.

2014년 김종규 포스텍 교수와 박종혁 성균관대 교수는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분해할 수 있는 나노소재를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텅스텐 산화물과 비스무스 바냐듐 산화물을 활용할 경우 태양광 물분해 효율이 6% 이상 올라가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포스텍은 지난해 샌드위치 구조 촉매를 개발했는데, 물 분해를 촉진시켜 수소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포스텍은 1986년 포스코의 지원을 받아 설립됐습니다. 당시 포스코는 철강 생산 기술의 고도화가 절실한 상황이었음에도 박사급 인력은 14명밖에 없었습니다. 포스코는 자체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포스텍을 설립했습니다. 포스텍의 초대 총장인 김호길 박사는 "대학 설립 초기에는 포항제철이 포스텍을 먹여 살리지만 30년 뒤에는 포항공대가 포항제철을 먹여 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포스텍의 연구는 포스코의 생산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원동력이 됐습니다. 포스텍은 포스코가 '수소 경제'를 앞당기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수소 경제를 현실화하려면 기술적 난제를 풀어야 하는데 포스텍이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듯 포스코의 '수소 2050 플랜'에는 여러 장벽이 있습니다. 수소와 관련한 최대 난제는 안전성이 아닌 경제성입니다. 어떤 에너지원이든 채산성이 떨어진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경제적 효용의 극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값 비싼 수소를 굳이 이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포스코가 2011년 합성천연가스(SNG) 플랜트 공장 준공식을 진행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는 2011년 합성천연가스(SNG) 사업에 뛰어들었다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사업을 철수한 전례가 있습니다. SNG는 저가의 석탄을 고온·고압에서 산소와 증기와 반응시켜 생산됩니다. 천연가스와 성분이 비슷해 상용화할 경우 연간 200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2014년 중동발 '아랍의 봄' 사태로 유가가 곤두박질쳤고, LNG 수요는 크게 낮아졌습니다. LNG의 친환경성에도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유를 택한거죠. SNG는 유가가 80~100달러를 유지할 경우 경제적인 것으로 판단됐고, 포스코는 안타깝게도 사업에서 철수했습니다. 이 사업에 1조원이 넘게 들어갔는데 고스란히 손실을 입었습니다. SNG의 기술적 문제가 발견되면서 상용화도 더뎠습니다.

친환경의 '적'은 저유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탄소 배출 제로의 필요성에도 낮은 유가가 이어진다면 '수소 경제' 시대는 지연될 수 있습니다. 수소의 채산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포스코의 '수소 포트폴리오'도 채산성에 달렸습니다. 수소 추출과 운송, 충전의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상 포스코의 수소 사업은 SNG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포스코와 포스텍이 만들어 갈 수소 경제의 시대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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