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년간 벌여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의 최종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향후 합의 여부와 규모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선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 할 경우 ITC 판결에 따라 10년간 미국 내 배터리 팩과 셀, 모듈, 부품, 소재 등 전 제품의 수입을 할 수 없게 된다. 

10일(미 현지시간) ITC는 홈페이지에 게재한 결정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LG에너지솔루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SK이노베이션에게 향후 10년간 미국 내 배터리 수입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이 조기패소 판정을 받은 지 약 1년 만이다. 

이번 판결 내용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은 향후 배터리 사업에서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유럽과 함께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미국에서 사업을 벌이지 않고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 조지아에 약 3조원을 투입해  1·2공장을 건설 중이며, 이미 확보한 수주규모도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양 측이 곧 합의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합의금 규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확실히 승기를 잡은 만큼 수조원대 규모도 거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수조원대 합의금을 지불하는 것 역시도 치명타다. 비교적 뒤늦게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만큼, 재무부담을 감수하면서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수조원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자산 매각 등 어떤 방식으로든 일부 희생이 불가피하다.

▲  SK이노베이션 요약 재무구조.(출처=SK이노베이션 IR자료.)
▲ SK이노베이션 요약 재무구조.(출처=SK이노베이션 IR자료.)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는 최근 몇 년 간 빠르게 악화했다. 2016년만 하더라도 총차입금 규모는 6조6000억원 수준이었으나 5년 만인 2020년 말 13조6000억원으로 두 배 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순차입금은 9000억원에서 8조7000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부채비율도 78%에서 149%로 뛰었다. 

이는 올해 새롭게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부임한 김양섭 부사장에게도 부담이다. 재무 2실장을 맡았던 김 부사장은 기존 CFO를 역임했던 이명영 부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올해 새롭게 SK이노베이션 재무를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김 CFO로서는 재무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배터리 투자 자금을 확보하고, 또 합의금을 마련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월 29일 진행한 2020년 4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며 “앞으로 많은 자금 소요가 예상되는 만큼 순차입금이 10조원 이내에서 유지되도록 재무건전성 유지에 만전을 기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현재 검토 중인 비핵심자산 매각이나 SKIET 기업공개 등을 통해 최대한 CAPEX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LG에너지솔루션에게 수조원대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향후 배터리 사업 경쟁에서도 불리하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도 시장 주도권을 쥐고 가기 위해 재무부담 가중을 감수하며 지난 몇 년간 공격적인 투자를 벌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LG화학이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신설한 것도 향후 배터리 사업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서다. SK이노베이션이 대규모 합의금을 지급할 경우 경쟁사 사업 투자자금을 대신 마련해주는 꼴이 되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Presidential Review 등)를 통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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