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롯데그룹 팽창 끝났나…신사업 부재 속 외형축소

발행일 2021-03-08 08:57:17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롯데그룹의 핵심인 유통사업이 전례 없는 불황을 겪으며 그룹 전체 경영이 위기에 빠졌다는 분석들이 심심찮게 나옵니다. 롯데는 식품, 화학, 호텔∙서비스 사업도 벌이고 있지만, 그룹 내 기여도나 정체성을 고려하면 유통사업의 존재감이 가장 크죠. 유통사업의 부진을 그룹경영과 연결해 평가하는 것이 큰 무리가 없어 보이긴 합니다.

위기라고 해서 그룹이 당장 망할 상황에 놓여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삼성, 현대차, SK, LG 등 국내 4대 대기업집단과 비교해 볼 때 뒤처지고 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미래 준비가 착실히 이뤄지고 있는 편도 아니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 초 사장단 회의(VMC∙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 체험에 집착하는 기업에겐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며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 먹고 사는 것보다는 미래 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또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자는 뜻으로도 읽히고요.

그런데 롯데그룹이 혁신적으로 추진하는 신사업이 과연 무엇인지는 잘 알려지지가 않았습니다. 삼성은 미래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장 확장에 사활을 건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요. 현대차는 선제적인 수소차 투자로 글로벌 트렌드를 이끌고 있습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LG와 SK는 전기차 배터리에 올인한 상황이죠.

이를 고려하면 롯데를 상징하는 신사업은 사실 아직까진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은 스스로도 알지만 이미 한참 뒤쳐진 후발주자죠. 롯데가 현재는 재계서열 5위로 꼽히고 있지만,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몇 년 안에 순위가 밀려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물론 기업의 영향력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확대되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합니다. 다만 과거부터 최근까지 자료들을 통해 롯데의 상황을 거시적으로 살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기업집단포털에는 국내 대기업집단의 다양한 통계정보들이 공개돼 있습니다. 종업원수, 자산총액, 매출액, 영업이익 등 총 11개 항목에 따라 기업집단들을 줄 세울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집계된 각 기업집단의 공정자산 총액이 일반적으로 재계서열을 가르는 기준으로 활용됩니다. 연도를 클릭하면 전년도의 재무현황이 표시됩니다.

공정위 기준 롯데의 2019년 공정자산 총액은 121조5000억원으로 전년 115조3000억원보다 6조2000억원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6위 포스코의 공정자산 총액은 80조3000억원으로 2조원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공정자산 증가 규모만 보면 크게 걱정할 일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 기준만으로는 사실 기업이 ‘성장-정체-쇠퇴’ 중 어떤 싸이클에 들어와 있는지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겠지만 매출 추이만큼 중요한 지표는 없죠. 대기업 계열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사석에서 “매출이 늘면 성장하는 거고 매출이 줄면 죽는거다”라고 까지 말했습니다.

(출처=공정위 기업집단포털.)


2013년도부터 2019년도까지 7년 동안의 5개 대기업집단의 매출 추이를 보겠습니다. 삼성은 2013년 무려 330조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가 2년 연속 규모가 줄며 2015년에는 270조원까지 감소했습니다. 이후 곧바로 매출을 늘리며 다시 300조원 대를 회복했습니다. 현대차의 수익성은 굉장히 악화했지만 어쨌든 매출규모는 꾸준히 늘렸습니다. SK는 삼성처럼 매년 증감폭이 크긴 하지만 대체로 매출이 늘어나는 추세구요. LG도 매년 매출규모를 늘려왔습니다.

롯데는 2013년 65조원 수준의 매출규모를 3년 만인 2016년 74조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이후 2018년까지 3년 연속으로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2019년에는 전년 대비 8조원 줄어든 65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규모가 확 줄어들었습니다.

(출처=공정위 기업집단포털.)


SK도 롯데처럼 2019년 전년 대비 큰 폭의 매출 감소를 겪었습니다. 그러나 롯데의 매출감소와 같은 선상에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SK는 어쨌든 수소, 전기차 배터리, 모빌리티 등 최근 주목받는 신사업에 주도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매출이 줄거나 늘어나는 것을 변화 과정으로 볼 수가 있죠. 그러나 롯데는 원래 하던 사업들의 실적이 나빠진 것입니다.

또 다른 눈에 띄는 지표는 바로 종업원 수입니다. 2019년 말 기준 롯데의 종업원 수는 9만2000명으로 전년 10만명에서 8000명 정도 줄었습니다. 다른 4대 기업집단과 비교해 유일하게 전년 대비 종업원 수가 줄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매각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업을 인수거나 매각해 발생하는 매출과 직원수의 변화도 결과적으로 그룹 흥망성쇠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죠.



공정위의 자료는 2019년 말 기준이라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휘청했던 2020년도 기준으로는 어떤 결과값이 나올지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오는 5월 최신화된 데이터가 공개되면 롯데가 진짜 위기에 직면했는지, 아니면 위기론 가운데서도 선방했는지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는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자산을 매각하고 일부 계열사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군살빼기에 집중했습니다. 과연 이후 신 회장이 강조한 것처럼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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