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5일 누전을 줄여 전력 효율을 끌어올린 512GB DDR5 메모리 모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공정이 미세화함에 따라 트랜지스터에서 생기던 누전 문제를 해소한 게 특징이다. 이 제품엔 '하이케이 메탈 게이트'(High-K Metal Gate·HKMG)로 명명된 공정이 적용됐다. HKMG 공정은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에 따른 누설 전류를 막기 위해 유전율 상수(K)가 높은 물질(High-K·하이케이)을 적용한 것을 뜻한다.

▲  삼성전자 512GB DDR5 메모리.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512GB DDR5 메모리. (사진=삼성전자)

D램은 트랜지스터와 캐패시터로 구성된다. 캐패시터는 전하를 저장하며, 트랜지스터는 캐패시터의 입구를 여닫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캐패시터에 전하가 저장되면 '1', 없으면 '0'으로 인식해 데이터가 저장된다. D램은 초당 천문학적 횟수로 0과 1의 클럭을 반복하며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번 공정 변화는 트랜지스터에 바르는 절연막과 '게이트'를 바꾸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반도체 제조가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접목한 미세공정으로 넘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기존 절연막이었던 'pSiON' 물질에서 누설 전류가 늘고 신뢰성이 낮아지는 이슈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  (사진=삼성전자)
▲ (사진=삼성전자)

이에 삼성전자는 pSiON 물질을 유전체의 상수(K)가 높은 하이케이로 바꿨다. 유전체는 전기를 유도하는 물질이며, 상수가 높다는 건 그만큼 물질 내 분자가 전기장을 크게 일으킨다. 이 경우 내부 물질은 외부 물질(하이케이)과 반대 방향으로 극성이 정렬되며, 이는 물질 내 전기장의 합을 줄어들게 해 누설 전류를 줄이는 효과를 낳는다.

▲  (이미지=위키피디아 '유전율')
▲ (이미지=위키피디아 '유전율')

여기에 기존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역할을 하던 물질도 다결정 실리콘(Poly-Si)에서 메탈 실리콘으로 교체했다. 다결정 실리콘보다 하이케이 물질과 함께 쓰기 적합한 게 메탈 실리콘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HKMG가 적용된 삼성전자 DDR5 메모리 모듈은 저전압(1.1V)에서도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어 전력 효율을 높여 기존 공정 대비 전력 소모가 약 13% 감소시키고 향후 절연막 두께를 더 줄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데이터센터와 같이 전력효율이 중요한 응용처에서 최적의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제품에는 또한 범용 D램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8단 TSV(Through Silicon Via, 실리콘 관통 전극) 기술이 적용됐다. TSV는 반도체가 적층 구조가 되면서 층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개별 칩에 수백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은 뒤 위아래를 실리콘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TSV를 활용한 칩 적층화는 나노 단위의 회로에 얹은 작은 칩에 더 작은 구멍을 뚫어 실리콘 끈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큰 기술력이 요구된다. 삼성전자는 2014년 세계 최초로 DDR4 메모리에 4단 TSV 공정을 적용했고, 2019년 업계 최초로 12단 TSV 패키징 기술을 개발했을 만큼 이 분야에서 선도적 기술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현재 인텔이 개발 중인 서버용 '제온 스케일러블'(Xeon Scalable) 프로세서인 '사파이어 래피드'(Sapphire Rapids)에도 넣기 위해 인텔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손영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 상무는 “공정 혁신을 통해 개발된 DDR5 메모리는 뛰어난 성능과 높은 에너지 효율로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의료산업 등으로 활용 분야가 확대될 고성능 컴퓨터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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