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캐논 빌딩. (사진=캐논코리아)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캐논 빌딩. (사진=캐논코리아)

캐논 카메라 한국법인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이하 캐논코리아)이 지난해 일본 본사에 배당금으로 455억원을 지급했다. 당기순익(36억원)의 1274%에 달하는 돈이다. 캐논코리아는 지난해 역대 최저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배당금을 급격히 늘린 것을 두고 업계서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배당금은 한 해 벌어들인 돈 중 주주의 몫을 의미한다. 당기순익 규모 내에서 배당금을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본 캐논(Canon inc.)은 캐논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배당금은 전액 일본 본사로 향한다.

▲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배당금 추이. (출처=캐논코리아 감사보고서)
▲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배당금 추이. (출처=캐논코리아 감사보고서)

캐논코리아는 그간 배당성향 30~60%를 유지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처음 실적을 공개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배당성향은 30%였다. 중간배당을 지급한 2014년에만 배당성향이 332%로 뛰었다. 이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배당성향은 60%로 고정됐다. 지난해 배당성향은 1274%다. 전년 대비 2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업계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캐논코리아 매출과 수익은 지난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캐논코리아 실적은 매출액 992억원, 당기순익 36억원이다. 자연스레 올림푸스의 뒤를 밟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온다. 올림푸스는 지난해 6월 한국 시장에서 카메라 판매 사업을 중단했다.

▲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실적 추이. (출처=캐논코리아 감사보고서)
▲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실적 추이. (출처=캐논코리아 감사보고서)

다만 직원 규모 감축, 자산 처분 등 사업 정리에 돌입했다고 볼만한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캐논코리아 퇴직급여액은 5억원으로 전년 대비 32.3% 늘었다. 다만 예년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건물부속설비·집기비품 등 자산 처분 규모도 1억원 정도로 전년보다 143% 늘었지만 예년보다 큰 금액은 아니다.

배당금을 급격히 늘린건 본사 상황이 절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캐논 글로벌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0년 중간보고서(1~6월)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법인세차감전순익(income before income taxes)은 273억엔(약 2832억원)이다. 전년 대비 71.9% 줄어든 수치다.

▲ 일본 캐논 본사 실적 추이. (출처=캐논 글로벌 홈페이지)
▲ 일본 캐논 본사 실적 추이. (출처=캐논 글로벌 홈페이지)

지난해 일본 캐논이 부진했던 이유는 코로나19와 스마트폰 카메라의 영향이 크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7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 근무 확산 등으로 종이 문서 사용이 줄어 사무기기 사업이 부진했고, 디지털 카메라도 스마트폰에 밀려 고전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캐논은 중간보고서에 “무역 마찰 영향 등 외부 환경 요인으로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배당금 지급으로 캐논코리아의 자본총액은 215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캐논코리아는 136억원의 설립자본금으로 세워졌고 현재 535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쌓아놓았다. 이번 배당으로 그동안 쌓아둔 이익잉여금 대부분은 일본 본사로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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