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를 향한 세간의 평가는 부정적입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첨단기술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어느덧 가상자산(암호화폐) 업계의 '문제아', 혹은 '선동가'라는 오명을 듣는 신세가 됐습니다.

▲ 일론 머스크 (사진=테슬라 유튜브)
▲ 일론 머스크 (사진=테슬라 유튜브)

일론 머스크는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 사후 현대 IT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가로 평가받는 인물이었습니다. 2003년 전기·자율주행차 제조사인 테슬라를 세우고 고급형 자율주행 전기차 '모델S'의 성공적 데뷔를 통해 자동차 산업 대격변을 이끈 장본인이죠.

이제 '우주 로켓'하면 떠오르는 회사가 된 '스페이스X'도 일론 머스크가 운영합니다.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 개발을 통해 우주 개발에 필요했던 천문학적인 자금을 절감하고 나아가 인간을 화성 등 제2의 지구로 이주시키기 위한 계획을 실현 중인데요. 최근 난제였던 로켓 역추진 착륙에 성공하는 한편 미국 텍사스에서 하와이까지의 궤도비행 준비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우주 시대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기업으로 꼽힙니다.

널리 알려진 이 두 회사는 일론 머스크를 상징하는 일부에 불과합니다. 조금 덜 유명하지만 교통 체증 타파를 위해 지하에 터널을 뚫고, 고속 모듈 위에 차량을 안착시켜 순식간에 이동시킨다는 계획의 '보링컴퍼니'의 창업자도 머스크입니다. 지상을 가로지르는 저기압 진공튜브에 내에서 시속 1280km로 운행하는 열차를 쏘아 보내는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도 그로부터 시작됐으며 인간과 컴퓨터의 뇌를 연결하는 공상과학을 실현하겠다며 2016년에는 '뉴럴링크'라는 회사도 세웠습니다. 지금은 관계를 청산했지만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전자결제 업체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3인 중 한 명이 바로 일론 머스크입니다. 여담이지만 이쯤 되면 '저 많은 회사를 운영하며 대체 잠은 언제 잘까'란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 보링컴퍼니의 운반 모듈에 실려 지하 통로로 진입한 차량 (사진=보링컴퍼니 유튜브 영상 갈무리) 
▲ 보링컴퍼니의 운반 모듈에 실려 지하 통로로 진입한 차량 (사진=보링컴퍼니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외에도 현대 IT 업계의 굵직한 족적을 남겼거나, 그럴 가능성이 농후한 회사 중 상당수가 그와 연결돼 있을 만큼 그는 첨단기술의 오늘을 상징하기에 부족함 없는 인물로 평가됩니다. 그의 트위터가 가상자산과 깊은 연관을 맺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만큼이나 트위터를 즐기는 인물입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하고(종종 회사에 곤란한 상황마저 만드는), 다른 트위터 사용자들과의 소통에도 열린 편이어서 그의 트위터 계정은 늘 많은 사람이 주목하곤 합니다.

하지만 전세계에 아직 가상자산 거래,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투자자가 세계적 유명인인 그의 트윗 하나에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됩니다.

▲ 테슬라 차량에 대한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선언한 트위터 (자료=일론 머스크 트위터)
▲ 테슬라 차량에 대한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선언한 트위터 (자료=일론 머스크 트위터)

일론 머스크가 가상자산에 우호적 발언을 하면 가격이 급등하고, 반대로 부정적 발언을 하면 가격이 급락하는 사례는 비정상적이면서 꽤 일상적인 일이 됐는데요. 하루 거래대금만 수십조원에 이르는 비트코인 시장도 최근 '아군'인 줄 알았던 머스크가 돌연 '적군'으로 돌변하면서 빠진 상태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비트코인 차량 결제를 중단하고 '장난 코인'으로 유명한 도지코인 띄우기 트윗은 지속하는 데다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모두 처분했을 거란 의혹에는 불확실한 태도로 일관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미움(?)을 받는 이유는 단지 시장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의 독특한 SNS 운영 태도도 한몫하는데요. 보통 유명인들은 SNS 발언을 통해 난처한 상황에 빠질 경우 이를 정정, 해명하거나 혹은 SNS를 닫는 식으로 응수합니다. 반면 일론 머스크는 그를 향한 의혹에 대해 더 자극적인 트윗을 게시하며 사건을 확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가 도지코인 투기를 조장한다는 거듭된 비난에도 오히려 도지코인을 연상시키는 각종 발언과 밈을 올리며 정면 대응하는 행동이 대표적이죠.

어떤 측면에서 그는 단지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정치적으로 어떤 영향력도 가지지 않은 그의 개인적 트윗에 투자자들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이 이상한 것도 사실인데요. 그러나 자신의 영향력을 잘 알면서도 가상자산 투기 확대, 혹은 폭락을 유도할 수 있는 트윗을 멈추지 않는 그의 행보 또한 보통의 사회적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첨단 기술의 아이콘이었던 그에게 '사기꾼', '선동가' 같은 거친 표현이 따라붙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물론 그는 여전히 기술의 정점에 서 있습니다. 그의 트위터야 어쨌든 그가 운영 중인 회사들은 오늘도 인류의 기술 진보를 빠르게 앞당기는 혁신적 개발을 이끌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일론 머스크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이제 다시 긍정적 방향으로 돌아설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에 대한 온 관심은 이미 가상자산에 관한 것으로 도배됐기 때문입니다.

▲ 기술은 마법처럼 될 수 있다는 일론 머스크의 트윗에 도지코인을 묻는 트윗이 인기 답변으로 등록돼 있다  (자료=일론 머스크 트위터 갈무리)
▲ 기술은 마법처럼 될 수 있다는 일론 머스크의 트윗에 도지코인을 묻는 트윗이 인기 답변으로 등록돼 있다  (자료=일론 머스크 트위터 갈무리)

그는 22일 저녁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아서 클라크의 명언)"며 오랜만에 자신의 기술 철학을 드러내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또 현재 그의 계정에는 "인간을 다행성 종으로 만들자!"라는 트윗이 상단에 고정돼 있습니다. 최근 가시적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스페이스X를 염두에 둔 트윗으로 해석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그런 일론 머스크의 손끝을 향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의 트윗은 온통 "가상자산이 언제 최고가에 이를 것으로 생각하냐", "도지코인은 여전히 1달러가 될 것이라 생각하냐" 같은 답변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 역시 이에 지지 않고 한 사용자에게 "나는 여전히 법정화폐보다 가상자산을 지지한다"고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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