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사진=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 공장.(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오는 10월 1일 분할시키기로 결정한 배터리 자회사(가칭 SK배터리 주식회사)에 유동자산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배터리 사업 확장에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최대한 지원해주기 위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이 4일 공시한 회사분할결정 내 첨부된 계획서에는 분할되는 회사의 재무상태표가 담겨 있다. 이 분할상태표에 따르면 SK배터리의 자산총액은 4조6000억원으로 분할 전 SK이노베이션 자산총액 18조5000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눈에 띄는 것은 유동자산 항목이다. SK배터리가 가져가는 유동자산 규모는 1조2000억원으로 SK이노베이션 전체 유동자산 2조5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자산규모가 4배가량 차이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유동자산을 SK배터리가 갖고 태어나는 것이다.

▲ SK이노베이션 분할재무상태표.(출처=SK이노베이션 회사분할결정 공시.)
▲ SK이노베이션 분할재무상태표.(출처=SK이노베이션 회사분할결정 공시.)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현금성 자산을 SK배터리에 몰아줬다. 전체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800억원 중 2000억원을 SK배터리에 배정했으며, 단기금융상품 2400억원 중 1700억원이 SK배터리에 귀속됐다.

매출채권 역시 SK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전체 8300억원 중 4200억원은 존속회사에, 3900억원은 SK배터리에 속했다.

외상 매출을 의미하는 매출채권은 매출을 일으킨 사업부문에 귀속되겠지만, 현금성 자산 등은 일반적으로 공통자산으로 분류된다. 이는 즉 자산을 나누는 기준이 애매하고 재량에 따라 배분비율 조절이 가능하다는 뜻과도 같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분사시킬 때는 이 같은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당시 LG화학이 보유하고 있던 현금성 자산 2조3000억원 중 무려 1조8000억원을 LG에너지솔루션에 몰아줬었다.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 대규모 투자를 앞둔 만큼 SK배터리의 투자 역량 확보에 집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금과 달리 차입금은 SK이노베이션이 더 많이 끌어 안았다. 단기차입금 800억원은 모두 SK이노베이션이 부담했으며, SK배터리와 SK E&P 등 두 개의 신설회사는 한 푼의 단기차입금도 물려받지 않았다.

총 2조2000억원 규모의 사채 및 장기차입금도 SK이노베이션의 부담하는 비중이 컸다. 1조5000억원이 SK이노베이션에 남았으며 SK배터리는 7000억원을 승계했다.

다만 부채총계로 따지면 SK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다. 총 4조7000억원 중 SK배터리의 부채총계는 2조5000억원으로 SK이노베이션 2조1000억원보다 약 4000억원 더 많았다.

SK배터리가 보유한 부채 중 가장 큰 규모의 계정은 매입채무 및 기타채무로 1조1000억원이 집계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며 제조를 위해 원자재, 부품 등을 구매하는데 들어간 비용도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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