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플랫폼 갈등 격화②]우수중개사·신홍보확인서…네이버·공인중개사 충돌 지속

발행일 2021-08-20 17:15:56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플랫폼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구글이나 애플의 모바일 앱마켓에서 필요한 앱을 다운로드 받고 쇼핑할 물건은 네이버에서 찾는다. 카카오톡으로 가족·친구들과 소통하며 택시도 호출한다. 배가 출출할 때 배달의민족 앱에서 몇 번만 터치하면 음식이 집앞으로 배달된다. IT 플랫폼들은 일상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여러 산업군들과 갈등을 빚었다. 플랫폼들이 막강한 자본력과 영향력을 기반으로 기존 산업군으로 침투하자 사업자들은 반발했다. IT를 기반으로 한 변화의 물결이라는 의견과 거대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이에 구글·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등 주요 플랫폼들이 기존 산업군과 겪고 있는 갈등의 배경을 짚어보고 대안을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사진=네이버 부동산)

네이버가 기존 산업군과 갈등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는 부동산이다. 네이버 부동산은 아파트·빌라·상가·토지 등의 매물을 소개하는 플랫폼 서비스다. 과거 부동산114나 부동산뱅크 등 부동산 전문 플랫폼들이 온라인에서 매물을 소개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부동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들을 제치고 단숨에 대표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네이버는 2013년 이전에는 자체 부동산 서비스를 했다. 그러자 대형 플랫폼이 부동산 시장에 진출한 것에 대해 기존 부동산 플랫폼들이 반발했다. 이에 네이버는 2014년 이후에는 부동산 플랫폼들로부터 매물 정보를 받아 보여주는 플랫폼으로 전환해 이제껏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공인중개사 반발에 '집주인 전화번호나 네이버 아이디 게재' 보류
네이버는 최근 매물에 집주인의 전화번호나 네이버 아이디를 게재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보류했다. 네이버의 조치는 지난해 8월 시행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의 후속으로 나온 시행령에 따른 것이다. 시행령은 부동산 인터넷 불법 광고를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과거에는 공인중개사가 인터넷에 허위매물을 올려도 벌칙 규정이 없었다. 이에 개정안은 허위매물을 인터넷에 올려 광고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네이버 부동산과 같은 플랫폼에게도 허위매물에 대한 책임이 부과됐다. 플랫폼은 허위매물 모니터링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고 허위매물로 판명된 정보는 고치도록 해야 한다. 플랫폼 운영사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국토교통부는 건당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네이버는 부동산 매물 관리 약관 변경을 통해 매물에 집주인의 전화번호나 네이버 아이디 중 하나를 게재하는 이른바 '신 홍보확인서'의 도입을 추진했다. 집주인의 정보를 부동산 매물에 함께 등록하도록해 허위 매물을 근절하겠다는 취지였다. 일부 공인중개사들은 네이버가 직접 부동산 중개 시장에 뛰어들기 위한 시도라며 반발했다. 이에 네이버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에 공문을 보내 "부동산 중개 시장에 직접 진출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 확인했다. 또 신홍보확인서의 도입 시기는 협회와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양측의 신 홍보확인서 도입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네이버 관계자는 "논의가 무기한으로 연기된 것은 아니며 공인중개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계도기간을 거쳐 일정을 조율하기로 한 것"이라며 "등록되는 전화번호나 네이버 아이디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 매물을 검증하는데 사용된 후 폐기된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업계에서는 법 개정에 따른 것이므로 네이버의 조치를 이해하면서도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A공인중개사는 "대형 플랫폼인 네이버가 매물과 관련된 데이터를 모으고 이로 인해 영향력을 키워간다면 공인중개사들은 점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향후 어떤 방법으로 직접 부동산 시장에 들어올 시도를 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해피콜 서비스인 '고객 안심콜'을 하면서 허위 매물 근절에 나서고 있다. 직방에서 본 매물 정보가 실제로 확인한 것과 같은 내용인지를 이용자에게 묻는 방식이다. 직방 관계자는 "공인중개사들이 직방이 고객 안심콜을 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매물의 최신 상태를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된다"고 말했다.  

네이버 부동산의 우수활동중개사 제도 적용 화면(왼쪽)과 제도를 변경한 화면. (사진=네이버 부동산 블로그)

우수활동중개사 논란도…"투명한 플랫폼 역할을"
네이버는 과거 우수활동중개사 제도를 도입해 공인중개사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지난 2017년 허위매물을 없애겠다며 우수활동중개사를 도입했다. 집주인 확인 매물을 주로 올리는 공인중개사에게 우수활동중개사 아이콘을 붙여주는 제도였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은 네이버가 광고 경쟁을 부추긴다고 반발하며 집단으로 네이버에서 매물을 내리기도 했다. 결국 네이버는 우수활동중개사 제도를 폐지하고 중개사의 거래완료와 집주인확인 건수만 보여주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공인중개사들은 '거래완료나 집주인 확인매물건수에 따라 노출 순서가 달라지면 아이콘이 붙는것과 다를바가 없다', '일부 중개사들이 앞 페이지를 도배하게 되는 것도 문제', '중개사들에게 광고비를 받는 네이버가 이번엔 다른 방식으로 중개사들의 출혈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공인중개사들은 네이버 부동산이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것보다 매물 정보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B공인중개사는 "네이버는 특정 기준을 정해놓고 중개사들을 줄세우려 하지말고 매물 정보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플랫폼의 역할만 해야 한다"며 "기준을 정한다면 그 기준을 만든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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